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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투어 송도

바다 위에 세운 도시. 간척할 때부터 장기적으로 계획된 도시. 하나부터 열까지 철저하게 인공으로 꾸민 도시 송도. 실은 원래 있던 섬이 아니니 송도라는 이름은 좀 뜬금없다. 중앙공원이라 하면 될 걸 꼭 센트럴파크라고 해야 됨? 국제도시라서? 센트럴파크라고 하면 좀 고상하고 우아한가. 자연의 풍경도 물론 아름답지만 완벽한 인공의 도시도 아름답다. 어느 것 하나 허술하게 지나치지 않은 완벽에 가까운 인공미. 구석구석 틈바구니 둘러볼 것이 많다. 때론 아, 이런 기발한 발상이라니! 하고 감탄하기도 한다. 센트럴파크를 중심으로 한 특별한 도시 송도 여행이다. 63빌딩이 오래도록 회자되고 특히 지방 사람들에게 선망의 대상이었던 건 국내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어서다. 송도에는 그보다 높은 건물들이 즐비하다. 전에 수..

영덕 벌영리 메타세쿼이아 숲

오늘 10월 중순인데 엄청 덥다. 숲에 바람 한 줄기 안 들어오고 등골에 땀이 송글송글. 뉴스에서는 이상고온이라는 보도가 나온다 어쩐지. 나만 더운 게 아니었구나. 내일부터는 기온이 뚝 떨어진다고 한다. 영덕 벌영리 메타세쿼이아숲 그리 알려지지 않은 곳인데 어찌들 알고 찾아왔는지 주차장에 차가 가득하다. 아직 여름의 잔상이 가득한 푸른 숲속의 풍경이다. 이제 저 푸른 저 나뭇잎도 조락하기 시작할 것이다. 좋은 나날들이다. 10월의 멋진 날이다. Meav - The Mermaid

곰소소금밭길

예전 정선 숲에 살 적에, 비어 있던 옆 폐가에 부부가 이사를 왔었다. 십 몇 년을 신안의 염전에 있다가 이젠 힘들고 지쳐 산으로 왔다고 했다. 나이가 나보다 그리 많은 것도 아닌데 겉늙어 보이는 데다 굴왕신 같은 매골이어서 환갑도 더 지나 보였다. 얼굴은 새카만데다 버석거리는 피부. 한눈에도 고생에 찌든 인생이 보였다. 일년 정도 그 폐가에 살다가 큰골로 집을 얻어 갔는데 그 이후로는 한번도 만나지 못했다. 그리고 몇 년 후에 그 아저씨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가깝게 지내던 사이는 아니었지만 마음이 몹시 우울했다. 한 가련한 인생을 떠나보낸 것 같은 슬픔이었다. 내 인생도 그보다 나은 것도 아니면서. 부안마실길의 한 구간으로 왕포에서 곰소까지의 이 길이 ‘곰소소금밭길’이다. 소금을 뿌려 놓은 듯한 ..

신의 정원 옥천 수생식물학습원

좁은 문으로 들어가라 멸망으로 인도하는 문은 크고 그 길이 넓어 그리로 들어가는 자가 많고 생명으로 인도하는 문은 좁고 길이 협착하여 찾는 자가 적음이라 (마태복음 7:13-14) 청소년 시절에 루이제 린저의 을 감명 깊게 읽었다. 성경에 나오는 구절에서 모티프를 얻어 쓴 소설이다. 대청호 호안가 언덕에 있는 옥천 수생식물학습원은 저 ‘좁은문’이라 쓴 문으로 들어간다. 허리를 굽혀야 들어간다. 이곳에 오면 결코 서두르거나 조급해하지 말고, 바람보다 앞서가지 말고 천천히 관조하며 거닐라는 배려의 의미로 작게 만들었을 것이다. ‘수생식물학습원’이라는 이름은 교육적인 뉘앙스를 풍기지만 이곳은 멋진 정원이다. 인공적이면서도 그 인공적인 느낌을 최소로 줄여 짜장 느릿느릿 산책하게 되는 정원이다. 유럽풍의 건물과 ..

군위 화본역

이용하는 사람은 별로 없지만 지금도 여객열차의 기능을 하고 있다. 대부분은 관광객이다. 역사가 가장 아름답다는 타이틀이 붙은 역. 입장료 1000원이다. 간이역이지만 역무원이 근무한다. 역무라기보다는 입장료 매표업무다. 주차장은 있는데 내방객이 많아 구석구석 빈자리 찾아 헤매다 겨우 골목길에 비집고 주차함. 화본역 꽃 진 물자리, 젖꼭지 달렸네 자다 잠 깬, 꽃물 든 목숨이네 앉은 자리 꽃 진 자리 꽃자리 선 자리 꽃자리 꽃 뿌리 눈물 뿌리 방울새 어디 서서 우나 배꽃. 메밀꽃, 메꽃 배꼽 눈 보이네, 배꼽도 서 있네 녹물 든 급수탑 억새풀 고개 숙인 목덜미 눈물 포갠 기다림, 설렘 흰 겨울 눈꽃에 젖네 어머니 젖꽃 어머니 젖꽃 젖꽃 실뿌리, 실, 실, 실, 웃는 실뿌리 오솔길, 저녁 낮달로 떴네 어머니..

단양 도담삼봉

단양군에서는 이 도담삼봉을 단양 명소 제일 으뜸으로 선정하고 홍보하고 있다. 글쎄다. 단양이 워낙 명승지가 없는 건지 내 보기에 이게 첫번째라는 건 동의하기 어렵다. 그랬는데 예전의 사진을 보고는 과연 명승지라는 걸 비로소 인정한다. 충주댐이 생기기 이전의 도담삼봉은 가히 절경이다. 환경단체에서 또는 내가 왜 댐건설을 반대하는지 명분이 선다. 물에 잠긴 도담삼봉은 더이상 단양제일경이 아닌 것이다. 어디 충주댐 뿐이겠는가.

원주 뮤지엄산

오랜만에 유정으로부터 전화. 언뜻 기억은 희미하지만 최소 2년은 넘은 것 같다 그를 만난 지가. 돈거래를 하는 사람은 만나기 불편해 표 안나게 외면했었는데 원주 새벽시장을 구경 가자고 전화를 해 왔으니 차마 거절은 못하여 정말 오랜만에 두 사람만의 여행. 꼭두새벽에 눈 비비고 일어나 양평에서 그와 만나 차 하나를 타고 새벽시장 둘러보기. 그리고 뮤지엄산. 유명소라 익히 이름은 들어 알고 있어 언젠가는 가 보리라 막연한 계획을 갖고는 있었는데 덕분에 방문. 뭔가 아우라는 있는 것 같은데 범부의 눈으로는 당최 알 수 없다. 백남준의 작품을 볼 때처럼. 백남준의 작품이니 고품격 걸작이려니 짐작만 하지 정작은 어떻게 감상해야 그 진수를 누낄 수 있는 건지 난해하기만 했던. 뮤지엄산 방문기도 역시 그렇다. 내 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