영도다리 난간 위에서 눈보라가 휘날리는 바람찬 흥남부두는 가볼 수가 없다. <굳세어라 금순아> 2절은 부산의 노래다. 국제시장, 영도다리. 여기는 언제든 갈 수 있다. 조선시대 정오에 성문에서 파루를 쳐 백성에게 시간을 알렸듯이 영도대교는 매일 2시에 도개, 즉 다리를 들어 올리는 의식을 한다. 사이.. 서늘한 숲/노래를찾아떠나는여행 2017.02.12
성불사...비 내린다 마트 가는 길목에 카센터가 하나 있다. 주인이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인지 늘 음악이 흘러나온다. 특이한 건 음악들이 주로 가곡이다. 카센터와 가곡. 매치가 안 된다. 센터 앞 도로엔 차들이 쉴 새 없이 질주하는 소음. 아름다운 가곡이지만 지나가며 언뜻 듣는 음악은 그리 감미롭게 들리.. 서늘한 숲/노래를찾아떠나는여행 2017.01.31
홍대 앞에 눈이 내리면 여기 홍대 앞이야. 눈은 안 와. 그저께 눈 많이 왔잖아? 그게 여태 안 녹았네. 디게 추워. 다른 사람들 보면 다들 안 그런데 나만 추운 거 같아. 병인 거야. 저번 가을 끝날 때부터 추위를 탔거든. 너 없고 난 후부터. 사람은 많은데 거리가 쓸쓸하다. 이것저것 먹음직스러워 시장기가 도는데.. 서늘한 숲/노래를찾아떠나는여행 2017.01.26
동백 아가씨 나랑 같은 해 태어났지만 그는 곧바로 감금되었다. 내가 그를 만난 건 20년 후였다. 그전에 나는 그의 존재를 전혀 알지 못했다. 헤일 수 없이 수많은 밤을 눈물로 도려내는 아픔에 겨워 얼마나 울었던가. 자신의 앞날을 알았을까. 그리움에 지쳐서 울다 지쳐서 빨갛게 멍이 들어 버린 동백.. 서늘한 숲/노래를찾아떠나는여행 2017.01.19
송학사가 어디 있게? 산모퉁이 바로 돌아 있지. 중학교 때 이 노래가 유행할 때 덩달아 유행했던 조크였다. 송학사는 특정한 사찰이 아니다. 작자인 김태곤의 가상의 절이다. 김승옥의 무진이나 황석영의 삼포 같은 곳이다. "내가 작사 작곡하고 또 부른 이 노래가 방송을 타고 나간 후 많은 사람들이 물었다. 송학사는 어디 있냐고. 그때마다 나는 잘 모른다고 할 수도 없고, 설명하려니 해야 될 말이 너무도 길고. 나는 대학에서 요업과를 전공하였는데 실습시간 도자기 가마의 이글거리며 타는 불을 응시하면 왜 그런지 언제나 '나는 어디에 있는가, 내 자리는 어디에 있는가' 하는 막연한 의문이 불꽃처럼 점멸하면서 가슴에 오가고 하였다. 그것은 어쩌면 음악을 너무도 좋아하여 전공마저 외면한 채 음악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내 삶에 대한 망설임의.. 서늘한 숲/노래를찾아떠나는여행 2017.01.14
시오리 솔밭길 솔바람 소리에 잠이 깨이면 어머님 손을 잡고 따라 나선 시오리 길 학교 가는 솔밭 길은 멀고 험하여도 투정 없이 다니던 꿈같은 세월이여 어린 나의 졸업식 날 홀어머니는 내 손목을 부여잡고 슬피 우셨소 산새들 소리에 날이 밝으면 어머님 손을 잡고 따라 나선 시오리 길. 무슨 자랑 같.. 서늘한 숲/노래를찾아떠나는여행 2017.01.07
외나무다리 또다시 한파다. 삼한사온이라는 우리나라의 전형적인 겨울 기후가 한동안 그 틀을 깨고 진행되더니 근래 몇 년은 다시 정상으로 되돌아왔다. 이까짓 추위에 강원도 산골에 살 때에 비하면 천국이다. 가끔 부산에 갈 때가 있었는데 엄청 푸근했다. 그런데 그곳 사람들은 춥다고 두터운 털 .. 서늘한 숲/노래를찾아떠나는여행 2016.12.18
두물머리 기온이 급강하했다. 다들 두꺼운 옷차림이다. 감기몸살기가 있어 더욱 추운 아침이었다. 가을은 깊고도 깊어 겨울이 저만치 와 있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두물머리의 여명을 보고 싶어 첫 전동차를 탔건만 이미 날은 훤히 밝아 있었다. 서울에서 대중교통으로 여명을 보러 가려면 겨울이.. 서늘한 숲/노래를찾아떠나는여행 2016.10.17
그리운 나의 고향역 이제 제사도 안 모시고 명절 차례 또한 지내지 않기로 했다. 이제는 차 밀리는 악조건에 굳이 수원엘 가지 않아도 된다. 여유로워졌다. 추석날에 익산 황등을 돌아본다. 나훈아의 노래 은 크리스마스캐럴이나 버스커버스커의 등과 더불어 시즌송의 대명사다. 추석을 전후한 이맘때면 반드시 듣게 되는 노래고 노랫말처럼 어머니가 마른 손으로 적을 부치며 이제나저제나 기다릴 그곳으로 달려가고 싶게 만드는 노래다. 임종수는 학창시절 황등역에서 기차를 타고 이리 시내로 통학한 추억을 떠올려 이 노래를 만들었다고 한다. 세월이 여류해서 황등역은 현재 폐쇄되었다. 건물만이 (그나마 이 건물도 옛것이 아닌 새로 지은 것이다) 휑뎅그렁하게 남아 있다. 황등역 뿐 아니라 이리역도 마찬가지다. 이리는 익산으로 바뀌었고 익산역은 KTX.. 서늘한 숲/노래를찾아떠나는여행 2016.09.16
물레방아 도는데 아, 나는 눈만 감으면 지금도 천리를 단숨에 뛰어넘어 고향엘 간다. 팽나무, 감나무, 대추나무, 뽕나무가 지천으로 널려 있고 남해 삼천포 등을 잇는 ‘한려수도(閑麗水道)’가 한눈에 잡히는 곳이다. 내 나이 일곱 살 때 당시 ‘제2차 세계대전’ 막바지, 패전위기에서 발악하던 일제는 .. 서늘한 숲/노래를찾아떠나는여행 2016.09.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