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숲/노래를찾아떠나는여행

삼학도 배따라기

설리숲 2018. 8. 30. 23:25


 스무 살 때였던가. 여행이라는 걸 평생 한두 번 할까 말까 하는 큰일인 것처럼 여기던 무렵 서울을 거쳐 무작정 목포엘 갔었다. 내리니 낯선 도시 낯선 풍경에 갈 곳이 없었는데 그래도 하나 생각난 게 삼학도였다. 그래 물어물어 몇 시간에 걸쳐 걸어서 가긴 갔는데 삼학도를 찾질 못했다. 분명 사람들이 저기가 삼학도라고 했지만 도대체 섬이 없었다. 뜨거운 여름 한낮에 몸도 지치니 더 이상 물어볼 의욕도 없고 하여 스스로 길치임을 탓하며 그냥 돌아오고 말았다.

 

  삼학도(三鶴島). 이름 그대로 세 마리의 학이 죽어 생겨난 세 개의 섬이다. 그러니 섬이어야 하지만 더 이상 섬이 아니다. 바다를 메워 육지랑 이어 버렸으니 섬만 대중한 내가 끝내 찾지 못한 건 길치라서가 아니다.




 


  옛날 유달산에 청년 하나가 무술을 연마하며 살고 있었다. 그 기개가 늠름하고 미모도 준수하여 인근의 처녀들에게 선망이었다. 그 중에 숫기 있는 처녀 셋이 남자를 찾아가 요즘 말로 작업을 걸었는데 남자는 나는 목표가 있는 사람이라고, 그것을 이루기 전엔 여자를 가까이 하지 않겠노라 스스로 약속했으니 낭자들은 내 마음을 헤아려 후일을 기다려 달라고 돌려보냈다.

  처녀들은 이제나 저제나 남자의 기별을 기다렸으나 많은 날들이 가도록 어떤 기미도 없었다. 기다림에 지친 처녀들은 기력이 쇠약해져 시난고난하다가 결국 죽고 말았는데 셋 다 학으로 환생하였다. 그리고는 허구한 날 남자가 있는 유달산을 빙빙 돌며 그리워하였는데 이것을 알 리 없는 남자는 연습 삼아 활로 학을 쏘았다. 죽은 학들이 떨어진 바다에 세 개의 섬이 솟아났다는 삼학도의 전설이다.









배따라기는 함경도 지방의 민요라고 한다. 김동인의 소설 <배따라기>에 그 정서가 풍부하다. 바다와 배, 그리고 뱃사람들의 애환이 서린 음악이다. 포르투갈의 파두와 상통하다고 할까.

정승원의 <삼학도 배따라기>는 예전 강변가요제에서 입상했던 곡으로 역시나 뱃사람들의 한을 노래했다. 이 애달픈 노래를 백뮤직으로 깔았으되 나는 지난 5월의 삼학도의 풍경을 포스팅한다. 계절의 여왕이라 과연 푸르고 빛나는 청춘 같은 5월이었다. 섬 같지 않은 작은 섬 세 개. 그곳의 봄꽃들이 테마다.

 














 가을꽃의 대명사 코스모스는 어느 때부턴가 여름에 피더니 5월 삼학도에 흐드러지게 피었다. 이젠 봄꽃으로 분류할까.









정승원 작사 작곡 노래 : 삼학도 배따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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