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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창 문수사 단풍나무길

왜 해남으로 알고 있었을까. 문수사로 마지막 단풍을 보려고 중부고속도로를 들어섰다. 오창휴게소에서 아침을 먹고는 내비게이션을 실행하려고 문수사를 입력하니 해남 문수사가 없다. 전국 30여 개의 문수사가 뜨는데 해남 문수사는 없다. 왜 해남으로 알고 있었을까. 이것저것 둘러보다가 고창의 문수사가 가장 그럴듯해 검색을 해보니 단풍 명소로 유명한 그 도량이 맞다. 내 염두에 있던 문수사가 해남이 아닌 고창이었다. 어이없으면서도 한층 가까워진 여정에 오히려 마음이 여유로워진다, 해남보다 고창이 왕복 세 시간이나 더 짧다. 명성은 거의 잘 알려지지 않은 낯선 사찰이지만 또 한 해 중 이맘때 사람들이 밀려드는 반짝 특수 시즌이다. 입구에는 들고나는 차량을 관리하기 위한 인력도 배치되어 있다. 과연 단풍 명소임을 실..

팔공산 환상의 단풍나무거리

나는 단풍나무를 젤루 좋아합니다. 근래 배롱나무에 꽂히긴 했지만 역시 으뜸은 단풍나무입니다. 선연한 가을의 붉은 잎도 물론 좋고 눈이 시리도록 푸른 여름의 초록 잎도 이루 말할 수 없이 아름답습니다. 소싯적엔(?) 그저 단풍이겠거니, 차도 막히고 불편한데 무신 단풍놀이고? 북적대며 가을 나들이를 하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하였습니다. 그까짓 게 다 뭐야. 동료들과 방에 처박혀 고스톱으로 단풍놀이를 하곤 했습니다. 이제사 단풍, 그리고 다른 가을의 모든 것들의 아름다움을 깨닫고는 행여 가을을 잃어 버릴까 문밖을 나서기 시작했습니다. 시간의 소중함을 알지 못했던 청춘시절, 그것이 조금 억울하기도 하고 어리석었던 자신을 질책하기도 합니다. 팔공산 단풍길을 일구월심 기다려 다녀왔습니다. 파계사에서 동화사까지 이십..

부석 은행나무길

참 희한한 일이었다. 내가 그 길에 들어서자 마자 바람이 몹시 불기 시작했다. 마치 언제부터 불고 싶었는데 내가 도착하기만을 기다렸다는 듯이. 은행잎이 어지러이 흩날려 정신이 아뜩하다. 얼핏 노랑나비 떼의 군무 같다. 길 위에도, 지붕 위에도, 자동차 와이퍼 위에도 날려 앉았다가는 세찬 바람에 또 날아가 버리는 중이었다. 나의 착각이었다. 바람은 나를 기다린 건 아니었다. 언제부터 떨어지기 시작했는지 은행나무 우듬지는 벌써 앙상한 나뭇가지인 채로 빈 바람을 맞고 있었다. 이미 며칠 전부터 그러고 있었는 갑다. 여기는 영주 부석. 부석사라는 사찰로 유명하지만 매년 이맘때면 면소재지에 가로수로 늘어선 은행나무의 풍광이 멋진 길이다. 이 길을 걷노라니 내가 속한 이 세계는 단지 노랑만으로 가득한 공간인 것 같..

독립기념관 단풍나무 숲길

예전에는 꽃이 만발한 봄날도 단풍이 새빨갛게 물든 가을날도 별 감흥없이 심상하게 맞곤 했다. 봄인가보다, 가을이네. 그저 그거였다. 오히려 이제 이만큼 나이 먹다 보니 계절의 변화에 민감해지고 센티멘털해진다. 단풍은 언제쯤 절정일까 일기예보에 집중하기도 하고 이번 주를 놓치면 이 가을을 영영 잃어버리는 건 아닐까 조바심도 갈마든다. 내게 남은 가을이 소년시절 적처럼 하 많이 남아있는 게 아니라는 무의식의 조급증임을 안다. 그러니 이 귀중한 가을을 예전처럼 허투루 보내고 말 수는 없는 절박함이기도 하다. 독립기념관의 단풍숲길이 핫플레이스로 각광받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예의 언제쯤 단풍이 들까 노상 검색하다가 정한 날이 11월 6일이었다. 혼자 가도 좋지만 카페에 정기적으로 깃발을 드는 입장이니 이걸로 스..

10월 안성팜랜드

안성팜랜드를 지난 8월에는 유명한 해바라기를 보고 왔는데 당시 무슨 이벤트 행사기간이었는지 입장권을 한 장 더 주는 거였다. 12월 31일까지 유효기간인 것을 추운 겨울에야 그닥 볼 만한 게 없을 것 같아 10월 어느 날 다시 방문하다. 역시 명불허전 아름다운 풍경들. 유럽풍의 이런 이국적인 풍경들이 참 좋다. 갑자기 닥친 한파가 여러 날 이어지면서 나들이객들의 옷차림이 영락없이 겨울이다. 음 가을도 끝나가는 분위기다. 안녕 여름... 알렉산드라 : 지난 여름의 왈츠

배추고도 귀네미 마을

저 많은 배추를 누가 다 먹을까. 1박2일에 방영된 후로 유명해져 한때 그럭저럭 호기심 많은 관광객이 다녀가기도 햇던 곳이다. 이 곳에 올라보면 그 독특한 지형이 한번도 안가본 안데스산지 같은 풍광이다. 관광객이 보기엔 멋진 뷰지만 이곳은 뜨거운 뙤약볕 아래 땀을 흘리는 노동자들의 고단한 삶이 잇는 곳이다. 어디라고 그렇지 않을까. 시원하게 그린색으로 펼쳐진 전원풍경이 도시인들에게 낭만적인 정경이래도 거기 엎드려 일하는 농부들은 뼈 빠지는 삶의 터전인 것이다. 몇 년 동안 여름철이면 하장 일대에서 배추작업을 했었다. 그때 이 귀네미 마을에서도 몇 번 일을 한 적이 있었다. 등이 휠 것 같은 힘든 노동의 날들이었다. 보기엔 아름답지만 저 가파른 자드락 돌밭에서 비료를 지고 오르내리는 일은 진정 막장인생의 ..

송지호연가

80년대 초반 미애라는 여가수가 있었다. 크게 뜨지는 못했지만 당시에는 라디오와 TV에 자주 출연하는 등 짧은 기간이나마 제법 인지도가 있었다. 가창력이 있어 좀 빛을 볼 줄 알았더니 슬그머니 뒤안길로 사라져 버렸다. 그녀가 부른 로 인해 강원도 고성에 그런 호수가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다시 송지호를 가다. 전망대가 있는데 이곳서 바라보는 풍취는 그저 그렇다. 건물이 시야를 가리는 구조물이 너무 많아 조망이 좋지 않다. 그냥 호수 둘레를 걷는 것이 좋다. 송지호는 석호다. 모래가 쌓여 가두어진 호수다. 두 눈이 파래지도록 여름의 진초록이 아름다운 호수다. 관광객이 떼 지어 몰려들 만큼 알려지지 않아 아직은 청정한 상태로 보존되어 있다. 호수 주변엔 드넓은 습지가 둘러싸고 있다. 보통은 송지호만 둘러보..

도시투어 송도

바다 위에 세운 도시. 간척할 때부터 장기적으로 계획된 도시. 하나부터 열까지 철저하게 인공으로 꾸민 도시 송도. 실은 원래 있던 섬이 아니니 송도라는 이름은 좀 뜬금없다. 중앙공원이라 하면 될 걸 꼭 센트럴파크라고 해야 됨? 국제도시라서? 센트럴파크라고 하면 좀 고상하고 우아한가. 자연의 풍경도 물론 아름답지만 완벽한 인공의 도시도 아름답다. 어느 것 하나 허술하게 지나치지 않은 완벽에 가까운 인공미. 구석구석 틈바구니 둘러볼 것이 많다. 때론 아, 이런 기발한 발상이라니! 하고 감탄하기도 한다. 센트럴파크를 중심으로 한 특별한 도시 송도 여행이다. 63빌딩이 오래도록 회자되고 특히 지방 사람들에게 선망의 대상이었던 건 국내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어서다. 송도에는 그보다 높은 건물들이 즐비하다. 전에 수..

영덕 벌영리 메타세쿼이아 숲

오늘 10월 중순인데 엄청 덥다. 숲에 바람 한 줄기 안 들어오고 등골에 땀이 송글송글. 뉴스에서는 이상고온이라는 보도가 나온다 어쩐지. 나만 더운 게 아니었구나. 내일부터는 기온이 뚝 떨어진다고 한다. 영덕 벌영리 메타세쿼이아숲 그리 알려지지 않은 곳인데 어찌들 알고 찾아왔는지 주차장에 차가 가득하다. 아직 여름의 잔상이 가득한 푸른 숲속의 풍경이다. 이제 저 푸른 저 나뭇잎도 조락하기 시작할 것이다. 좋은 나날들이다. 10월의 멋진 날이다. Meav - The Mermai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