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석사의 밤 다들 돌아갔다. 모두가 제각각 안온한 보금자리로 돌아가고 나만 홀로 남았다. 영주를 비롯한 경북 지방에 천둥 번개를 동반한 장대비가 쏟아졌다. 비를 뚫고 봉화로 되돌아갔다. 나의 이번 여행은 애초에 2박 3일로 예정되어 있었다. 봉화 읍내를 걸었다. 무섭게 내리던 비는 말끔히 그쳤.. 서늘한 숲/노래를찾아떠나는여행 2017.08.02
가고파 - 태평양이 내 꿈에서처럼 푸르름으로 가득하기를 희망한다. 나는 희망한다. - 영화 <쇼생크 탈출>의 모건 프리먼의 대사이다. 나는 바다엘 가면 그 바다가 늘 푸르길 바라지만 바다의 색은 갈 때마다 다르다. 그것은 하늘이 정해 준다. 하늘이 짙푸르면 바다도 푸르고 하늘이 잿빛이.. 서늘한 숲/노래를찾아떠나는여행 2017.07.29
해남 아가씨 한때 매년 겨울이면 머나먼 해남 땅에서 겨울을 보내곤 했다. 어느 때는 일을 했고 어느 겨울은 아무 것도 안 하고 여관방에서 겨우내 뒹굴거리기도 했다. 혹독한 강원도의 겨울을 벗어난 무위도식의 날들은 남쪽으로 피한 간 여유로운 시간들이었다. 월 20만원의 여관방에서 뒹굴다가 같.. 서늘한 숲/노래를찾아떠나는여행 2017.07.23
천년의 기다림, 정읍사 사랑하는 정인을 기다리다 망부석이 되었다는 한 여인의 슬픈 사랑 이야기 정읍사(井邑詞). 기다림이란 절망 속에 피어나는 꽃과 같다. 어쩌면 인내고 희생이며 용서고 그리움이며, 무엇보다도 진정 사랑이 아닐까 한다. 기다릴 줄 아는 사람이 사랑할 수 있고 사랑 받을 수 있다. 보통 이.. 서늘한 숲/노래를찾아떠나는여행 2017.07.10
비목의 노래 40년 전 막사 주변의 빈터에 호박이나 야채를 심을 요량으로 조금만 삽질을 하면 여기저기서 뼈가 나오고 해골이 나왔으며 땔감을 위해서 톱질을 하면 간간히 톱날이 망가지며 나왔다. 그런가 하면 순찰 삼아 돌아보는 계곡이며 능선에는 군데군데 썩어빠진 화이버며 탄띠 조각이며 녹슨.. 서늘한 숲/노래를찾아떠나는여행 2017.06.29
황성 옛 터 주말에 비 예보가 있더니 아직 주말은 먼데 하루 종일 하늘이 낮게 내려앉아 금방이라도 비를 쏟을 듯하다. 다른 지방 어디어디는 빗방울이 떨어지고 있다는 뉴스도 나온다. 여행길에서의 비는 불편하지만 귀로가 막힐 정도로 큰비가 쏟아졌으면 했다. 영천 시내를 가로질러 흐르는 금호.. 서늘한 숲/노래를찾아떠나는여행 2017.06.22
홍도 섬색시 내가 어디 섬으로 떠날 때마다 기상이 나빠져 되돌아오곤 했다. 짜장 섬과 나는 궁합이 안 맞는 모양이다. 이 날도 아침부터 짙은 안개. 역시 못 떠나고 마는구나 했는데 그래도 차질없이 배가 목포항을 떠났다. 홍도행은 카페리가 아니다. 홍도에 들어가 봤자 차를 운행할 일이 없다. 걸.. 서늘한 숲/노래를찾아떠나는여행 2017.06.21
새마을운동 국민학교 4학년이던가 5학년이던가. 선생님이 장래희망을 적으라며 나눠준 설문지에 나는 자랑스럽게 ‘새마을지도자’라고 적어 냈다. 당시의 이데올로기는 반공방첩, 선진조국건설, 유신과업과 함께 새마을운동이 온 나라와 사회를 지배하고 있었다. 교과서에도, 길거리 눈에 띄는 곳.. 서늘한 숲/노래를찾아떠나는여행 2017.06.13
진양호의 애수 한 달 이상 차를 안 쓰고 세워두고는 혹 배터리가 방전될까 염려되어 딱히 갈 데도 없으면서 차에 시동을 걸었다. 올라앉았으니 어디든 가긴 가야겠다고 해서 진양호를 돌아보게 되었다. 짜장 봄이다. 이맘때면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꽃들이 죄다 피었다. 개나리 진달래 목련 동백 산수유 .. 서늘한 숲/노래를찾아떠나는여행 2017.03.28
삼청동 요즘은 왜 그런지 아주 오래 전도 아닌, 그리 멀지 않은 과거를 자꾸 생각하게 된다. 새로운 낯선 곳이 아닌 한번 이상 갔었던 곳이 자꾸 생각난다. 나이를 먹으면 안주를 하게 되고 보수성향이 되어 가는 건가. 난 낯설은 의자에 앉아서 난 낯설은 거리를 보면서 난 낯설은 소식을 듣고서 .. 서늘한 숲/노래를찾아떠나는여행 2017.0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