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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주 종댕이길

충주 걷기, 하면 종댕이길이 유명하지만 걸어본 결과 그 유명세만큼은 매력이 못미친다. 물론 호수는 아름답다. 마타리꽃 – 종댕이길에서 그래요 제가 당신께 원하고픈 건 그냥 당신이 제 곁을 떠나지 않으셨다는 작은 느낌 하나만 거둬가지 말라는 거예요 당신 앞에 서면 충주호 호수같이 맑은 동공을 지켜봄이 맘 시려와 어쩜 섬섬이 묻어나는 가녀린 한숨마저 토해낼 수 없음이 실은 크나큰 아픔입니다 종댕이길 휘미진 숲 늦여름 갈꽃 덤불 너머 오도마니 피어난 잊혀진 여인 같은 향기 없는 꽃 한 송이 너덜을 미끄러져 내려온 솔바람이 부스스한 당신의 머릿결을 흩날릴 때 창백한 하늘가에 걸린 낮달만이 내내 엇찔하게 다가옵니다. ..

익산 함라마을옛담장

정겨운 우리의 시골 마을.한옥 지붕과 토석담이 있는 풍경입니다. 우리 전통 마을을 찾아다니는 걸 좋아합니다.순천 낙안읍성이나 전주 한옥마을같이 유명세 높고 관광객들 많이 몰려드는 곳보다 내 유년시절의 정경이 남아 있는 한갓진 동리가 좋아요. 시방 함라마을은 온통 배롱나무 붉은 꽃 천지입니다. 토석담과 어우러진 백일홍이 가장 아름다운 계절입니다.대청마루에 어머니 무릎을 베고 누워 백일홍 꽃잎 지는 걸 보고픈, 사무친 그리움의 계절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나는 다섯 살 때 엄마 무릎을 베고 누워 뒤꼍에 하롱하롱 날리는 앵두나무 꽃잎을 바라보던 기억이 있어 지금도 생생하고 그립습니다. 그럴 때 개울 저 건너 되지기 논에서 아버지가 소를 부리는 메나리소리가 들려오곤 했습니다. 또 사랑방 툇마루에 조르르 앉..

지리산으로

2박 3일의 예정으로 집을 나서 그 첫 여정이 천왕봉이었습니다.무덥던 날이 정상으로 복귀했는가, 새벽 기온이 제법 서늘하더니 지리산 등반 내내 덥지 않은 날이었습니다.중산리 코스는 몇 번 오른 적이 있어 그 험준함을 알아 미리 각오한 터였습니다.10년도 더 전에 갔던 길과는 많이 변해 있어 곳곳에 나무데크가 정비돼 있습니다. 오르기 좀 수월하긴 했지만 자연미가 반감돼 그건 또 서운했습니다. 과연 예상대로 내내 가파른 오르막길.정아씨는 출발 때부터 힘들어했는데 장장 12시간을 굳건히 버티고 큰 일을 해냈습니다. 참 잘했어요.황매산에서 유진씨의 내공을 보고 내심 감탄했었는데 과연 대단한 능력자임을 확인했습니다. 힘이 왜 안들었겠을까마는 내색 한번 안하고 싱싱하게 완주한 이날의 위너였습니다. 어쨌든 지리산은..

천수만의 진주 같은 섬 죽도

남당 항구에서 먼발치로 건너다보이는 건 태안반도 안면도다. 그 사이의 바다는 천수만이고 일종의 지중해다,죽도는 이 천수만 바다의 정가운데 있다. 부두에서 도움닫기하면 건너 뛸 수 있겠다 싶게 지척이다.배로 10분이면 죽도에 닿는다. 말로만 듣던 죽도에 들었다. 홍주해운을 통한 가까운 섬여행이었다. 홍주는 이곳 홍성의 옛 이름이다.숨이 턱턱 막히게 무더운 날이었다. 대나무가 많아 죽도라니 과연 이 작은 섬의 팔 할은 대나무다.전에는 인적 없는 수풀이었을 이곳에 지금은 구석구석 트레킹 길이 잘 조성돼 있다. 배는 사람을 하나 가득 실어와 몇 번을 풀어 놓았는데 그 많은 사람들은 어디 갔는지 길은 여전히 한적하다.검은 갯벌로 드러난 바다. 먼 배래에 쏟아져 빛나는 윤슬. 여느 서해바다와 별다르지 않은 풍..

무안 갯벌랜드

갯벌은 생명이고 우주다. 무안 해제면 현경면 일대의 광활한 갯벌.넓은 만큼 온갖 생물들이 질펀한 삶을 누리고 있는 곳이다.증도와 함께 우리나라 최초로 갯벌도립공원으로 지정된 곳이다. 해남 영암 무안 함평 일대는 토질이 황토다.질 좋은 황토는 농작물뿐 아니라 비가 오면 황토물이 해안 갯벌로 흘러 들어가 뻘 생물들에게도 풍부한 먹을거리를 제공한다. 전라도 서남해안 지역은 이런 천혜의 생태자원을 지닌 땅이다. 갯벌 바닥은 온통 칠게 붉은발농게 망둥어들로 뒤덮여 있다.눈에 띄지는 않았지만 뻘 속에는 이들을 먹이로 서식하는 낙지들이 득시글거릴 것이다. 갯벌을 가로질러 나무데크길을 놓아 다니긴 편한데 데크가 좀 높아 생물들을 눈앞에서 볼 수는 없다.그래서 오히려 생물들이 맘 놓고 기어다니니 먼발치서 보아도 우글..

연천 차탄천 주상절리길

연천이다.국토 끝쪽 군사지역이라 카카오네이버 지도에도 노출이 안되는 변방. 이곳에도 삶은 있다.어디든 마찬가지다. 오일장날인데 사람이 없다. 장꾼 대여섯이 좌판을 늘어놓았고, 구경꾼은 그보다도 없다. 쏟아지는 태양열.주상절리라 그늘을 지워 줄 나무숲이 별로 없다. 온몸으로 햇살을 받는다. 천변에는 시종 개망초가 지천이다, 한국의 여름은 개망초의 계절이다. 이방원의 수레가 빠졌다는 데서 이름이 유래한 수레여울 차탄천(車灘川).철원에서 발원해 흐르다가 전곡읍에서 한탄강에 합류한다. 이 물길이 흐르는 양쪽 강안은 주상절리 높은 절벽들이 이어진 천혜의 비경이다.더불어 자연의 순수함이 고스란히 담긴 이 물길을 걷는다. 연천군은 이곳의 비경과 함께 물이 깨끗하다고 홍보하지만 물은 깨끗하지 않다.탄광 ..

치악산 구룡계곡

구룡계곡에 들다.어느 계곡이라고 아름답지 않은 곳이 없지만 구룡사를 끼고 오르는 골짜기가 주는 청아한 느낌이 이곳 구룡계곡의 매력이다. 해와 구름이 갈마드는 숲은 기묘한 분위기다.저 먼 남쪽에 장마전선은 있다 하는데 아직은 상쾌하고 부드러운 날이었다.기온은 높아도 내내 건들바람이 불어 덥지는 않은 숲길 여행. 구룡사를 둘러보고 본격적으로 깊은 계곡 속으로 들다.세렴폭포까지 다녀올 요량이었다. 더도 덜도 아닌 꼭 7월의 짙은 골짜기 풍경,들어오는 상념과 함께하는 고요한 한때였다. 목적지인 세렴폭포.폭포는 높이가 높은 것도 아니고 장쾌하게 쏟아지는 비경인 것도 아니고 소가 웅숭깊은 것도 아니다.세렴폭포를 과장해서 미화하는 사람은 구라쟁이다. 이곳을 목적지로 하는 것은 폭포를 보기 위함이 아니..

교외선 기차 타고 송추계곡

송추계곡을 가려면 교외선을 타야 한다.추억의 기차 교외선이 작년에 재개통되었다.빠르고 쾌적한 것으로만 진격하는 현 세태에 새로 개통한 교외선은 여전히 느리고 불편하다. 불편함과 옛 정서를 추억하고 싶거들랑 교외선을 타라. 의정부역으로 해서 송추계곡을 갔다가, 돌아올 때는 반대로 대곡역 방향의 기차를 탈 요량이었다.도봉산역에서 의정부행 1호선으로 환승해야 하는데 그날 대형 사고가 있었다. 관리자들이 1호선 출입을 통제하고 있었다. 전기공급 이상으로 운행이 중단되었다고 한다.뉴스를 검색해 보니 창동역 이북의 1호선 전철이 전면중단이다. 승객들이 모두 큰길로 나가 버스정류장으로 몰려들었다. 출근시간이었다.버스승강장 부근은 인파로 혼잡했다. 폭우까지 쏟아지는 아침이었다. 경찰관 여럿이 나와 질서를 정리해 주..

저문 강에 삽을 씻고

전날에 장장 열두 시간 지리산 산행을 한 데다가 저녁에는 와인을 마시고는 꽐라 되어 쓰러졌더니 아침에도 개운하지 못한 컨디션으로 일어나 나선 길이었다. 섬진강 여행.집을 나설 때의 설렘은 없고 자꾸만 몸이 까라지는 노곤한 상태였다.또 날은 몹시 무더웠다. 오랜만에 섬진강을 걸었다. 지금은 봄도 아니고 가을도 아니고 여름이다.언제나 그 자리에 있는 강, 그 물줄기.그래도 역시 강산은 변해 주위 풍경이 많이 바뀌었다. 찻길이 넓어졌고 강변으로 트레킹길이 나 있다. 그 길을 걸어 이틀간의 여정을 떠난 길이었다. 고독도 이골이 나는 건지 이젠 그런 감성조차 모르겠다. 그저 내리쏟는 햇빛이 싫어 자꾸 그늘만 찾게 되는 무덤덤이다. 섬진강 트레킹은 그늘이 많아서 좋다. 축축이 젖은 모래는 여인네 살갗처럼 부드..

신의 우물, 아산 신정호수

야트막한 남산 숲길을 걸어 내려오면 펼쳐지는 아담한 호수 하나.아산 신정호.계절이 계절이니만큼 푸른빛 가득한 청량한 정경입니다. 일제강점기에 만들었다고 하니 역사가 오래된 인공호수입니다.아담한 호수라고 했지만 그 둘레길이 6km나 됩니다. 여유롭게 둘러보려면 한나절은 좋이 걸려요. 지금은 연(蓮)의 계절이라 눈 닿는 곳마다 연꽃이 지천입니다.현재는 지방정원이고 국가정원으로 승격하기 위한 프로그램이 진행 중입니다.지금 남산 기슭에 스카이워크 공사 중인데 이것이 완공되는 올 연말이면 온양온천역에서 출발하여 남산을 거쳐 호수를 돌아보는 아름다운 트레킹코스가 될 듯합니다. 날이 궂은 시절이라 습하고 무덥지만 장마가 끝나고 쾌청한 날들이 오면 호수에 담긴 맑고 푸른 풍경이 기대됩니다. 신정호(神井湖),‘신의 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