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숲/노래를찾아떠나는여행

그 뜨겁던 날의 오동도

설리숲 2018. 10. 18. 00:23


 여수 내려가면 오동도를 갈까요?

 그리고는 서울서 친구가 내려왔다. 실은 나도 객지에서 온 사람이니 여행자일 뿐인데 1주일이나 여수에서 머물고 있는 터고, 그런 나를 만나러 사람이 오니 나는 여수 사람이요, 내 고장을 찾는 손님을 맞는 기분이었다

 

  엑스포역에서 픽업하여 오동도로 향한다. 기실 거리는 얼마 되지 않는다. 섬에는 자동차가 들어가지 못하게 돼 있고 그 입구 주차장에 세워 놓고 걸어들어가야 하니 엑스포역에서 걸어가도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살인적인 폭염이 여러 날 지속되던 나날이었다. 자동차 에어컨을 켜도 더울 정도의 극악한 폭염의 연속이던.

  여수 바다라고 다르지 않아 이마와 목덜미와 등줄기에 땀이 흐른다. 오히려 습한 바닷가의 끈적함이 더욱 못 견디게 괴롭다.

  이런 척박한 날에도 관광객은 끊이지 않아 섬으로 들어가는 부두는 사람으로 넘실댄다. 시멘트 바닥에서 복사열이 끓어오르고 있었다.










오동도(梧桐島).

도 오동나무요 도 오동나무라니 원래는 오동나무로 가득한 섬이었다고 한다. 전설에 의하면 여말의 요승 신돈은 전라도 오동도에 봉황새들이 자주 날아든다는 소문을 접하고는 불안감을 느꼈다. 봉황은 임금을 의미하는 새니 전라도 땅에서 임금이 나온다는 근거 없는 도참설에 빠졌다. 더구나 전라도의 전()은 임금이 든다는 글자니 분명 변고가 있을 것이라는 위기감을 느꼈다. 그래서 오동도의 오동나무들을 죄다 베어 버렸다는 것이다.










  전설은 전설이고 아무튼 이름은 오동도지만 오동나무는 없다. 섬 전체가 동백나무로 덮였다. 부산의 동백섬이 유명하지만 오동도가 동백숲의 으뜸일 것이다.

  이번이 두 번째 방문이다. 두 번 모두 성하(盛夏). 동백숲이니 빨간 꽃송이 툭툭 떨어져 뒹구는 3월에 오면 장관이겠으나 꽃 없는 무성한 여름숲도 제법 아름답다. 빽빽한 숲이 만든 그늘은 강렬한 여름 햇빛이여도 어둑어둑하다.

이 정도 두터운 숲그늘이면 열기를 식혀 줄만도 한데 이놈의 폭염에는 도저히 당해내지 못한다.

 

 기껏 두 달 전이다. 그토록 맹렬하던 더위의 날들이 어느 때인지도 모르게 시르죽어 버리더니 지금은 또 추위가 불쾌하다. 이미 난방은 시작되었고 긴 겨울에 들어간 듯한 기분이다. 세월의 무상함은!

 



 오랜만에 내 블로그 포스트의 모델이 되어 준 유정.





 

제 사랑 어떻게든 지켜내려다가

절벽 밑으로 떨어져 죽은 여인

그녀의 설움이 피워 올리는 오동나무

 

봉황새 몇 번 날아오른 뒤

무엇이 두려운가 옛 사람들

오동나무 다 베어버렸네

 

오동도 오동도 오동도 오동도……

오동동 피어나던 오동꽃 대신

동백꽃 어느새 섬 죄 덮어버렸네

 

모가지를 뚝뚝 떨궈대는 동백꽃

더 큰 설움의 꽃멍석 되어

그세 오동도 환하게 밝히고 있네.

 

                     이은봉 : 오동도




        김호식 작사 작곡 장윤정 노래 : 오동도 블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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