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에도 서늘하게 냉기가 끼치는 고랭지의 이 숲은,늦은 봄에도 잔설이 남아 있는,1년의 반이 겨울이다. 좋아하는 우리나라 트레킹 길이 몇 군데 있는데 그중에서도 나는 이 숲길을 가장 좋아한다.여름과 가을엔 사람이 북적거리는 매력이 있고,요즘 같은 겨울엔 고독하고 적막한 풍경이어서 좋다. 다만 선자령으로 오르는 등산로는 요즘도 사람들이 많이 오르내린다. 맹렬한 한파에다 대관령에 오르니 사나운 칼바람으로 눈물이 날 정도로 춥다.눈 쌓인 오솔길로 들어서니 바람 한 줄기 들어오지 않는 고요한 숲이 되었다. 그리고 숲이 온전히 나의 것이 되었다. 밖의 세상에서 무슨 지랄들을 해쌌든,고요의 숲은 그저 깊게 우거졌다.말없이 계절이 흘러간다.나도 그렇게 흘러가고 싶다. 시간은 흘러가고 이 서늘하고 그늘진 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