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숲/한국의 아름다운 길

고창 문수사 단풍나무길

설리숲 2021. 11. 20. 22:23

 

왜 해남으로 알고 있었을까.

문수사로 마지막 단풍을 보려고 중부고속도로를 들어섰다.

오창휴게소에서 아침을 먹고는 내비게이션을 실행하려고 문수사를 입력하니 해남 문수사가 없다.

전국 30여 개의 문수사가 뜨는데 해남 문수사는 없다.

왜 해남으로 알고 있었을까.

이것저것 둘러보다가 고창의 문수사가 가장 그럴듯해 검색을 해보니 단풍 명소로 유명한 그 도량이 맞다. 내 염두에 있던 문수사가 해남이 아닌 고창이었다.

 

어이없으면서도 한층 가까워진 여정에 오히려 마음이 여유로워진다, 해남보다 고창이 왕복 세 시간이나 더 짧다.

 

명성은 거의 잘 알려지지 않은 낯선 사찰이지만 또 한 해 중 이맘때 사람들이 밀려드는 반짝 특수 시즌이다. 입구에는 들고나는 차량을 관리하기 위한 인력도 배치되어 있다. 과연 단풍 명소임을 실감하겠다.

 

이곳의 단풍길은 화려하지는 않다. 단풍나무만 있는 게 아니라 여러 수종들이 풍부하여 붉음 일색이 아닌 총천연색의 은은한 가을이다.

 

이곳 단풍나무숲은 국내 유일의 천연기념물로 보호하는 의미 있는 숲이다.

사찰을 둘러싸고 있는 이 숲은 그래서 일반인들의 출입이 안된다.

일주문에서 도량까지의 길에서 단풍을 본다. 그러므로 선연한 단풍을 기대하고 간다면 약간은 아쉬울 수도 있다. 그럼에도 그 길의 가을 풍광은 여느 곳보다 훨씬 고아하다.

 
 

 

 

 

 

 

 

 

 

 

 

 

 

 

 

 

 

 

 

 

목적이 단풍나무였기에 부처님에게 삼배도 안 하고 돌아나왔다.

 

조촐한 만추의 절 풍경이다.

둘러싼 단풍나무들은 마지막 아우라를 발산하고 있었다.

 

 

 

 

 

 

한국의 만추 서정을 대표하는 감.

감나무는 내가 가장 많이 선택하는 피사체다.

특히 이맘때의 빨간 홍시.

아무리 여러 장을 찍어도 그 사진이 그 사진 별다를 게 없지만

나는 길을 걷다 나목에 매달린 감을 보면 또 찍는다.  

 

 

 

 

문수사 담장에 여느 사찰에는 없는 이런 테라스가 있다.

내방하는 사부대중들을 위한 배려로 보인다. 

따뜻한 햇볕을 받고 앉아서 차도 마시고 스마트폰도 들여다보는 안락한 장소다.

부처가 자신의 품안을 내준 걸까. 

 

 

 

 

 

 

 

 

 

 

 

 
 

이제 가을을 보내려고 한다.

아침에 국도에서 보는 풍경은 어느새 겨울이다. 황량하고 쓸쓸하다.

 

 
 

이동원 님이 세상을 떠났다.

그의 노래들에서는 가을 냄새가 난다. 자신의 노래처럼 가을에 떠났다.

같은 시대를 공유했던 사람이었기에 그의 이별이 더욱 절절히 애슬프다.

그는 왜 또 11월에.

모든 것과 이별하는 계절, 그러나 아직은 다 떠나지 않은 이 계절.

스산한 나날들이다.

 

명복을 빕니다. 한 생애에 당신이 있어 한껏 풍부하고 행복했어요.

 
 
 
 

      이동원 : 장미 그리고 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