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삼다도 통신

설리숲 2021. 3. 8. 23:00

 

 

꼭 목적지를 정하고 가지는 않습니다.

공항에 내리면서 그때 생각나는 곳이 여행지입니다.

제주는 내게 그런 곳입니다.

 

제주공항 출구로 나오니 관광홍보판에 노란 유채밭이 있습니다.

그렇지 마침 그 계절이니 저길 가보자.

 

폰 검색을 하니 산방산 유채꽃이 유명하다고 나옵니다.

 

 

 

 

유채밭 노랑.

 

노랑 노랑.

내가 제일 좋아하는 색. 노랑입니다.

사진이나 TV로 볼 때는 대규모 유채밭으로 보였는데 막상 현지에 가니 그렇지는않네요.

 

내 유년시절에 시골집에서 누에를 키웠더랬습니다. 누에는 오로지 먹는 것이 생의 전부입니다. 밖의 세상을 알려고도 하지 않고 뽕잎만 깔아주면 잠가 밖으로 나갈 줄을 모릅니다.

유채밭의 관광객들이 흡사 잠가 안의 꼬물거리는 누에들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다른 세상의 것은 관심 밖이고 오직 사진 찍는 것에만 집심하며 꼬물대는 모양이 그렇습니다.

아무튼 노랑의 색감은 단연 최고입니다.

 

 

 

 

 

동박낭 빨강.

 

빨강 빨강.

남국은 계절이 빨라 동백꽃도 이미 다 지고 동백수목원도 그 전 주에 폐장을 했습니다.

제주 동백을 보시려거든 한겨울에 가야 합니다.

 

길 건너 맞은 편에 있는 카페 [동박낭]입니다. 이곳도 꽤 유명한 동백꽃 명소인데 이미 끝물이라 흐드러지진 않았어도 그 붉은 색채의 강렬함은 여전히 남아 있었습니다.

 

동박낭은 자율 카페입니다. 2천원을 상자에 넣고 기계에서 마음대로 메뉴를 내려 먹습니다. 열 잔을 먹어도 되고 돈을 안 내고 먹는대도 눈치 보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정말로 그러는 사람은 없겠지만요.

유명하지만 화려하지 않은, 조촐한 분위기가 좋습니다.

 

삼다도는 매화도 다 지고 지금은 한창 목련이 개화하고 있습니다.

 

 

 

 

 

협재 파랑.

 

파랑 파랑

협재해수욕장.

내가 가본 해변에서는 가장 그 색이 아름다운 바다입니다. 파타야를 가보지 않았지만 갔다온 사람들의 말로도 그곳보다 더 아름답다고 합니다.

협재 뿐 아니라 인근의 금능이나 곽지해변도 이와 같습니다.

오래 전에 처음 본 협재의 인상이 길래 남아 있었는데 그간 너무도 많이 알려진 탓에 다시 가본 협재는 사람들로 넘쳐납니다. 대규모 주차장이 생겼고 인근이 번화가로 변해 있습니다.

 

간간이 비가 흩뿌리고 우중충한 날씨라 강렬했던 첫인상의 색은 아니었지만 그 날씨에도 발하는 색의 아우라는 여전합니다.

 

 

그날 강원도에서는 폭설로 큰 고생을 한다는 뉴스가 연신 흘러나옵니다.

현실에서 멀리 떨어진 환상의 섬 삼다도는 후덥지근한 늦봄 같습니다.

 

 

 

 

삼다도.

돌 바람 여자?

아닙니다.

노랑 빨강 파랑의 섬이기도 하고.

 

내게는 그리움 설렘 자유가 있는 삼다의 섬입니다.

날 알아보는 사람이 전혀 없는 미지의 이방에서는 정말로 완전한 자유를 느낍니다.

지나친 방종으로 눈총을 받아도 창피하지 않을 것 같은 익명성의 편안함.

 

 

 

여기는 삼다도.

이미 봄의 한가운데로 들어온 제주 통신이었습니다.

 

 

 

 

       강허달림 : 기다림, 설레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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