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숲/노래를찾아떠나는여행

홍도 섬색시

설리숲 2017. 6. 21. 21:29

 


 내가 어디 섬으로 떠날 때마다 기상이 나빠져 되돌아오곤 했다. 짜장 섬과 나는 궁합이 안 맞는 모양이다.

 이 날도 아침부터 짙은 안개. 역시 못 떠나고 마는구나 했는데 그래도 차질없이 배가 목포항을 떠났다.

 홍도행은 카페리가 아니다. 홍도에 들어가 봤자 차를 운행할 일이 없다. 걸어서 10분이면 마을 골목을 다 누빈다. 이런 곳에 살면 참으로 답답하다. 돌아보면 시야가 탁 트인 드넓은 바다 수평선이지만 사람이 꿈적거리는 동선은 정말 짧다. 개의 활동 영역이 개줄의 길이에 한정되듯이.

 

 짙은 안개. 아무 것도 보이질 않는다. 일변 무섭기도 하다. 이럴 때 커다란 배가 하나 달려와 부딪쳐도 속수무책이다. 가끔 그런 대형사고가 나기도 하니까.

 안개는 짙은 회색인데 사진을 찍으면 푸른색이다. 이 색이 참 좋다. 아름답다기보단 신비롭다. 왜 '푸른 안개'라는 표현을 쓰는지 비로소 알겠다. 저 속 어딘가에 옥피리를 부는 전설 속의 여인이 배를 유혹할 것 같기도 하다.

 

 짙은 안개를 헤치고 홍도에 도착할 즈음 안개가 걷히고 세상이 환히 열렸다. 이어 쏟아져 내리는 강렬한 햇빛. 온통 검푸른 바다. 파도는 너무나도 잔잔했다.

 

 

 


 


 



 


 


 


 


 


 

 



 

 

 홍도가 널리 알려진 관광지라 하지만 코스는 단 하나 밖에 없다. 섬으로 들어가서는 먹는 것 자는 것 밖에 없다. 유람선을 타지 않으면 홍도에 가는 의미가 없다.

 알려진대로 섬을 한 바퀴 도는 유람선 관광은 매력적이다. 기암괴석의 연속이다. 처음엔 그 신비로움에 감탄을 연발하고 연신 카메라를 들이대지만 여정의 반 정도 지나고 나면 그것도 흐지부지 별 흥미가 없다. 그저 보이는 게 검푸른 바다와 바위들이니 아무리 멋진 기암괴석을 자나쳐도 이미 처음의 그 흥분은 시르죽어 버렸다.

 

 선상의 많은 사람들이 나이 지긋한 어른들이다. 저 나이가 돼서도 이렇게 먼 바다에 나와 유람을 즐길 정도면 참으로 복이 많은 사람들이라 생각한다. 내 엄마는 생전에 어딜 가 보셨을까. 갑자기 목울대를 친다.

 왜 나는 엄마를 모시고 가까운 곳이라도 여행 한번 할 생각을 못했을까. 엄마는 당연 배를 타고 이 먼 섬까지 나오지 못했을 거다. 여러 시간을 출렁이는 배를 타고 와서 또다시 두 시간여를 배를 타고 이 지루한 관광을 하는 건 무리다. 엄마는 멀미를 해서 버스 보다도 기차를 주로 타셨다.

 그렇더라도 나는 한번이라도 그 생각을 한 적이 없다. 비록 멀미가 나서 구토를 하고 생고생을 하더라도 이 멋진 곳을 평생에 한번이라도 구경시켜 드릴 생각을 못했다.

 선상의 노인들을 보니 나는 자꾸만 엄마가 생각났다.

 










 이인권 작곡 송춘희 노래 : 홍도 섬색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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