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 날이었습니다. 봄은 아직 저 멀리 있고 한창 깊은 겨울 속에 들어 있는 저 북쪽 땅 양구 해안, 거기다 해발 500미터의 고분지, 펀치 보울입니다. 해안면에서 군복무를 했다는 예전 회사동료는 춥고 고생했던 이야기만 늘어놓아서 내게는 아주 몹쓸 전방 황무지 땅이라는 이미지만 잔뜩 박여 있었습니다. 그 친구도 그곳이 펀치 보울이라고 불리는 걸 몰랐던 모양입니다. 열이면 열 다 ‘펀치볼’이라 하는데 ‘펀치 보울(punch bowl)’이라 해야 맞는 표기입니다. 우리 말로 하자면 ‘화채그릇’이란 말인데 제 눈으론 먼 옛날 아주 거대한 운석이 쿵, 하고 쩔어져 움푹 패인 것 같은 지형입니다. 같은 나라 땅이면서 멀게만 여겨지던 펀치 보울을 우정 작심하여 허위허위 올랐습니다. 군장병들 즐비한 동토의 황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