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숲/노래를찾아떠나는여행

송학사가 어디 있게?

설리숲 2017. 1. 14. 23:32

 

 산모퉁이 바로 돌아 있지.

 중학교 때 이 노래가 유행할 때 덩달아 유행했던 조크였다.

 송학사는 특정한 사찰이 아니다. 작자인 김태곤의 가상의 절이다. 김승옥의 무진이나 황석영의 삼포 같은 곳이다.

 

 

 

 

 

 

 

 

 

 

 "내가 작사 작곡하고 또 부른 이 노래가 방송을 타고 나간 후 많은 사람들이 물었다. 송학사는 어디 있냐고.
그때마다 나는 잘 모른다고 할 수도 없고, 설명하려니 해야 될 말이 너무도 길고.
나는 대학에서 요업과를 전공하였는데 실습시간 도자기 가마의 이글거리며 타는 불을 응시하면 왜 그런지 언제나 '나는 어디에 있는가, 내 자리는 어디에 있는가' 하는 막연한 의문이 불꽃처럼 점멸하면서 가슴에 오가고 하였다.
그것은 어쩌면 음악을 너무도 좋아하여 전공마저 외면한 채 음악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내 삶에 대한 망설임의 아픔이기도 한 것이었다.
'나는 어디에 있나, 내 자리는 어디냐'하는 회의에 사로잡히곤 하였다.
그리고 그 아픔을 동반한 목마름과 방황이 결국 음악을 선택하게 하였으며, 그 연장이 '송학사' 노래를 만들고 부른 연유가 되었다고 할까.
일상적인 되풀이 속에서의 권태, 과녁이 불투명한 내일에 대한 좌절, 때로 엄습하는 절망, 사는 과정에서 인간이면 누구나가 몇 차례 느끼고 겪는 일이겠지만 나의 경우 그 탈출을 음악에서 찾고, 음악으로 꿈과 환상을 키우며 살아왔다고 할까.

그 헤매던 시절 내 가슴에 그려본 그림. 이름 모를 산모퉁이 돌아서니 소나무에 둘러 싸여 있는 작은 절. 그곳엔 잔잔한 계곡이 있었고, 밤벌레의 울음소리가 들렸고, 별빛이 고왔고, 그리고 누구를 무엇을 향한 것인지도 모르는 그리움을 무거운 짐처럼 짊어지고 서 있는,

내가 있는 '' 송학사.
내 마음속의 작은 절,

그러니 어디에 있느냐고 물을 때 어찌 대답하랴....
내 마음의 송학사, 그것이 인연이 되어 입문한 불법의 세계, 전법사 '김태곤'  음악으로써 포교를 하리라.
부처님 오신 날이 가까워지면 자주 들리는 '송학사'의 멜로디. 그것은 내 젊은 날의 방황과 그리움의 노래였지만 어느덧 내 마음의 조촐한 법당으로 둔갑되어 나를 부른다. 어서 달려오라고.
나는 촛불을 켜고 향을 피우고 앉아 그토록 오래 시달려야 했던 "나는 어디에내 자리로?" 하던 자문(自問)에 이제 자답(自答)을 한다." (김태곤)

 

 

 

 

 

 

 

 

 

 

 

 

 

 

 그렇다고 송학사가 없는 절은 아니다. 그 중의 하나를 골라 다녀오려고 검색을 해보니 송학사라는 이름의 절이 전국에 여러 곳 산재해 있다. 우리 동네에도 송학사가 있다. 마트를 다닐 때 그 앞을 지나치곤 한다. 주택가에 들어앉은 절은 어쩐지 절 같지가 않다. 더구나 산모퉁이 돌아가는 정취는 더욱 없다.

 여러 송학사 가운데 전남 광양에 있는 그 절이 가장 호젓한 산사일 것 같았다.

 

  그래서 다녀온 백운산 송학사다.

 특별한 것 없고 어디서나 보는 보통의 사찰이다. 따뜻한 언덕바지에 고즈넉하게 자리잡았다. 크지도 작지도 않은, 그러면서 대웅전 말고도 무량수전 삼성각 산신각 등의 당우들도 거느렸다.

 

 

 

 

 [먼저 소원을 생각하고 반드시 백팔 배를 한 다음 천천히 들돌을 들면서 소원을 말한다.

무겁게 들리거나 들리지 않으면 소원성취하고!

가볍게 들리면 이번 소원은 어렵다는 것! (소원이 잘못 정해진 것 일수도 있음)]

 

 미륵들돌이 있어 안내문을 읽는다. 보기엔 내 힘으로 거뜬히 들릴 것 같아 소원이 안 이루어질 것이 뻔하니 해볼까 말까 망설이고 있는데 뒤에서 헛기침 소리가 난다.

돌아보니 스님이다.

- 처사님, 우리 공양시간이라서 그러는데 내려오셔서 같이 공양하시지요.

언덕배기에다 요사에서 제법 거리가 있는데 거기까지 부러 올라와서 공양을 권하는 것이다. 이런 황송할 데가! 아니라고, 올라오면서 밥을 먹고 왔다고 정중하게 거절했다. 물론 밥을 안 먹었지만 쓸데없는 나그네 처지에 폐를 끼칠 수는 없었다. 또 시장하지도 않았고. 맘속으론 진정으로 감사함을 느꼈다. 성불하십시오.

 

 

 

 

 

 

 

 

 

 

 

 

 

 소공원처럼 정갈하게 꾸며 놓았다. 편백나무 아래로 많지는 않지만 차나무도 있었다. 차나무가 있는 사찰은 품격이 있어 보인다. 그런 집의 스님들은 더욱더 고매한 사람들처럼 여겨진다.

 

 냉랭한 바람과 따스한 햇빛을 받으며 잠시 산책하다가 내려온다. 일기예보는 전국에 한파와 함께 눈이 내릴 거라고 안날부터 떠들어댔다. 아닌 게 아니라 투명하게 맑은 하늘이 흐려지며 저멀리 구름이 시나브로 몰려오고 있었다. 눈 내리면 가파른 길을 내려갈 수가 없다. 공연히 초조해진다. 요사를 지나려는데 창문이 열리며 노스님이 얼굴을 내민다. 짐작에 주지스님인 것 같다.

 - 고적한 델 일부러 찾아 오셨는데 공양이라도 하시라니까.

 역시 아까처럼 정중하게 거절을 하고 합장인사를 드리고 나왔다. 고맙습니다, 성불하시기를.

 

 

 

 

 

 

 

 광양읍에 다다르니 눈발이 날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섬진강을 넘어서면서부터는 눈이 내리지 않는다. 역시 눈 내리지 않는 고장 경상남도다. 후시경으로 보니 전라도 쪽 하늘은 짙은 구름에 덮여 있어 눈이 제법 쏟아지고 있는 것 같았다.

 

 

 

 

 

   김태곤 작사 작곡 노래 : 송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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