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는 다비치의 그 해리가 아니다. 고창군 해리면이다. 폐교된 나성초등학교를 리모델링해서 책공간으로 탈바꿈했다. 리모델링이라고는 했지만 폐교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건물의 지붕만 바꾼듯하다. 책 속에 길이 있다고는 하는데 내가 읽은 책 속에는 길이 없었다. 그러나 길 아니더라도 다른 것들은 있었다. 도서관에서 책을 대출하다 보면 갈피 안에 라면 가닥이 말라붙어 있은 적도 있고, 그런 류의 음식물 흔적이 많았다. 또 천 원짜리와 만 원짜리 지폐를 득템한 적도 두어 번 있었다. 그러니 책을 읽으면 돈이 생긴다는 건 인정할 수밖에 없다. 배고픈 소크라테스보다 배부른 돼지를 지향하는 나는 책 읽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아는 게 많아지면 번민과 고통도 많아진다는 나만의 해괴한 논리다. 그렇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