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숲/음악 이야기 148

임을 위한 행진곡

TV는 연일 빨갱이들의 폭동을 보도했다. 악몽의 나날들이었다. 북한방송이 김일성이나 김정일의 동향을 보도할 때는 동영상이 아닌 스틸사진을 내보냈다. 정지사진이 전하는 메시지가 더욱 강렬하고 선정적이기 때문이다. KBS 역시 그랬다. 북한 지령을 받은 불순분자들의 폭력적인 스틸사진이 이어지면서 국민들은 공포에 떨었고 전두환의 군대가 그 폭도들을 쓸어 버리길 바랬다. 악몽의 나날들이었다. 그렇게 철저하게 외부와 차단된 광주는 살이 터지고 피가 흘렀다. 전두환 장군은 이미 방송과 언론을 장악하여 그에 맞서는 자가 전무한 상태였다. 국민들은 그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전혀 알 수가 없었다. 화려한 휴가가 끝나고 난 후에야 사람들은 비로소 가장 비참한 역사를 보고 만다. 1980년 봄은 가장 비정한 봄이었다...

2월과 함께 겨울도 끝났다.

오랜만에 예술의전당에서의 클래식 감상. 코로나 이후로 공연 횟수도 줄었고 입장 관객수도 제한돼 왔다. 이번에는 작심하고 두 달 전에 일찌감치 예매를 했다. 자리도 아주 앞자리. 그간은 늘 뒷북을 쳐 그 많은 로얄석을 다 놓치고 뒤쪽이나 양 가장자리 쪽 자리만 겨우 앉았었다. 클래식 공연이야 음악을 들으면 됐지 앞자리면 어떻고 뒷자리면 어때? 하지만 음악을 들으려면 집에서 유튜브로 들으면 되지 뭐러 비싼 돈 내고 공연장엘 갑니까. 연주자들의 모션 하나나라를 현장에서 직접 보며 생생한 음질을 느낄 수 있다. 게다가 음악 외에도 관객들의 열기 또한 현장 아니면 느낄 수 없다. 지휘자의 퍼포먼서는 또 얼마나 멋진가. 하루 종일 하늘이 회색빛으로 낮게 내려앉았다. 더도 아니고 덜도 아닌 딱 2월의 날씨다. 관객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