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숲/노래를찾아떠나는여행

청록다방 미스 김

설리숲 2018. 7. 9. 22:30

 

 

같은 장소라도 갈 때마다 그 느낌은 매번 다르다. 여행을 하면서 알아지게 된 사실이다. 경복궁을 가도 봄여름가을겨울 사계절이 다르고 세분하여 1, 2월이 다르고 3월이 또 다르다. 햇빛 청명한 날과 비오는 날의 느낌도 다르다.

그러니 평생을 같은 장소만 여행해도 갖가지 매력을 느낀다. 더 이상 갈 데가 없다는 말은 공감할 수 없다.

 

 

 

 

 

 

 

 

 

 

 

 

 

영월이다.

정선의 이웃 고을이라 낯설지 않고 가끔은 찾아온 손님과 함께 다녀오기도 하고 다른 곳을 여행할 때 반드시 지나가는 경유지이기도 하다. 정선은 원시적인 이미지인데 반해 영월은 고금이 공존하는 그러면서 왠지 밝고 따뜻한 고장 같은 선입견이 있다. 한적하면서도 세련된 멋이 있기도 하다.

 

유명한 관광지는 딱 한 번씩 다녀왔었다. 이번에 다시 한 번 그곳들을 둘러보았다. 모든 곳이 두 번째 방문인 셈이다. 두 번째이자 어쩌면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동강이 있고, 천문대가 있고, 오랜 세월을 지내온 석회암동굴이 있고,이 어린 임금님의 슬픈 이야기기가 있고, 한때 연인이었던 사람이 잠시 살았었고.

가슴 따뜻한 영화 <라디오스타>로 인해 더욱더 정감이 가는 고장. 청록다방의 미스 김이 보고 싶은.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으론 국내에서 가장 여행다운 여행지라는 생각을 한다.

 

 

 

 

 

 유명한 한반도 지형

 

 

 

  선돌

 

 

 

 

 

 

 

 

  동강

 

 

 

 

장릉

 

 

 

 

 

 

 

 

    청령포

 

 

 

 

 

 

 

 

 

 

 

 

 

 

 

 

 

 

 

 

 

 

 

 

 

 

 

 

 

 

 

 

 

실은 영화 <라디오스타>의 배경인 옛 KBS영월방송국이 주목적지였다. 방송국이 폐쇄되고 지금은 라디오스타박물관이라는 이름으로 운영 중이다. 노래에 맞게 비오는 날이었으면 제격이었겠지만 하늘은 높고 여름인데도 가을날처럼 을씨년스럽게 청명한 날이었다.

<라디오스타>는 옛 연인과 유일하게 함께 본 영화였다. ‘영화 같은설정 없이 일상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들을 소재로, 따뜻하게 그려낸 영화다.

이준익 감독의 영화들이 대체로 그러하다.

이번에 그의 작품 <변산>이 개봉했다. 영화는 좋아하지 않지만 이 작품은 기회를 만들어 보려 한다.

 

 

 

 

 

 

 

 

 

 미스 김의 방송. 영화 <라디오스타>를 크게 흥행시킨 명장면이다.

 

 

 

 

 

 

 

 

 

영화에서 가장 핵심적인 미장센이고 명장면인 미스 김의 방송, 그녀의 청록다방. 청록다방 말고도 하나미용실 곰세탁소 사팔철물점 등 영화에 실제로 나오는 가게들이 있다.

 

 

 

 

 

 

한번은 영월역 앞 그린모텔에서 숙박한 적이 있었다. 객실에 뜬금없는 라디오가 한 대 있어서 주인이 참 취향이 독특하다고 생각했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일견 그럴듯한 발상이라고 깨단한다.

 

 

 

 

 

 

 

 

 

영화에도 나왔던 별마로천문대

 

 

 

 

 

  별마로천문대에서 보는 영월읍

 

 

 

청록다방엘 들어간다.

시골다방의 풍경은 예나 지금이나 역시 그러하다. 다방레지가 있고, 둘둘셋 비율로 탄 일명 다방커피가 있고, 구석자리 테이블 옆에 키싱구라미 서너 마리 떠다니는 수족관이 있고, 창가에 수국 화분이 있고, 그 창문 밖에는 노오란 오후의 햇볕이 내리고 있다.

햇볕도 무료하고 다방 안의 풍광도 무료한 오후다.

하릴없는 늙은이 선풍기 바람 독차지하고 앉아 레지에게 음탕한 농담 주절거리고,

오빠라고 부르며 해해거리니 정말 저를 좋아해서 그러는 줄 알고 날마다 출근도장을 찍는 노인네도 있을 법하다. 모르긴 해도 그렇게 레지에게 사준 쌍화차 값만 해도 재산 반은 되리라.

 

 

, 잊고 있었던 유엔성냥! 저것이 아직도 있다니. 옛날 건가 했더니 옆구리에 바코드가 있는 것으로 보아 지금도 계속 생산되고 있음을 알겠다.

저 성냥개비로 탑을 쌓으며 진종일 노닥거렸던 놈팡이들이 제법 있었다. 이 구절을 읽고 웃는 사람은 분명 그 부류였을 것이다.

 

 

 

청록다방이 그나마 다른 건 그래도 영화에 나왔다고 온 벽에 <라디오스타> 스틸 사진들이 붙어 있고 가끔 다녀가는 유명인들의 친필 방명록이 벽에 가득하다. 그 너저분한 사인들은 아마도 청록다방이 문 닫기 전에는 지워지지 않으리라.

 

 

낮더위도 졸고 있는 고즈넉한 오후. 다방의 옛 정취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 테이블에서 냉커피 한잔과 더불어 시간을 죽인다. 백수 같은 편안한 여유로움. 이 아련한 아날로그적 감성을 어찌 폄하하리.

청록다방에 미스 김은 없었다.

 

 

영화에서 이스트리버’, 즉 동강이란 이름의 밴드로 직접 출연한 노브레인. 노래 <비와 당신>의 원작자이지만 나는 박중훈이 부른 노래가 훨씬 좋다.

 

아련한 옛 추억처럼 평안하고 고즈넉한 영월 여행이었다.

 

 

 

 

 

 

          방준석 작사 작곡 박중훈 노래 : 비와 당신

'서늘한 숲 > 노래를찾아떠나는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는 지금 여수 밤바다  (0) 2018.08.06
와우정사  (0) 2018.07.15
여기는 서울역  (0) 2018.07.05
대왕암 해변  (0) 2018.06.26
목포는 항구다  (0) 2018.06.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