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숲/마을이 있는 풍경 637

부산 감천마을

13일의 금요일이다. 음산한가. 게다가 부슬부슬 는개비가 내렸다. 음산하다. 하루종일 햇빛이 없었다. 계획된 도시의 정연한 질서보다 아무렇게나 난립하여 자연적으로 성립된 골목길이 더 정겹고 푸근하다. 오래된 옛 골목길에서는 정신없이 빠르게 달려가는 세상의 속도를 잠시 잊는다. 물론 그 주민들도 첨단문명의 이기와 문화를 공유하고 있을 테지만. 이곳의 집들은 마당이 없다. 사람이 살 수 있는 최소한의 공간만 소유하고 도열해 있어 공중에서 내려다보면 참말로 좁디좁은 가옥들이다. 그러면서도 산록면에 위치한 독특한 구조라 집집이 다 햇빛을 담뿍 받고 산다. 물론 는개비 내리는 이런 날은 음산하다. 부산 감천마을. 웬만한 곳은 다 재개발하여 헐리고 계획 신도시로 변모하지만 감천마을은 옛 모습 그대로 천년을 이어갈 ..

예천 금당실. 가을이 발치 끝에 다가왔네

정기도보 답사에 나선 길에 염두에만 있던 금당실을 속속들이 둘러보았다. 어느 해 연분인가 예천 지보면에서 한 석 달간 지내면서 딱 한번 가 본적이 있었는데 지나는 길에 호기심으로 들여다본 것이어서 가 봤다고 할 수는 없다. 그때는 몹시 추운 겨울이어서 황량하고 척박한 기억인데 맘먹고 둘러보니 여러 감상이 느껴진다. 어릴 적 시골에 살았던 사람은 알 수 있는 아련한 모태적 그리움 같은 것. 요즘은 시골이라도 옛 고향의 정취가 거의 없다. 이곳 금당실은 현대 문명이 공존하고 있어 뷰가 그닥 시골스럽지 않은데도 어쩐지 옛 시골에서의 감성이 소담스레 젖어든다. 오곡백과가 영그는 이 시절이라 금당실의 풍광이 더욱 애절하다. 다시 유년시절의 시골로 돌아갈 수는 없다. 수구초심이라 사람이 나이가 들면서 점점 뼈저리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