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숲/노래를찾아떠나는여행 212

동숭로에서

마음 울적한 날엔 거리를 걸어보고 향그러운 칵테일에 취해도 보고 한 편의 시가 있는 전시회장도 가고 밤새도록 그리움의 편질 쓰고파 아니다 여기는 노란 햇볕이 가득 쏟아지는 날에 가야 한다. 굳이 볼 일이 없어도 그냥 신빌 신고 나서면 되는 가까운 이 거리가 있다. 가만히 서서 무성한 가로수 잎을 쳐다본다. 고뇌 우울 잡념 불안 초조 내 안의 고통들을 잠시 낙엽처럼 바닥에 버린다. 그리운 사람, 싱그럽던 기억, 내일의 기대와 희망 따위 의미조차 없어진다. 젊음이 있고, 너그러움이 있고, 평화가 있고, 새로운 호기심이 있고, 사랑, 아! 사랑이 있고 그리고 쏟아지는 햇빛이 있다. 오래된 것도 있고 그리운 것도 있고 소외된 열정이 있다. 소외된 열정은 왠지 눈물이 난다. 그래서 더 아름답다. 그들은 비주류다...

화진포, 그 쓸쓸한 바다

할 얘기가 있어... 홀연히 그녀가 전화를 걸어왔다. 이혼했구나? 떠나간 그녀 그 후 결혼했다는 뒷소식. 그런 여자들의 전화는 자신의 이혼을 알리려는 것이 불문가지다. 몇 번째인가. 화진포에 2박3일 있을 거야. 그리로 오든지. 그녀들은 왜 그리 친절할까. 알 필요도 없는 소식을 친히 보내준다. 느그들은 죄다 그런 식이지. 상대방은 전혀 배려해주지 않는 뻔뻔한 이기심. 이혼을 했으면 했지 옛 사랑을 부르는 심성은 하나같이 똑같으냐. 날 남들이 먹은 그릇 설거지하는 사람으로 취급하지 말란 말이다. 탄광촌 광부 마누라들이 유사시 언제든 갈아탈 수 있는 애인 하나를 두고 있다더니 내가 느그들 이혼보험상품인줄로 아는 건가. 철 지난 바닷가. 화진포. 그 쓸쓸함보다 더 쓸쓸한 옛 여인과의 재회. 일말의 애정 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