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숭로에서
마음 울적한 날엔 거리를 걸어보고 향그러운 칵테일에 취해도 보고 한 편의 시가 있는 전시회장도 가고 밤새도록 그리움의 편질 쓰고파 아니다 여기는 노란 햇볕이 가득 쏟아지는 날에 가야 한다. 굳이 볼 일이 없어도 그냥 신빌 신고 나서면 되는 가까운 이 거리가 있다. 가만히 서서 무성한 가로수 잎을 쳐다본다. 고뇌 우울 잡념 불안 초조 내 안의 고통들을 잠시 낙엽처럼 바닥에 버린다. 그리운 사람, 싱그럽던 기억, 내일의 기대와 희망 따위 의미조차 없어진다. 젊음이 있고, 너그러움이 있고, 평화가 있고, 새로운 호기심이 있고, 사랑, 아! 사랑이 있고 그리고 쏟아지는 햇빛이 있다. 오래된 것도 있고 그리운 것도 있고 소외된 열정이 있다. 소외된 열정은 왠지 눈물이 난다. 그래서 더 아름답다. 그들은 비주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