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숲/노래를찾아떠나는여행 212

나는 지금 여수 밤바다

옥수수철이 끝났다. 개락으로 쏟아지니 일도 많이 하고 그 덕에 돈도 많이 생겼다. 그리고 열흘간의 휴가도 생겼다. 언제부턴가 맘속에 두고 있던 ‘여름휴가즐기기’를 실행하리라고 잔뜩 설렜다. ‘여름휴가즐기기’란 사람없는 한적한 바닷가에 텐트를 치고 며칠이고 뒹굴거리며 하루 종일 책만 읽는 거였다. 열흘을 다 쓰기로 했다. 우선 텐트를 샀다. 젊어 한때 배낭을 짊어지고 달팽이 생활을 한 적이 있어 기본적인 캠핑 용구는 있는 터고, 20여년 공백을 거치면서 텐트는 새로 장만할 필요가 있었다. 제법 돈을 들였다. 한 해에 세 번 이상 쓰지 않는 물건은 절대 사지 말라는 게 세간의 충고였고 언제나 그 충고를 이행해 왔었지만 이번엔 눈 딱 감고 탈선을 한다. 단지 열흘간의 휴가를 위해. 아니다. 이왕 장만한 것 앞..

청록다방 미스 김

같은 장소라도 갈 때마다 그 느낌은 매번 다르다. 여행을 하면서 알아지게 된 사실이다. 경복궁을 가도 봄여름가을겨울 사계절이 다르고 세분하여 1월, 2월이 다르고 3월이 또 다르다. 햇빛 청명한 날과 비오는 날의 느낌도 다르다. 그러니 평생을 같은 장소만 여행해도 갖가지 매력을 느낀다. 더 이상 갈 데가 없다는 말은 공감할 수 없다. 영월이다. 정선의 이웃 고을이라 낯설지 않고 가끔은 찾아온 손님과 함께 다녀오기도 하고 다른 곳을 여행할 때 반드시 지나가는 경유지이기도 하다. 정선은 원시적인 이미지인데 반해 영월은 고금이 공존하는 그러면서 왠지 밝고 따뜻한 고장 같은 선입견이 있다. 한적하면서도 세련된 멋이 있기도 하다. 유명한 관광지는 딱 한 번씩 다녀왔었다. 이번에 다시 한 번 그곳들을 둘러보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