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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초등학교와 산토끼

창녕군은 근래 이방면의 이방초등학교가 노래 의 탄생지라고 대대적으로 문화선양사업을 하고 있다. 동요 는 마산 출신의 이일래가 이방학교에서 교사로 재직 중에 만든 노래라 한다. 그간 작자 미상의 노래로 알려져 있다가 1938년 출판된 영인본이 1975년에 나오면서 이일래의 노래로 비로소 확인되었다고 하는데, 미심쩍은 건 이 노래는 오랜 세월을 남과 북 모든 사람들이 불어오던 노랜데 정작 작곡자인 이일래는 왜 익명으로 숨어 있었을까 하는 것. 내막이 궁금한 건 아니고 새로 밝혀졌다는 위 사실이 별로 신뢰가 가지 않는다. 이방초등학교 옆 동산에는 산토끼노래동산이라는 테마공원이 있다. 봄꽃들이 한창이던 지난 봄에 이곳을 다녀왔다. 전에 갔었던 서울의 둘리뮤지엄도 그랬고 이 산토끼노래동산도 역시 하나도 재미가 없..

찬양하라

어느 음식점엘 들어갔더니 주인이 기독교인이다. 입구 문설주에 십자가와 함께 무슨무슨 성결교회 따위 문구가 있으니 그런 줄 알지. 벽에는 시편 한 절이 쓰인 액자가 걸려 있다. 그거야 뭐. 기독교인도 불교인도 식당을 하는 거야 뭐 못마땅할 리 없지만 이 집은 들어가니 찬송가를 틀어 놓았다. 음식을 먹으면서 내내 찬송가를 듣다 나왔다. 문 닫을 때까지 그럴 테지. 불쾌하다. 신앙 깊은 주인의 성정이야 이해하려 해도 밥 먹으러 온 손님들에 대한 예의와 배려가 전혀 없는 순전히 막가파식 개신교인이다. 싫으면 네가 싫지 내가 싫어? 싫으면 오지마, 이런 식이겠다. 이런 소소한 것들 때문에 그 종교에 정나미가 떨어져 가는 것이다. 한데 그들은 아예 모른다는 게 한심하다. 하긴 그정도 되면 그 집단에선 신앙심이 깊은..

대왕암에서 방어진까지

내가 매 주말 사진 여행을 떠나는 걸 아는 동료가 울산엘 가라고 한다. 물론 울산도 여러 번 갔었지. 어렸을 때의 선입견이 평생을 지배한다. 현대가 세운 공업도시 울산. 예전엔 현대시라는 별칭으로 부르기도 했다. 그 이미지 때문에 울산은 내내 공장굴뚝으로 가득한 삭막한 도시로 각인되어 있다. 태화강 십리대숲이 좋아 몇 번 가보고 장기도보 때 동해안 방어진과 대왕암 일대를 걸었던 기억. 여전히 동구 일대는 정주영의 도시다. 울산을 가라고 추천해준 동료는 남편이 평생 현대중공업에서 근무해서 오래도록 그곳에서 살았다고 한다. 자신의 고향처럼 애착심이 대단하다. 지난 봄 동백꽃을 보러 학성공원에 갔다 왔다 했더니 이번에 그가 추천해준 곳이 울기공원이다. 울기공원? 지금은 대왕암공원으로 알려진 곳이다. 단연 울산..

광주의 이팝나무.... 5월, 꽃잎

망월동 5·18 묘역으로 가는 민주로에는 이팝나무 흰 꽃잎이 절정이었습니다. 묘역을 성역화하면서 임들의 넋을 추모하는 취지로 5월에 꽃이 피는 이팝나무를 가로수로 심었습니다. 이만큼 세월이 흘러 무심한 이들에겐 그저 예쁜 꽃구경의 즐거움일 테지만 그날을 겪고 생생하게 기억하는 사람들에겐 가슴을 찢는 처절한 아픔의 꽃잎기도 합니다. 올해 광주민주화운동 41주년입니다. 처음으로 망월동을 찾았습니다. 그간 해마다 임들을 추모해 왔으면서 어찌 이곳을 찾을 생각은 한번도 안 했는지 모릅니다. 묘역은 우선 정갈하니 기분이 좋았습니다. 그날의 역사만 잠시 기억에서 지운다면 반나절 놀다 가기 좋은 시민공원입니다. 입구까지 줄지어 선 이팝나무는 이 여행의 주 테마이구요. 추모탑 앞에서 제법 긴 묵념을 하고 묘비들을 둘러..

전주 팔복동철길 이팝나무

5월의 첫날이었습니다. 아주 추운 아침입니다. 설악산 오대산에 폭설이 내렸습니다. 이 푸른 5월에. 이곳은 간간이 는개비가 흩뿌렸습니다. 을씨년스런 하루였어요. 지난 11월의 첫날도 비와 함께 시작되더니 이 5월의 첫날도 비가 내렸습니다. 비가 아니라 이곳의 나무들도 눈을 맞은 듯 저리 하얗습니다. 전주 팔복동 옛 기찻길이예요. 유명해서 이맘때 사람들이 많이 몰려오지만, 특별히 가꾸거나 꾸미지 않은, 있는 그대로의 소박한 매력이 있습니다. 폐철로와 이팝나무 하얀 꽃. 얼핏 어울리는 조합은 아닌 듯한데 직접 풍광을 대하니 제법 그림이 됩니다. 가난했던 옛 사람들이 이름만이라도 배불러지라고 이팝나무라 했다고 합니다. 꽃말은 영원한 사랑이라는데 어째 그럴싸하진 않은 것 같습니다. 이 팔복동 이팝나무 철길은 그..

서울숲 튤립

이제껏 살면서 튤립을 수없이 보아 왔지만, 다 사진이나 영상 등이였지 실사물을 본건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숲. 사람이 엄청나게 많다. 인파에 떠밀려 저절로 흐르는 것 같다. 여러번 갔었지만 이렇게 사람이 많은 건 처음이다. 거리두기 방역지침이 무색하다. 지금 코로나 시국 맞어? 오늘 무슨 행사 있나. 했더니 온통 튤립이다. 아 튤립! 튤립은 색도 아주 여러 가지다. 난생 처음 보는 튤립, 원없이 눈요기 하다. 사람들이 그래서 많은 거였군. 사람 구경도 원없이 하다. 그냥 눈에만 담을 생각이었는데 동행인이 사진을 찍으라고 자꾸만 종용한다. 잔소리(?)에 굴복하여 카메라를 꺼내 시늉으로 대충 몇 장 찍는다. 나중에 보니 그래도 제법 잘 나왔다. 윌마 고이크 : In Un Fi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