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숲/노래를찾아떠나는여행

천년의 기다림, 정읍사

설리숲 2017. 7. 10. 23:57

 

 

 

 

 사랑하는 정인을 기다리다 망부석이 되었다는 한 여인의 슬픈 사랑 이야기 정읍사(井邑詞).

 기다림이란 절망 속에 피어나는 꽃과 같다. 어쩌면 인내고 희생이며 용서고 그리움이며, 무엇보다도 진정 사랑이 아닐까 한다. 기다릴 줄 아는 사람이 사랑할 수 있고 사랑 받을 수 있다.

 

 보통 이런 미사여구로 기다림을 미화하려 한다. 여기서의 기다림은 엄밀하게 순종의 의미다. 고리타분한 과거의 서정이다.

 남자는 늘 떠나려고만 하고 여자는 언제나 기다린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동양이나 서양이나 매양 이런 식이다. 순종이 미덕이라는 프레임에 여자를 가두어 놓고 남자는 늘 자유인인 양 책임을 회피하려는 못된 본성을 합리화하려 한다. 여지없는 폭력이다.

 

 

 

 

 

 

 

 

 백제가요 정읍사는 <악학궤범>에 이두문자로 기록되어 남아 있고, 망부석이 되었다는 그에 얽힌 뒷이야기는 <고려사>에 적혀 있다. 그렇더라도 아주 오래 전의 이야기라 진위여부는 확실하지 않다. 그냥 후세인들이 저들의 기분과 입맛에 맞게 윤색하고 각색했을 것이다. 기록의 중요성이 희박했던 그 시절의 이야기를 어찌 신뢰할 수 있을까. 사람이 돌이 될 수 없다. 유일하게 전해 내려오는 백제의 노래라는 것에는 큰 의미가 있을진저.

 고등학교 때 국어시험문제에는 반드시 나오곤 하던 정읍사. 우리 문학사에서 그 희소성이 가장 높은 작품이다.

 

 

 

 

 

 정읍시는 이 백제가요를 테마로 하여 정읍사공원을 만들었다. 여느 공원과 특별히 다르지는 않다. 도시에 흔히 접할 수 있는 보통의 공원이다. 이곳을 중심으로 정읍사, 그리고 사랑과 기다림의 주제를 담은 길을 만들었다. 이것도 역시 여느 트레킹과 다르지 않은 평범한 오솔길이다. 걸으면서 천년의 기다림이라는 간절한 애련을 생각해 본다면 그 또한 나름의 의미는 있으리라.

 

 정읍(井邑)이라는 지명으로 하여 예전에는 우물이 많았던 고장이었던 것으로 유추한다. ‘시정잡배의 시정이 저잣거리 우물’, 市井이니 정읍과 같은 동의어라 할 수 있겠다. 우리 정서에서 우물은 간절한 기원과 기다림의 연결이니 정읍, 그리고 정읍사의 여인과 바로 상통한다. 정결과 소원의 상징인 정화수(井華水)가 우물물이다.

 

 

 

 

 

 

 음력으로 열 나흗날이지만 우기(雨期)라 밝은 달을 보지 못하는 계절이다. 뙤약볕도 아닌데 대기는 사람을 삶는다. 습기 머금은 무더위가 고통스럽다.

 

 내장산이 있는 정읍의 상징은 단풍이다. 여기저기 가로수로 단풍나무가 많다. 여름에 짙푸른 단풍이어서 좋고 가을은 새빨간 단풍이어서 좋다.

 

 정읍을 넉넉하게 발로 걸어 톺아보기는 처음이다. 이놈의 무더위가 도보여행의 즐거움을 반감시키고 만다.

 

 

 

 

 

        

 

 

 

 

 

소리극 <천년의 소리>중에서 김귀자 노래 : 정읍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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