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석의 소설을 다시 읽어 본다. 겨우 4장 분량 정도의 짧은 소설이지만 읽을 때마다 전에 못 보았던 문장이나 구절이 새록새록 발견된다. 장돌뱅이 허생원이 청주 사람이면서도 늘 평창과 그 일대의 장을 돌아다닌 이유가 있었다. "장에서 장으로 가는 길의 아름다운 강산이 그대로 그에게 그리운 고향이었다" 직업으로서의 숙명의 길이 아닌 여행의 길로 강원도의 산천을 택한 것 같다. 언제부턴가 도보여행에 대한 현대인들의 인식이 새롭게 변했는데 허생원은 이미 그때 ‘길 위의 여행’을 즐겼던 것 같다. 메밀은 예전에 가난의 상징이기도 했다. 이렇다 할 땅뙈기 없는 강원도 산골의 무지렁이들이 평생 가난을 벗지 못하고 땅에 엎디어 심어 먹은 게 그저 감자요 옥시기요 메밀이었다. 척박한 자드락 돌밭에서 거둘 수 있는 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