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걷는데
햇빛이 이마를 툭 건드린다
봄이야
그 말을 하나 하려고
수백 광년을 달려온 빛 하나가
내 이마를 건드리며 떨어진 것이다
나무 한 잎 피우려고
잠든 꽃잎의 눈꺼풀 깨우려고
지상에 내려오는 햇빛들
권대웅<햇빛이 말을 걸다> 중에서
중학교 때 처음 기차를 타 보고는 이후로 이 경춘선 철도는 내 인생에 주요 행로가 되었다. 마석 금곡 화랑대 태릉 신공덕 등의 정겨운 지명들.
한번도 내려서 디뎌 보지 못한 그 철길을 이제 밟아 본다.
저 레일.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숱한 질곡과 영욕의 역사가 보이는듯도 하다.
위대한 유산이다.
아주 포근하고 밝은 햇살 가득한 오후였다. 포근하다기보다는 훗훗해서 등어리에 땀이 맺히게 더운.
봄이다.
날도 좋고 마침 방역단계가 완화된 첫 주말이라 경춘선 철길에 나들이객이 아주 많이 나왔다.
호젓한 맛은 없지만 대신 오랜만에 사람들의 생기발랄한 모습들을 본다.
행복이란 게 별거 아닌데.
강허달림 : 기다림, 설레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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