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지금은 사라진 정다웠던 그 사람이여
덕수궁의 돌담길 옛날의 돌담길
나 혼자서 걸어가는 옛사랑의 돌담길
덕수궁 궁안만 둘러보고는 곧바로 음식점으로 데려갔다.
일껏 덕수궁 가자 해놓고는 남들은 다 걸어본다는 돌담길은 가지 않겠단다. 그 유명한 돌담길을 촌놈이 언제 또 가본다고. 어떻게 생겼기에 그렇게 유명한지나 봐 둘 요량이었는데 그녀는 실실 웃으면서 한사코 가질 않겠단다. 저는 서울 살면서 골백번 드나들었을 테고.
그 이유가 유치하기도 하지. 거길 걸으면 헤어진다나 어쩐다나 제기랄. 시골 촌구석에 있어도 다 아는 그 얘기를. 무슨 열일곱 소녀도 아니고 나이 먹어 아줌마 소릴 듣는 여자가 그게 뭐람.
그래 난생 처음 가 본 덕수궁을 반쪽만 들여다보고 말았는데 똥 누고 밑 안 닦은 기분이었다.
그래봤자 결국 헤어지고 말거면서.
가을이다.
산간지방은 울긋불긋 단풍이 절정으로 치닫고 새잇령에는 이미 잎이 지고 있어 겨울풍경을 보는 듯 했는데 서울의 거리 또 덕수궁의 나무들은 아직 잎이 파랗다.
돌담길은 호젓한 옛 정취는 없다. 늘 사람들이 부나하게 지나다니고 그날은 더군다나 커피축제 행사를 벌이고 있어 좀 무질서했다.
그래도 어쨌거나 이 길은 참 아름다운 길이다. 호젓하면 호젓한대로 부산하면 부산한대로 독특한 매력이 있다.
둘이 왔다가 헤어지고 다시 혼자가 돼 지난 옛사랑을 반추하기에도 근사한 곳이다.
음악이 있고 미술이 있고 낭만과 사랑이 담장 가득히 머금고 있다가 무시로 뿜어내고 있는듯하다.
<까치밥 이야기>는 언제 문을 닫았는지 아니면 이사를 갔는지 그 자리엔 패스트푸드점이다. 굳이 그것 때문에 온 것은 아니지만 이미 기억에서 희미해진 옛사랑의 기억들이 스멀거리고 되살아난다. 이 나이에 이 무슨 맨망한 일인지.
지금쯤은 아마 이곳도 잎이 지고 있을 것이다.
가을은 참말 몹쓸 계절이다.
덕수궁 돌담길에 대한 노래는 진송남의 노래가 유명한데 몹쓸 이 가을병 때문에 더욱 추접해지는 것 같아 그보다는 좀더 밝고 경쾌한 분위기의 혜은이 노래를 흘려 본다.
길옥윤 작사 작곡 혜은이 노래 : 옛 사랑의 돌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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