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한파다. 삼한사온이라는 우리나라의 전형적인 겨울 기후가 한동안 그 틀을 깨고 진행되더니 근래 몇 년은 다시 정상으로 되돌아왔다.
이까짓 추위에 강원도 산골에 살 때에 비하면 천국이다. 가끔 부산에 갈 때가 있었는데 엄청 푸근했다. 그런데 그곳 사람들은 춥다고 두터운 털 점퍼를 입고 있었다. 아니 이 사람들은 덥지도 않나?
진주에 오니 역시 최저기온을 기록하는 대관령의 추위와는 다른 세계다.
영덕 여행이다. 오랜 만에 드넓은 바다를 본다. 진주에서 40분 정도 되는 지척에 삼천포 바다가 있거늘 이곳에 와서 아직 한번도 가 보질 못했다. 추운 날의 바다는 한층 검푸르다. 동해바다는 가슴을 먹먹하게 하는 위압감을 준다. 안온한 느낌의 남해바다와는 다른 매력이다.
영덕 읍내 삼각주공원에 외나무다리 노래비가 있다. <외나무다리>는 배우 최무룡이 불러 제법 알려진 노래다. 이 노래와 영덕과는 사실 별 연관이 없다. 노래비를 영덕에서 세운 것은 작사가 고 반야월 선생이 고향의 정서를 담은 이 노래비를 이곳에 세웠으면 하는 생전의 의중을 따랐다는 전언이다. 굳이 하나 더 연관성을 찾아 붙이자면 강대진 감독 최무룡 김지미 주연의 1962년 영화 <외나무다리>에 강구면이 나온다. 강구의 별표통조림 공장에 다니는 여인이 홀로 아들을 키우며 고생하는 설정이다. 노래는 영화의 주제곡으로 쓰였다.
외나무다리라고 만들어 놓았다. 유치하다.
오십천의 겨울
노래 가사에 나오듯 영덕 삼화리의 봄은 온통 복사꽃 천지다. 지금은 겨울이다.
나무다리라고 만들어 놓았다. 유치하다.
오랜 만에 만난 포구는 역시 엑조틱해서 좋다. 그 부산스런 분위기도 좋고. 강구항의 이곳저곳 둘러보며 걸을 땐 날이 포근해 약간의 땀이 난다.
바다, 포구 여행은 겨울이 가장 좋은 것 같다.
한국가요사에서 가장 많은 히트곡을 낸 반야월. 전국에 그의 노래비가 소양강처녀의 춘천을 비롯해 일곱 군데 있다 한다. 유족이 그 자치단체를 상대로 사용료를 달라는 요구를 오래 전부터 하고 있는데 딱 한군데 영덕만이 저작료를 지불했다 한다. 유명한 노래는 암묵적으로 사회 공적재산이 되었으니 지적재산권을 요구하는 건 아무래도 욕심인 것 같다. 노래비야 상업적 이득을 얻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저작자의 명예를 높이는 것 아닐까 하는 사견이다. 안익태의 유족이 정부에 애국가 저작권료를 요구한 것도 법적으로는 가하지만 사회통념상 부정적인 눈초리를 받은 것도 그런 맥락이다. 다시 취소하긴 했지만.
반야월 작사 이인권 작곡 최무룡 노래 : 외나무다리
'서늘한 숲 > 노래를찾아떠나는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송학사가 어디 있게? (0) | 2017.01.14 |
---|---|
시오리 솔밭길 (0) | 2017.01.07 |
두물머리 (0) | 2016.10.17 |
그리운 나의 고향역 (0) | 2016.09.16 |
물레방아 도는데 (0) | 2016.09.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