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 여수 밤바다
옥수수철이 끝났다. 개락으로 쏟아지니 일도 많이 하고 그 덕에 돈도 많이 생겼다. 그리고 열흘간의 휴가도 생겼다. 언제부턴가 맘속에 두고 있던 ‘여름휴가즐기기’를 실행하리라고 잔뜩 설렜다. ‘여름휴가즐기기’란 사람없는 한적한 바닷가에 텐트를 치고 며칠이고 뒹굴거리며 하루 종일 책만 읽는 거였다. 열흘을 다 쓰기로 했다. 우선 텐트를 샀다. 젊어 한때 배낭을 짊어지고 달팽이 생활을 한 적이 있어 기본적인 캠핑 용구는 있는 터고, 20여년 공백을 거치면서 텐트는 새로 장만할 필요가 있었다. 제법 돈을 들였다. 한 해에 세 번 이상 쓰지 않는 물건은 절대 사지 말라는 게 세간의 충고였고 언제나 그 충고를 이행해 왔었지만 이번엔 눈 딱 감고 탈선을 한다. 단지 열흘간의 휴가를 위해. 아니다. 이왕 장만한 것 앞..