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양 도담삼봉 단양군에서는 이 도담삼봉을 단양 명소 제일 으뜸으로 선정하고 홍보하고 있다. 글쎄다. 단양이 워낙 명승지가 없는 건지 내 보기에 이게 첫번째라는 건 동의하기 어렵다. 그랬는데 예전의 사진을 보고는 과연 명승지라는 걸 비로소 인정한다. 충주댐이 생기기 이전의 도담삼봉은 가히 절경이다. 환경단체에서 또는 내가 왜 댐건설을 반대하는지 명분이 선다. 물에 잠긴 도담삼봉은 더이상 단양제일경이 아닌 것이다. 어디 충주댐 뿐이겠는가. 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2021.10.03
원주 뮤지엄산 오랜만에 유정으로부터 전화. 언뜻 기억은 희미하지만 최소 2년은 넘은 것 같다 그를 만난 지가. 돈거래를 하는 사람은 만나기 불편해 표 안나게 외면했었는데 원주 새벽시장을 구경 가자고 전화를 해 왔으니 차마 거절은 못하여 정말 오랜만에 두 사람만의 여행. 꼭두새벽에 눈 비비고 일어나 양평에서 그와 만나 차 하나를 타고 새벽시장 둘러보기. 그리고 뮤지엄산. 유명소라 익히 이름은 들어 알고 있어 언젠가는 가 보리라 막연한 계획을 갖고는 있었는데 덕분에 방문. 뭔가 아우라는 있는 것 같은데 범부의 눈으로는 당최 알 수 없다. 백남준의 작품을 볼 때처럼. 백남준의 작품이니 고품격 걸작이려니 짐작만 하지 정작은 어떻게 감상해야 그 진수를 누낄 수 있는 건지 난해하기만 했던. 뮤지엄산 방문기도 역시 그렇다. 내 심.. 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2021.10.03
보은 말티재 어느새 몸 오싹하게 아침공기가 싸늘하다. 법주사 입구 오리숲길은 겨울 같은 느낌. 이 알싸한 느낌이 좋다. 정신이 맑다. 이 청량한 숲길은 월정사 숲길과 더불어 가장 힐링이 되는 길이다. 오늘은 이 길이 아니라 법주사로 들어가는 관문, 말티재가 목적지다. 함양의 지안재 흑산도의 열두구비길과 더불어 3대 구불길이다. 이라는 테마로 포스팅하지만 전망대에 올라 내려다보는 뷰 말고는 그닥 볼 건 없다. 전망대도 최근에야 생겼으니 그 전에는 길이 구불거린다는 것만 짐작할 뿐 그것을 눈으로 보지는 못했다. 오르내리는 차들만 힘겨울 뿐이었다. 지금도 역시 운전하기 난감한 열구비 꼬부랑길이다. 걷는 사람에게 아름다운 길이 ‘아름다운 길’이고 말티재는 한 장의 사진이 아름다운 길이다. 고갯마루에에 만발한 가을꽃들이 선연.. 서늘한 숲/한국의 아름다운 길 2021.09.24
선운사 꽃무릇을 이태 전 가을 이맘때 영광 불갑사의 꽃무릇을 보았지요. 불타듯 빨간 촛불들을 난생 처음 대했습니다. 그 강렬한 충격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데. 올해는 고창 선운사를 갔습니다. 선운사의 꽃무릇이야 워낙 유명한 곳이니 두말할 필요 없으리라 짐작은 했었지만 실제로 본 그곳 꽃무릇은 참말 장관이었습니다. 국내 최대 규모라고 해요. 과연 불갑사의 꽃무릇을 본 눈에 선운사의 그것은 또한 뭐라 표현할 수 없어 후기를 쓰기가 난감합니다. ‘꼭 사람이 활활 불길 위를 걷는 것 같아’ 지인에게 보낸 이 한 줄 문자가 내가 끄집어낼 수 있는 유일한 표현이었고 지금 보니 나름 적절하고 괜찮은 소감인 것 같습니다. 눈가는 대로 카메라 셔터를 눌러 여러 장 담아와 풀어 놓으니 만족할만하게 사진들이 잘 나왔습니다. 어쭙잖은 후기는 .. 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2021.09.18
지금은 메밀꽃 질 무렵 이효석의 소설을 다시 읽어 본다. 겨우 4장 분량 정도의 짧은 소설이지만 읽을 때마다 전에 못 보았던 문장이나 구절이 새록새록 발견된다. 장돌뱅이 허생원이 청주 사람이면서도 늘 평창과 그 일대의 장을 돌아다닌 이유가 있었다. "장에서 장으로 가는 길의 아름다운 강산이 그대로 그에게 그리운 고향이었다" 직업으로서의 숙명의 길이 아닌 여행의 길로 강원도의 산천을 택한 것 같다. 언제부턴가 도보여행에 대한 현대인들의 인식이 새롭게 변했는데 허생원은 이미 그때 ‘길 위의 여행’을 즐겼던 것 같다. 메밀은 예전에 가난의 상징이기도 했다. 이렇다 할 땅뙈기 없는 강원도 산골의 무지렁이들이 평생 가난을 벗지 못하고 땅에 엎디어 심어 먹은 게 그저 감자요 옥시기요 메밀이었다. 척박한 자드락 돌밭에서 거둘 수 있는 건 .. 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2021.09.15
들길 따라서 비내섬 여긴 비내섬이예요. 섬이라고 해서 웅숭깊은 대양 가운데의 거창한 그런 섬이 아니고 유장하게 흐르는 남한강 어느 물굽이에 하나 떠 있는 평범한 작은 섬입니다. 주말이면 어디로든 가방 메고 떠나곤 하지만 가끔 정한 데가 없거나 혹은 왠지 움직이는 게 귀찮아져 아무 것도 안하고 멍때리고 싶을 때가 있지요. 그럴 때 찾곤 하는 충주의 섬입니다. 집에서 멀지 않아 가는 길에 편의점에서 샌드위치와 라떼커피 사들고는 하루종일 쉬다 오는 곳입니다. 전혀 인공의 손길이 가지 않은 곳. 그래서 세련되고 고상한 걸 좋아하는 보통의 사람들은 오지 않는 곳입니다. 작은 섬이라고 했지만 한바퀴 돌아보는 데 두 시간 정도 소요됩니다. 산책도 하다가 풀숲에 앉아 벽공을 보며 오랫동안 멍때리기도 하고, 들고간 책을 읽기도 합니다. 그.. 서늘한 숲/한국의 아름다운 길 2021.08.31
안성 해바라기 해바라기의 계절. 1983년이었던가. 소피아 로렌 주연의 영화 를 보았다. 이미 전성기가 한참 지난 옛날 배우를 개봉관에서 보다니. 기실 70년에 제작상영했던 영화를 나중에 재개봉한 거였다. 소피아 로렌 특유의 무표정 연기는 정말 좋았다. 그러나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에도 눈앞에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건 역시 광활한 해바라기 들판이다. 그것은 흔히 우리가 아는 노란색이 아닌 우크라이나의 오렌지빛 해바라기다. 거대한 바람이 들판을 휩쓸며 지나갈 때 일렁이던 해바라기의 물결. 그 장면만으로도 충분히 돈값(?)을 했던. 우리나라에는 그런 광활한 해바라기밭이 없다. 그리 크게 농사를 지을 리가 없다. 다만 볼거리 차원에서 가꾸는 해바라기 명소들이 있다. 안성 팜랜드. 역시 보기는 아름답지만 영화에서 느끼는 광활.. 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2021.08.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