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숲/노래를찾아떠나는여행

화진포, 그 쓸쓸한 바다

설리숲 2013. 9. 28. 15:59

 

 

 할 얘기가 있어...

   

 홀연히 그녀가 전화를 걸어왔다.

 

 이혼했구나?

 

 떠나간 그녀 그 후 결혼했다는 뒷소식.

 그런 여자들의 전화는 자신의 이혼을 알리려는 것이 불문가지다. 몇 번째인가.

 

 

 

 

 화진포에 2박3일 있을 거야. 그리로 오든지.

 

 그녀들은 왜 그리 친절할까. 알 필요도 없는 소식을 친히 보내준다. 느그들은 죄다 그런 식이지. 상대방은 전혀 배려해주지 않는 뻔뻔한 이기심.

 이혼을 했으면 했지 옛 사랑을 부르는 심성은 하나같이 똑같으냐. 날 남들이 먹은 그릇 설거지하는 사람으로 취급하지 말란 말이다. 탄광촌 광부 마누라들이 유사시 언제든 갈아탈 수 있는 애인 하나를 두고 있다더니 내가 느그들 이혼보험상품인줄로 아는 건가.

 

 

 

 

 철 지난 바닷가.

 화진포.

 그 쓸쓸함보다 더 쓸쓸한 옛 여인과의 재회. 일말의 애정 오라기 하나 남아있지 않지만 그래도 쏠쏠히 피어오르는 옛 추억들의 편린들이 그저 애달프긴 하다.

 모래 위에 사랑의 하트를 그려 보았자 이내 파도가 밀려와 채 그리기도 전에 사라져 버리잖아. 사랑이란 그런 거란다. 더구나 옛 사랑의 그 감정은. 남자가 필요하면 차라리 아직은 미온이 남은 남편을 부르는 게 낫단다.

 

 

 

 따스한 가을볕이 쏟아져 내렸다. 이제 곧 가을을 건너 겨울이 와 저 물갈기는 사납게 변해 버릴 거야. 영원무변이라는 자연도 변하는데 일개 사람의 감정이란 얼마나 미미한 것이더냐.

 

 생각은 이렇듯 냉정하자고 오만가지 잡념들이 드나드는데 감성은 여전히 살아 내내 무표정한 그의 얼굴에 보내는 시선은 애련하지 않을 수 없다.

 

 

 

 

 

 

 

 

 

 화진포.

 그 허무한 바닥 위에 남겨둔 허무.

 이 또한 지나갈 테고 어디든 흘러갈 테지.

 물거품이다. 인어공주의 꿈처럼

 

은물결이 반짝이는 그리운 화진포에 이제는 가지 않을 것 같다.

 

 

 

 

 

김일성이 별장으로 쓰던 성과 이기붕이 쓰던 가옥. 건너편의 이승만 별장까지.

그 떠르르하던 권력도 다 사랑처럼 덧없고 모래 위의 물거품이다.

 

 

 

 

 화진포라는 이름이 유래된 이화진의 전설이 담긴 회진포호. 여름은 어드메쯤 갔을까 그 흔적이 남질 않았다. 이또한 사랑을 닮았는가.

 

 고성군은 이곳에 이시스터즈의 <화진포에서 맺은 사랑> 노래비를 건립한다고 한다. 9월말 완공예정이라 햇으니 지금쯤은 제막했겠다.

 

 

 

땅의 끝에서 허망하다몸이 무거워 그저 사장에 드러눕고만 싶다바다는 아름답기만 한 존재가 아니다

 

 

 

 

                                  황우루 작사 작곡 이시스터즈 노래 : 화진포에서 맺은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