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운 소를 닮았다던가? 와우!
눕는다는 건 가장 편한 심신의 상태다. ‘해탈’이란 궁극적으로 이런 세계가 아닐까.
용인 와우정사에 부처님이 누워 있다. 예전 어느 공동체마을에서 일상으로 나누던 대화가 ‘먹는 것도 수행이요, 피곤하여 눕는 것도 수행이라. 수행이 뭐 별거하는 생각은 오만하다’ 같은 것이었다. 와불을 볼 때면 그것들이 떠오르곤 한다. 우리의 궁극적 목적은 행복이요, 불가의 해탈도 결국은 이 ‘행복’이 아닌가.
화순의 운주사를 천불천탑의 도량이라 하여 수많은 불상과 탑이 있다. 아니 현재는 그리 없고 그랬다고 전해진다. 와우정사에 엄청 많은 불상이 있다. 여기도 부처, 저기도 부처, 눈에 띄지 않는 틈바구니에도 부처가 있다. 물리적인 처처불상(處處佛像)이다.
역사는 짧지만 현재 우리나라 열반종의 총본산이다. 열반의 핵심은 말 그대로 열반이다. 누워 있는 부처는 아마도 열반에 든 가장 편안하고 행복한 모습일 것이다.
<2월 15일 80세의 석가모니는 쿠시나가라 사라쌍수 아래서 대한열반경을 강론하시고 열반에 드시었다. 대한불교 열반종은 석가모니 정법을 이어서 대반열반경을 소의경전으로, 열반불을 본존불로 봉안하고...>
와우정사는 두 번째 방문이다. 그때도 똑같은 계절이었다.
이곳은 불교국가인 동남아 관광객의 순례성지다. 남방 소승불교의 정서와 특성이 있는 정사다. 근래 네팔 정부가 특별히 청동불상을 기증하여 새로이 불당을 짓고 봉안하기도 했다. 산재한 건물과 불상들이 전통적인 한국의 그것과 다르다. 태국이나 캄보디아 네팔 등에서 느끼는 이국적인 풍취다.
이렇듯 불교 및 부처, 열반종의 교리와 정법이 충만한 와우정사지만 김동아가 부른 노래는 속세의 사랑과 그리움의 노래다.
김동아는 70년대 어느 때 한창 인기와 이슈를 받은 적이 있었다. 불우한 처지를 극복하고 가수가 된 이력 때문이었다. 얼굴에 흉한 상처가 있어 TV에 출연하기 어려운 약점이 있었지만 꽤나 많이 방송에 나왔었고 그의 노래도 제법 높은 유행을 탔었다.
길지 않은 유명세를 누리고는 그만 뒤안길로 사라졌다. 다만 방송에서 보이지 않앗을 뿐이지 이후로도 꾸준히 가수의 길을 걷고 있다. 신실한 불자로 지난번에 포스팅했던 <갓바위>와 이번의 <와우정사> 등 불가와 불심에 대한 노래를 많이 불렀다.
김원휘 작사 노영준 작곡 김동아 노래 : 와우정사
새벽이슬 촉촉한 연화산 숲 길을
하얀 옷깃 여미면서 거니는 여인
가슴아픈 그 사연을 그니와 불태우고
한 점의 바람 머문 풍경소리에
백팔 염주를 백팔 염주를
마음으로 헤아리는가
소녀처럼 다소곳 수줍은 꽃 잎에
부여안지 못한 행복 그리고 있나
풀잎처럼 떨리는 갸날픈 숨결소리
인간사 그 한줌의 무상을 아오
와우정사에 와우정사에
속죄하려 문을 여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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