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숲/숲에서 228

산굼부리 억새

바람이 불어오는 곳 그곳으로 가네 햇살도 눈부신 곳. 제주 산굼부리가 가을 억새 명소라 하기에 한번 가 보고 싶었다. 과연 풍광 좋은 절경이긴 한데 기대치가 너무 높아서였을까. 정선 민둥산의 억새와 사자평의 들판을 이미 본 눈에 산굼부리는 그닥 기대치에 미치지는 않았다. 비주얼은 황홀하리만치 새하얀 민둥산의 그것에 못 미치고, 스케일은 광활한 사자평의 그것에 못 미친다. 제주 대부분의 관광지처럼 이곳은 입장료가 있다. 입장료 6천 원. 만약 이곳을 기준으로 입장료를 산정한다면 민둥산은 12,000원, 사자평은 1만 원 정도 책정할 수 있겠다. 다만 이곳은 바로 대로 옆 평지라 접근성이 좋아 그만큼의 프리미엄이 있긴 하다. 어쨌든 돌 바람이 많은 제주라 그것들과 어울린 억새 풍경은 근사하다. 더구나 우뚝 ..

겨울에 아름다운 자작나무들

자작나무. 맑은 날에 눈부시게 빛나는, 겨울을 닮은 나무. 어릴 적 아궁이에 넣으면 그 특유의 수피가 타는 소리, 자작 자작 자작거린다 해서 자작나무라 했다지. 인제 원대리는 워낙 유명해서 나무보다 사람이 더 많을 정도로 미어터지지만 의외로 잘 알려지지 않은 자작나무숲이 김천에 있다. 국립김천치유의숲. 막 시작한 겨울. 나뭇잎 모두 떨군 자작나무들이 하얀 자태를 뽐내고 섰다. 몹시 추운 아침이었다. 숙종의 비인 인현왕후는 장희빈을 꼭두각시로 앞세운 소론 일파에 의해 폐비되었다. 갈곳이 없던 왕후는 외가와 인연이 있던 이곳 수도산 청암사에 의탁했다. 이 수도산에 ‘인현왕후길’이란 테마 길을 조성해 놓았다. 작년 겨울 이 길을 한 바퀴 걸었었다. 이번엔 치유의숲을 탐방하다. 겨울에 아름다운 자작나무라지만 황..

드디어 으름을 먹어 보다

오랫동안 하고 싶었던 게 있었다. 사진으로도, 직접 숲에서도 수없이 봐 왔던 것. 으름이다. 이걸 한 번 먹어보는 것이엇다. 수없이 본 것은 덩굴이나 잎, 또 꽃이었고 가을 초입에 열매도 보아 왔지만 아직 익기 전이었다. 그래 그 흔한 걸 여직 한번도 먹어보지 못하였다. 회사 옆댕이 숲에도 으름덩굴들이 있어 작년 가을에 보니 제법 많이 달렸다. 올커니, 올해는 먹어 보겠구나 했더니 어쩐 일인지 그냥 까맣게 잊어먹고 있다가 퍼뜩 생각나 가 보니 이미 다 떨어져 없어진 뒤였다. 스스로 게으른 건 늘 자인하고 있는 터지만 이건 좀 아니다 싶다. 어쨌든 작년은 게을러서 못 먹어 보고 올해도 보니 또 작년처럼 달려 있다. 이번엔 잊어 먹지 말자고 집중해서 염두에 두고 있다가 드디어 오늘 탐스럽게 벌어진 으름 하나..

동백을 보러 갔지만 동백꽃은 보지 못했네

광양 옥룡사지에 동백숲이 있다고 그러면 당연 지금쯤 동백꽃이 덜퍽지게 피었을 게라고 거의 한나절을 걸려 당도했다. 과연 동백림은 거창한데 꽃은 없다. 안내판에 의하면 이곳 동백나무가 약 1만여 그루로 국내 최다라고 한다. 근데 꽃은 없다. 아직 덜 핀 것도 아니요, 이미 진 것도 아니다. 이곳 동백나무들은 화려하게 꽃을 피우는 나무가 아닌 것이다. 부산 동백섬도 나무는 빽빽하게 우거져도 화려항 꽃잔치는 없다. 나처럼 이름만 듣고 온 관광객들이 실망스러워하는 대화들을 나누며 아쉽게 떠나간다. 가물에 콩나듯 두어 송이씩 달린 동백꽃. 꽃이 구쁜 관광객들이 그나마 폰을 내밀어 찍는 포토존이다. 이날 이곳에서 가장 화려하게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건 입구의 이 여인이다. 헤일수 없이 수많은 밤을 ~~ 나도 적잖이 ..

영덕 벌영리 메타세쿼이아 숲

오늘 10월 중순인데 엄청 덥다. 숲에 바람 한 줄기 안 들어오고 등골에 땀이 송글송글. 뉴스에서는 이상고온이라는 보도가 나온다 어쩐지. 나만 더운 게 아니었구나. 내일부터는 기온이 뚝 떨어진다고 한다. 영덕 벌영리 메타세쿼이아숲 그리 알려지지 않은 곳인데 어찌들 알고 찾아왔는지 주차장에 차가 가득하다. 아직 여름의 잔상이 가득한 푸른 숲속의 풍경이다. 이제 저 푸른 저 나뭇잎도 조락하기 시작할 것이다. 좋은 나날들이다. 10월의 멋진 날이다. Meav - The Mermaid

서울숲 튤립

이제껏 살면서 튤립을 수없이 보아 왔지만, 다 사진이나 영상 등이였지 실사물을 본건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숲. 사람이 엄청나게 많다. 인파에 떠밀려 저절로 흐르는 것 같다. 여러번 갔었지만 이렇게 사람이 많은 건 처음이다. 거리두기 방역지침이 무색하다. 지금 코로나 시국 맞어? 오늘 무슨 행사 있나. 했더니 온통 튤립이다. 아 튤립! 튤립은 색도 아주 여러 가지다. 난생 처음 보는 튤립, 원없이 눈요기 하다. 사람들이 그래서 많은 거였군. 사람 구경도 원없이 하다. 그냥 눈에만 담을 생각이었는데 동행인이 사진을 찍으라고 자꾸만 종용한다. 잔소리(?)에 굴복하여 카메라를 꺼내 시늉으로 대충 몇 장 찍는다. 나중에 보니 그래도 제법 잘 나왔다. 윌마 고이크 : In Un Fiore

우와, 호랑지빠귀다!

올해는 모든 봄꽃들이 일찍 피었다가 일찍 졌다. 진달래 보러 창원 천주산에 갔다가 때를 놓쳐 흐드러진 꽃은 못보고 새 한 마리를 보았다. 점점무늬의 호랑지빠귀다. 강원도 시골에서는 귀신새라 하며 5월부터 밤에 귀신소리를 낸다. 사진으로만 봐 왔던 호랑지빠귀를 난생 처음 보다. 아마 처음이자 마지막일 것도 같다. 행여 인기척에 달아날까 나무 뒤에 숨어 찍느라 잘 담아내지 못했다. 아무튼 진달래는 아쉬운 대신 저 귀한 새를 보게 된 건 행운이다. 정말 봄이누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