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화동 언제였던가 어느 겨울 밤, 이름도 기억하지 못하는 주점에 모여앉아 되지도 않는 문학을 논한답시고 지랄들을 떨어쌌었지. 그게 어제인 듯 생생한 것 같으면서도 아주 먼 기억 저편에서 가물거린다. 취기도 가시지 않은 눈을 해서는 새벽에 비척거리며 걸어 본 혜화동 골목길. 난생 처음 .. 서늘한 숲/노래를찾아떠나는여행 2014.06.16
오봉산 꼭대기에 오래 전 이야기다. 같은 회사 동료들과 청평사로 놀러 갔었다. 처녀 둘 총각 둘. 누가 보면 쌍쌍이로 짝 맞춰 온 걸로 보였겠지만 회사동료라는 건 어떤 썸 느낌은 거의 없다. 다만 남자 박이 여자 정을 마음에 두고 있긴 한 상태였다. 소양호에서 배를 타고 들어갈 때 막배 시간을 보아 두.. 서늘한 숲/노래를찾아떠나는여행 2014.06.13
처녀 뱃사공 '노래를 찾아 떠난다'는 테마여행을 하다 보면 한 가지 애매한 부분이 있다. 가령 정태춘의 <북한강에서>를 리포팅하려면 북한강의 어디를 여행해야 하나 하는 것이다. 뭐 가장 가기 쉬운 곳 아무 데나 가도 상관은 없다. 그게 그리 중요한 사항은 아닐진대 그래도 제법 신경이 쓰이는.. 서늘한 숲/노래를찾아떠나는여행 2014.06.10
김광석다시그리기길 내 나이 서른 즈음에 그의 죽음을 보았다. 나와 같은 해 같은 달에 태어난 그. 나보다 나흘 먼저 태어났다. 그가 서른 즈음의 인생사를 노래하며 홀연히 생을 마감하였다. 오랫동안 대구에 사셨던 천영숙 선생님으로부터 방천시장 옆골목으로 가보라는 언질을 듣고 폭염 안에 절절 끓고 있는 대구를 오랜 만에 가다. 특별히 좋아했던 가수는 아니지만 그의 노래를 듣거나 떠올릴 때면 눈물이 나오려고 한다. ‘김광석다시그리기길’은 소박해서 너무나 소박해서 또 짠하다. 특별히 화려하고 예쁘장하게 꾸미지 않고 그저 있던 벽돌담에 그의 그림을 그려 놓은 게 전부다. 생전 풍성한 악기 편성 없이 기타와 하모니카만 가지고 노래를 하던 고인의 성향 그대로다. 그 소박함이 더 가슴에 들어와 담긴다. 서른 즈음에 떠난 그보다 근 20.. 서늘한 숲/노래를찾아떠나는여행 2014.06.05
지리산 시간과 과제로부터 자유로워라. 우리는 높이 더 높이 올라가자. 그날 그 시각 나는 남한 땅에서 가장 높은 곳에 서 있었다. 안날 오후부터 세차게 비가 내렸다. 새벽에는 계곡으로 하얀 구름이 피어오르며 환하게 갰다. 춥지도 않고 덥지도 않은, 오르기에 최적의 날씨였다. 내린 비로 대.. 서늘한 숲/노래를찾아떠나는여행 2014.06.03
노들 강변 헛되고 헛되도다. 불가뿐 아니라 기독성서 전도서에도 자주 나오는 말이다. 인생사고(人生四苦) 태어남 자체가 괴로움이라는, 나이가 들면서 절실하게 이해되는 부분이다. 소설을 생각하면서 이 인생의 덧없음에 대해 쓰고 싶었다. 조선시대의 기생들을 통한 부운(浮雲) 춘몽(春夢) 화무.. 서늘한 숲/노래를찾아떠나는여행 2014.05.20
백마강 금강 하구 환경은 악화일로다. 봄이면 날아드는 황사였더니 이젠 새로이 미세먼지까지 가세했다. 세상이 부옇다. 봄이로되 우주만물은 괴룁다. 유명한 강 건너 서천 신성리 갈대밭은 조류 인플루엔자로 출입을 금했다. 총체적인 난국이다. 백마강(白馬江)은 금강의 옛 이름이라 하지만 .. 서늘한 숲/노래를찾아떠나는여행 2014.05.17
광화문 연가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 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 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 서늘한 숲/노래를찾아떠나는여행 2014.04.15
사공의 노래 뒤풀이 끝에 탁 풀어진 기분으로 의기투합해 그날 밤 경포대로 넷이서 내달려 갔었다. 늦은 가을이었다. 제법 추웠다. 평창을 지나면서 차창 밖으로 희끗하게 눈이 보였다. 과연 겨울이 바투 다가왔으며 과연 강원도임을 인지하였다. 가긴 갔는데 막상 경포호수에 도착하고 보니 마땅히 .. 서늘한 숲/노래를찾아떠나는여행 2014.04.14
선운사에 가신 적이 있나요 나도 모르게 필요치도 않은 걸 들었다. 글에서 읽었는지, 아니면 노처녀로 늙다가 뒤늦게 시집을 가서 날마다 기분이 좋아 헤벌쭉이던 직속상사 전 계장님이 요즘 시(詩)가 눈에 들어온다고 날마다 몇 구절씩 읊어주던 입에서 나온 걸 들었는지, 아니면 EBS다큐멘터리에서 보았는지도 모.. 서늘한 숲/노래를찾아떠나는여행 2014.0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