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숲/노래를찾아떠나는여행 212

꽃잎 날리던 벼랑에 서서, 낙화암

거기 노총각들 내 얘기 듣고 고대로 함 해봐. 올해 안에 장가가게 될꺼야. 거왜 충청도 가면 낙화암이라는 데 있잖아. 예전에 삼천 궁녀가 떨어졌다 하는데 요즘도 거기 여자들이 떨어지러 많이 온다더군. 그니까 그 밑에 기다리고 있다가 떨어지는 여자를 받아서 살려내는 거지. 그 여자랑 사는 거야. 누가 몸으로 받아 내라는가? 같이 죽을라고? 왜 소방구조대원들이 불이 나면 밑에다 쿠션이나 뭐 그딴거 설치하잖아. 매트리스 몇 개 깔아놓고 기다리면 돼. 아 장가갈라믄 그 정도 투자는 해야지. 언제 떨어질지 모르니까 텐트를 쳐 놓고 당분간 기거하면서 지내는 거지. 그런 노력과 인내심도 없이 거저 여자를 얻을라구? 기껏 받아낸 여자가 늙수그레한 할머니라도 어쩌겠어. 이게 내 팔자구나 하며 델꼬 살아야지. 어차피 우리..

석모도 보문사

참 멀고 먼 노정이다. 내비로는 3시간 40분 걸린다 해서 제법 많이 걸린다고 생각은 했지만 실제로는 훨씬 먼 길이었다. 아침 8시에 집에서 떠났는데 보문사에 도착한 게 오후 1시 30분이다. 도중에 지체한 건 아침 먹느라 휴게소에 들르고 자판기커피 한 잔 먹느라 또 한번, 도합 두 번 휴게소에 들렀다. 서울 시내에 들어서 올림픽대로에서 강화 섬으로 넘어갈 때까지의 거리도 거리려니와 차도 많고, 웬 신호는 그리 많은지 움직이는 시간보다 신호대기시간이 더 많은 것 같이 느껴졌다. 하도 짜증이 나서 그냥 돌아가려고 생각한 게 한두 번이 아니다. 이쯤까지 왔으니 집으로 돌아간대도 또 이만큼의 시간이 걸릴 테니 그냥 차에서 하루를 허비한다는 게 속상했다. 귀한 주말 이틀 중의 하루를 그냥 날려버리게 되니. 그게..

달래나 보지

속리산에서 발원한 대하가 보은 괴산을 거쳐 충주에서 남한강에 합류되고 남한강으로 흐르던 대하는 두물머리에서 또 하나의 한강을 만나 서해바다로 흘러든다. 괴산을 지나는 동아는 괴강이다가 충주에서는 달래강이 된다. 오누이가 길을 가다 비를 만나 흠뻑 젖었다. 옷이 찰싹 달라붙어 누이의 몸매가 그대로 드러나자 사내는 본능적인 성욕이 불끈 일었다. 죄책감과 수치스러움에 심히 괴로워하여 자신의 성기를 돌에다 짓찧어 피투성이로 죽었다. 내를 건너던 누이는 동생이 따라오지 않자 되돌아가서는 그 처참한 광경을 보았다. 상황을 판단한 누이는 피투성이 동생을 끌어안고 오열했다. 아이고 이놈의 자식! 달래나 보지... 달래나 보지... 그리하여 그 내(川)가 지금의 달래강이 되었다 하는데, 전설이나 설화야 그저 사람들 재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