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문득 꿈길인 듯 여수 앞바다 오동도가 빨간 꽃잎 터뜨리며 내 폐항으로 달려왔다. 김여정 중에서 허공에서 한 차례, 지상에서 한 차례. 두 삶을 치열하게 살고 가는 꽃. 나무에서의 화려한 생보다는 땅에 떨어진 처연함이 아름다워 보는 사람들에게 애잔한 슬픔을 주는 꽃, 동백. 지금 오동도는 그 슬픔이 절정이다. 새벽기차를 타고 와서 내리니 칠흑같은 밤. 시간이 남아 물소리 철썩대는 방파제를 소요하다 보니 먼바다에 벌겋게 동이 터 온다. 비로소 드러나는 오동도의 실루엣. 간밤에 떨어진 꽃송이들이 고스란히 내 차지가 된다. 인적이 뜸한 이른 시각이니 저렇지 관광객들이 밀려 들어오면 저 꽃송이들은 죄다 밟혀 뭉개져 버릴 것이다. 꽃의 운명이란 게 그런 게지. 너무 예쁘면 생이 평탄하지 않다는 진리. 어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