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종에 따라 어떤 비행기는 기내 선반이 좀 높다.
내가 탄 비행기도 그랬는데 가방을 얹으려니 까치발을 해야 했다. 내가 그리 작은 키도 아닌데.
얹다가 실수로 바닥에 떨어뜨리고 다시 얹으려고 하는데
가까이 있던 여승무원이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하며 내 가방을 받아 거뜬하게 얹는다.
키 큰 아가씨가 팔까지 뻗으니 그저 너무나 우월한 광경이다.
아씨... 나도 할 수 있는데.
항공사 내규상 승무원들의 안전을 위해 승객들 짐 얹고 내리는 걸 해주지 말라는 규정이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승무원들이 도와주고 있는 건 그만큼의 서비스 정신을 발현하는 것이리라.
우월한 키를 이용하여 나를 도와준 여승무원의 친절에 한편으론 고마웠고 한편으론 열패감을 느꼈다.
아이 씨... 나도 까치발하면 할 수 있었는데 말이지
넌 내게 모멸감을 줬어.
항공사들이 늘씬한 여승무원을 채용하는 건 단순히 외모지상주의가 아니라 이런 이유도 있을까,
하는 생각을 잠깐 했다.
미혼여성들의 남자의 키에 대한 개념이 이렇단다.
키 큰 아가씨, "내가 키가 크니까 아무래도 배우자는 키가 커야겠죠."
키 작은 아가씨, "내가 키가 작으니까 2세를 위해서 남자는 키가 커야겠죠."
이거뜨리 장난해?
너거들은 내게 굴욕감을 주고 말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