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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은 바다에서 먼저 온다, 석모도 칠면초

가을이 오기를 별렀다가 석모도를 다녀오다. 이곳의 칠면초 군락지가 장관이라는 명성을 듣고 있었더랬습니다. 과연 명성대로 칠면초가 질펀하게 덮여 있습니다.또 가을이라 붉게 물들어 있습니다. 근데 좀 아쉽습니다.이렇게 허연 건 죽은 것도 아니고, 흑백으로 찍은 사진도 아닙니다.만조 때 물에 잠겼다가 뻘을 뒤집어써서 이런 외양이 됐습니다.시각상으로는 아쉽지만 갯벌은 살아 있다는 생생한 현장입니다. 역시나 이곳 갯벌에도 뭇 생명들이 지천으로 삶을 영위하고 있습니다. 어린 칠면초는 나물로 먹는다고 하는데 나는 한번도 먹어 보지 못했기 때문에 톳이나 미역 따위 그런 해초 맛이 아닐까 추측합니다. 이국적 풍광의 갯벌 앞에 서면 마음이 침잠해져 의도하지 않은 사색의 모드에 빠지기도 합니다.더구나 저리 붉은 ..

[도시투어] 나주 관아거리

실은어려서는 사회시간에 배의 특산지라고 배운 것과,커서는 곰탕이 유명한 것으로 듣는 것 것 말고는 그닥 많이 접하지는 못한 도시였다.머나먼 남쪽 이방으로만 인식됐던 이곳 나주 거리를 직접 걸었다.멋진 일이다. 전주부(全州府)와 나주목(羅州牧)에서 전라도가 되었을 만큼 과거 지방행정의 중요한 거점 고을이었던 나주다.지금은 그 영화 사라진 소도시지만 나주관아 일대는 지금도 옛 고도(古都)의 품격을 갖추고 있다.오래된 건축물이지만 여전히 고색창연한 금학헌 서성문 나주향교 금성문 나주목사내아와 옛 거리,그것들을 둘러싸고 있는 현대의 거리.고금을 넘나드는 매력 있는 여행지다. 정말로 곰탕집이 많긴 하네. 본 조비 : It's My Life

함평 돌머리해변 주포한옥마을

아침놀을 보러 돌머리로 나갔다. 서해바다에 왔으니 해돋이는 바다가 아닌 뒷동산 일출이다.해가 어디서 뜨든 어둑한 이른 새벽은 고요하고 불그스레한 대지는 장엄하다.아침과 저녁 매일 두 번씩 낮과 밤이 교차하는 아름답고 신비한 시간이다.낯선 이방에서의 시간은 조금 더 비잔하다. 원래는 노을이 목적이 아니었다. 오래전에 우연히 지나가다 눈에 들어온 한옥마을이 인상에 남아 언제 한번 다시 가 보리라 생각하고 있었다.여행 코스로 잡고 검색을 해보니 실은 한옥마을은 아니고 숙박촌이었다. 주민들이 거주하진 않고 각각 숙박업 주인들이 영업하는 곳이다.때로는 멋들어진 한옥에서 하룻밤 자 보는 것도 괜찮다. 이곳은 함평에 있는 주포한옥마을.유명한 돌머리해변과 드넓은 갯벌이 바라다뵈는 언덕에 자리하고 있다. 고풍의..

왕과 사는 영월

영월의 슬로건은 ‘영월드’이다.영화가 흥행한 이후로 ‘왕과 사는 영월’로 바뀌었다. 동강과 장릉, 청령포는 예전부터 유명한 관광지여서 영월군 수입의 중요한 자원이었는데 이제는 거의 절대적인 위치로 부상했다. 장릉은 여러 번 가 보았으니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물무리골생태습지와 능말웰빙탐방로를 돌아보았다.장릉 왼쪽 담장을 따라 능 뒤편으로 돌아가면 전나무숲과 함께 습지와 숲속을 탐방하는 트레킹 길이 있다.어느 결에 숲 속속들이 가을이 들어와 있었다. 장릉은 여러 번 다녀왔다. 그리고 청령포. 청령포의 상징은 소나무다.대규모 숲은 아니지만 한 그루 한 그루 모두 빼어난 외형이다. 이런 소나무들로만 이루어진 천혜의 아름다운 송림이다. 삼면은 물이고 뒤편은 절벽이니 이곳 청령포는 최고의 유배지였을 것..

[도시투어 서울] 말죽거리 연애사

서울에 살아본 이력이 없어 당연 말죽거리에 대한 추억도 에피소드도 없다.‘말죽거리’하면 연상되는 건 토속적인 지명이라는 것과,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의 김부선 정도다. 지명의 유래는 다 아는 바와 같고.그리 특별해 보이지 않는, 서울의 여느 흔한 골목 중의 하나다. 말죽거리에는 은광여고가 있다. 국민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지겹게도 썼던 국군장병위문편지.일말의 성의 없이 선생님이 하라니까 편지지 한 장만 겨우 채워 제출했던 기억들이 다들 있을 것이다. 내용은 거개가 다 똑같다.여름이라면.“무더움 속에서 얼마나 수고가 많으십니까”겨울이라면,“추위 속에서 얼마나 고생 많으십니까”로 시작해서 용감한 국군아저씨 덕분에 우리들은 오늘도 공부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저두 이담에 크면 씩씩한 국군이 되어서 ..

[도시투어 경산] 남매지 서상길 감못

옛날에눈먼 어머니와 남매가 살고 있었대요.너무나 가난해 오빠가 남의 집 머슴살이해서 벌어 오는 걸로 겨우 끼니를 잇는 형편이었대요.가난을 벗어나고자 오빠는 과거급제로 신분상승을 꿈꾸며 날마다 공부를 했습니다. 드디어 과거공고가 나 한양으로 가야 하지만 한양 갈 돈이 없어 또다시 절망에 빠졌는데,여동생이 동네 황부자 집에 식모살이로 들어가면서 오라버니 한양 갈 노잣돈을 미리 좀 달라고 간청해 드디어 과거길을 떠났대요. 근데 황부자네 망나니같은 아들놈이 여동생을 겁탈해 동생은 시름시름 고민하다 마을 앞 연못에 투신하고 말았어요. 그때 딸을 구하려던 눈먼 어머니마저도 객이 되고 말았어요. 한양 간 오빠는 꿈에 그리던 과거에 급제해 기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비극을 마주한 오빠는 버티지 못하고 연못에 몸..

의령 동굴법당 일붕사

문득 나타난 천혜의 절경이었다.여기가 의령 9경 중의 하나인 봉황대다.그리고 그 아래 들어앉은 사찰 하나. 돌아다니다 보면 좋은 자리나 또는 명승지, 풍수상의 주요 길지 등은 보통 절이나 암자들이 차지하고 있다.전에는 아무 감정 없었는데 한국의 불교가 중생들의 삶보다는 그들의 호화향락에 더 치중해 왔다는 불편한 감정이 생기기 시작했다.조선왕조의 숭유억불 정책의 명분이 어느 정도는 수긍이 간다. 저속하고 음험한 세력의 혹세무민의 행태가 곱게 보이지만은 않았으리라. 이 봉황대를 차지한 사찰은 일붕사(一鵬寺)다.일붕선교종의 총본산이라고 하는데 생전 듣지도 보지도 못한 종단이다. ‘재단법인’이라 한다.80년대 생긴 종파라고 하니 역사도 일천하다. 이 사찰이 별종인 건 봉황대 바위를 뚫어 법당을 만들었다는 ..

9월 5일 맥문동은 별로 없는 장항숲

추운 새벽.잠을 깨 이불을 내려 덮었어요.얼마 만에 덮어 보는 이불인지. 이래저래 가을이 왔나 보구나. 그렇게 쌀쌀한(?) 아침으로 시작해서는정말 오랜만에 땀 한 방울 안 흘린 나들이였습니다.장항 솔숲 안으로 내내 바람이 지나가고 꽃보다는 덥지 않은 날씨가 더 좋았습니다. 사실 맥문동 꽃은 뭐 볼품없었습니다.아직 덜 피거나 이미 진 게 아니라 꽃송이 자체가 흉작입니다.보랏빛 융단이 깔린 송림을 기대했지만 보라 아닌 초록색 숲이었습니다. 그래도 시원한 바람과 솔숲의 쾌적함.그리고 드넓은 갯벌의 풍광을 만끽한 좋은 나들이였습니다.많이 걷지 않아서 더 좋았던... 이렇게 찬바람이 나니 가고 싶은 곳이 부쩍 많아졌습니다.모두모두 문밖 나들이 많이 하는 가을이 되길 바랍니다. 보랏빛 맥문동은 드문드문 성기게 피..

군산 은파호수

거울처럼 맑은 호변에 서면 스스로의 마음도 그처럼 고요하게 침잠하는 것처럼 느껴진다.때로 인적이 많아도 호숫가의 느낌은 아늑하고 평온하다. 이런 호수를 보는 것을 좋아한다.원래 농경국가였던 우리나라는 방방곡곡 크고 작은 저수지가 많으니 이 또한 소소한 행복이다.세련된 인공조형물이 즐비한 호수 말고 농토에 물 대는, 자연 그대로의 물가가 좋다.호안과 수면과 수중에서 들려오는 뭇 생명들의 충만한 삶의 소리가 좋다. 군산 은파호수공원.‘은파’라는 문학적인 이름은 비교적 근래에 붙인 이름이고 이 저수지의 원래 이름은 미제지(米堤池)였다고 한다. ‘쌀물 마을의 방죽’이라는 뜻이다. 지금도 지도에는 미제저수지로 나온다. 더도 아니고 덜도 아닌 여름 최절정의 아우라가 충만한,여름 그 자체를 감상하다. 사진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