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죽거리 서울에 살아본 이력이 없어 ‘말죽거리’하면 연상되는 건 참 코믹한 이름이라는 이미지와,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에서 권상우와 이정진의 살벌한 싸움장면, 그리고 능글맞은 김부선의 유혹장면이 전부다. 지명의 유래는 다 아는 바와 같고. 이 곳은 먹자골목이다. 그리 특별해 보.. 서늘한 숲/노래를찾아떠나는여행 2019.07.31
남원의 애수 남원 여행의 참맛은 광한루원과 그 주변 일대다. 옛 고을의 흔적이 많이 남아 있고, 남원을 상징하는 목기상점과 추어탕집들이 몰려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성춘향의 광한루가 그 중심이고 이곳에 들어가면 언제나 판소리를 들을 수 있다. 광한루원 앞에 요천이 흐르고 내 건너 맞은편.. 서늘한 숲/노래를찾아떠나는여행 2019.03.21
변강쇠와 옹녀 묘를 찾아서 이상히도 생겼구나. 맹랑히도 생겼구나. 늙은 중의 입일는지 털은 돋고 이는 없다. 콩밭 팥밭 지났는지 돔부꽃이 비치였다. 도끼날을 맞았든지 금바르게 터져 있다. 생수처(生水處) 옥답(沃畓)인지 물이 항상 고여 있다. 천리행룡(千里行龍) 내려오다 주먹바위 신통(神通)하다. 만경창파(.. 서늘한 숲/노래를찾아떠나는여행 2019.03.02
푸른 뱀의 전설, 청사포 주말 내내 한파라고 기상캐스터들은 잔뜩 겁을 주었지만 부산은 이미 훈기가 가득하다. 텃밭 언저리 매화가 활짝 피었고 묵정밭들에는 언제부터 났는지 풀이 무성하다. 그리 넓다고 할 수 없는 국토의 남북의 기후는 이토록 차이가 크다. 청사포. 푸른 모래라서 靑紗더냐. 장산역에서 전철을 내려 인터넷 지도를 기억하며 길을 짚어 걸었는데 어디부터 잘못됐는지 모르게 엉뚱한 길을 따라 내려가게 되었다. 푸른 바다가 다가서고 그 앞은 폐선된 옛 동해남부선 철로였다. 지척에 해운대 백사장이 보였다. 이 폐철로를 따라 가면 청사포이니 원래 계획한 길은 아니더라도 어쨌든 잘 됐다. 사뭇 바다를 보며 걷는 기분이 되려 좋다. 부산은 진작에 봄이 이만큼 와 있다. 묵정밭에 풀이 무성하다. 청사포는 송정과 해운대 사이에 있는 포구.. 서늘한 숲/노래를찾아떠나는여행 2019.02.10
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 직장 동료가 어린시절 살았다는 수유리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수유리는 문학작품에도 많이 등장하는 이름이라 예전부터 아련히 선망하여 가고 싶은 미지의 세계이기도 했다. 우이신설선 미니전철도 처음 타 보았고. 북한산 자락에 있는 윤극영가옥이다. 윤극영이 1968년부터 1988년 작고.. 서늘한 숲/노래를찾아떠나는여행 2019.01.20
양화대교 지인의 블로그에서 인상적인 포스트 하나를 보았었다.자신이 살고 있는 마을의 풍경과 딸내미를 찍은 사진들이다. 그리고 길지 않은 글을 적었다. “세월이 이만큼 흘렀는데도 이곳은 그리 많이 바뀌지 않았다. 어릴 적 내가 놀던 이곳에서 지금은 내 딸아이가 놀고 있다” 나고 자란 그.. 서늘한 숲/노래를찾아떠나는여행 2019.01.10
우리는 자갈치에 가야 한다 답답한 사람살이 숨통 턱턱 막힐 때 푸른 바다 몰고 온 낯선 사내 앞세우고 우리는 생선 냄새 비릿한 자갈치에 가야 한다 소금기 절은 바람 고단한 닻 내리고 노을 속 포장마차 바야흐로 붉는 파장罷場 목통 큰 남도 사투리 오히려 정겹거니 팍팍한 세상살이 발걸음 더 무거운 날 꼼장어 .. 서늘한 숲/노래를찾아떠나는여행 2018.12.17
추억의 테헤란로 선릉과 정릉의 황량한 풍경. 녹음이 푸른 때 가 볼 기회가 있으려나. 한때 남서울 영동이라는 지명으로 대한민국에 ‘부동산투기’라는 패러다임을 정착시킨 곳. ‘복부인’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냈고, 치맛바람과 함께 8학군이라는 망국적인 교육풍토를 탄생시킨 곳. 지금의 강남구.. 서늘한 숲/노래를찾아떠나는여행 2018.12.13
용흥궁 가을 뜨락에서 가을은 어디로 갔을까. 지금 문 밖엔 눈이 내린다. 짧아서 아름다운 계절 가을. 강화도령 철종이 왕위에 오르자 이곳 유수가 그 잠저에 집을 짓고 용흥궁(龍興宮)이라 하였다. 가을이 한창이었다. 바로 어제인 듯한데 시방 밖에는 눈이 내려 쌓이고 있다. 주인이 불시에 한양으로 올라가 .. 서늘한 숲/노래를찾아떠나는여행 2018.12.11
선유도의 아침 한파도 지나갔고 폭설도 내려 이젠 깔축없는 겨울이다. 아쉬운가. 여전히 가을의 여운이 남아 선유도는 지금 가을과 겨울의 경계에 있다. 선유도 仙遊島. 신선이 노닐었을까. 서울 한강에 있는 선유도는 원래 섬이 아니었다고 한다. 겸재 정선의 <선유봉>에 나오듯이 빼어난 산이었다.. 서늘한 숲/노래를찾아떠나는여행 2018.1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