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문을 열고 파루를 치니 말 그대로 ‘대궐 같은’ 으리으리한 궁궐들을 둘러보면 우선은 기가 죽고, 그 다음엔 빼어난 건축미에 감탄하고, 그리고...... 이런 호화롭고 창연한 건물들을 지으려면 얼마나 많은 백성들의 피와 땀을 짜냈을까 하는 회가 들곤 한다. 그 많은 돌과 나무 그것도 평범한 것이 아닌 팔도를 .. 서늘한 숲/노래를찾아떠나는여행 2014.04.09
은비령 안날부터 아침까지 내내 기상캐스터가 비가 내릴 거라고 알려 주었다. 어둠이 걷히고 시간이 꽤 지났는데도 날은 어둡다. 과연 비가 내릴 모양이었다. 비가 내리면 모든 게 불편하다. 우산을 써도 그렇고 우의를 입어도 그렇다. 차를 가지고 가면 걱정 끝이겠지만 그럴 거면 떠나지 않는 .. 서늘한 숲/노래를찾아떠나는여행 2014.04.08
논산 훈련소에서 어떤 이에게 군입대는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되기도 한다. 가족과 친구 애인을 두고 사지(死地)로 인식되는 곳으로 떠나는 남자의 두려움과 절박감을 헤아릴 수 있으랴. 인생의 가장 꽃다운 시기를 묻어두는 건 참으로 억울한 일이다. 신성한 국방의무라는 포장으로 억지 위로는 하지 말.. 서늘한 숲/노래를찾아떠나는여행 2014.04.06
서울 예찬 봄비를 맞으면서 충무로 걸어갈 때 쇼윈도 그라스엔 눈물이 흘렀다 이슬처럼 꺼진 꿈속에는 잊지 못할 그대 눈동자 샛별같이 십자성같이 가슴에 어린다 보신각 골목길을 돌아서 나올 때엔 찢어 버린 편지에는 한숨이 흘렀다 마로니에 잎이 나부끼는 이 거리에 버린 담배는 내 마음 같이 .. 서늘한 숲/노래를찾아떠나는여행 2014.04.04
영일만 친구 가끔은 바다엘 가자. 살면서 몹시 조급하고 가슴이 답답하거나 낯선 어떤 곳이 그리울 때 탁 트인 동해바다엘 갈 일이다. 가 봐야 그리 특별한 것도 없다. 그래도 양양한 바다 앞에 서서 세찬 바람을 가슴에 양껏 담아 오면 한결 기분이 전환될 것이다. 우리의 삶은 이와 같은 것이다. 즐거.. 서늘한 숲/노래를찾아떠나는여행 2014.04.02
청량리 블루스 서울시 전농동이라는 동명(洞名)이 있어도 사람들은 내내 청량리라 한다. ‘청량리’라는 이름에는 과거와 추억과 설렘과 애잔함 등의 정서와 감정이 들어있다. 반봇짐 싸들고 무작정 내뺀 소년 소녀가 처음 만나는 서울이 청량리였다. 또한 회색 콘크리트 숲에 지친 청년들이 도망치기 위해 간 곳도 청량리였다. 淸凉里 이름처럼 청량하지 못한 부정적인 이미지도 늘 공존하고 있는 곳. 그 이름을 말하거나 떠올릴 때면 늘 따라다니는 오팔팔. 오늘도 그 골목에선 병든 꽃들이 사랑하지 않는 사람 아니 어쩌면 증오하는 사람들을 기다리며 바스락 말라 가고 있다. 옛날 청량리역에 내려 광장으로 나가면 벅차게 다가오는 거대도시의 설렘이 있었다. 그때 그 광장은 얼마나 넓고 매력적이었는지 모른다. 그곳은 약속하고 만나기도 하는 장소이.. 서늘한 숲/노래를찾아떠나는여행 2014.03.26
화개 장터 화개장터의 냇물은 길과 함께 흘러서 세 갈래로 나 있었다. 한 줄기는 전라도 땅 구례(求禮)에서 오고, 한 줄기는 경상도 쪽 화개협(花開峽)에서 흘러내려, 여기서 합쳐서 푸른 산과 검은 고목 그림자를 거꾸로 비치인 채, 호수같이 조용히 돌아, 경상·전라 양도의 경계를 그어 주며, 다시.. 서늘한 숲/노래를찾아떠나는여행 2013.11.20
정동진 정태춘 작사 작곡 박은옥 노래 : 정동진 기차가 출발하자마자 내처 깊은 잠에 빠져 들었다. 깨어 있어 봐야 차창 밖은 짙은 어둠뿐이라. 대간을 넘으면서 서서히 잠이 깼다. 애매한 계절이다. 가을이라 하지도 겨울이라 하지도 못하게 어정쩡한 시간이다. 창밖은 동해바다임이 짐작되지만.. 서늘한 숲/노래를찾아떠나는여행 2013.11.16
만리포 사랑 대전을 들러 마트에서 음식거리를 사가지고 떠나려는데 빗방울이 듣기 시작하더니 만리포에 다다를 때쯤엔 제법 쏟아지고 있었다. 아름다운 비였다. 봄내 가물더니 참말 예쁘게 대지를 적시고 있었다. 난생 처음 가보는 만리포였다. 궁금했다. 그곳엘 가기 며칠 전 단편소설을 하나 완성.. 서늘한 숲/노래를찾아떠나는여행 2013.11.14
色... 2010 내장사 내장사를 가보지 않고는 가을을 보았다고 말하지 말라 여름내 봄 겨우내 그 色을 어데 숨겨 두었다가 원한처럼 뭉텅뭉텅 뿜어대는가 선연하다 못해 처연하고 귀기 서린 듯 섬뜩도 하여라 내장사의 빛을 보지 않고는 선뜻 가을을 지나 왔다고 말하지 말라 해남에서 가을일을 마치고 떠나.. 서늘한 숲/노래를찾아떠나는여행 2013.1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