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숲/음악 이야기 148

등대지기

어느 날 아침 조회시간에 처음 들어본 노래. 매주 월요일 애국조회라는 이름으로 전교생이 운동장에 모여 서서 교장선생님의 긴 훈화 및 이런저런 소소한 시상, 간단한 전달사항 등을 진행하는. 선생이나 아이들이 공히 싫어하던 그것. 어느 날 생뚱맞게 한 여학생이 단상에 올라가 노래를 불렀다. 그때 처음 들은 그 노래는 였다. 기분이 묘했다. 아득히 몽환 속으로 빠져드는 느낌이었다. 요즘 시쳇말로 완전 대박이었다. 먼 바다 위에 홀로 떠서 보랏빛으로 가득한 사방을 둘러보고 있었다. 외로움 허무함 아련함. 나는 4학년이었고 소녀는 5학년이었다. 소녀라기보다는 누나였다. 국민학교 때는 한 살만 많아도 여자는 훨씬 성숙해 보였다. 교정에서 가끔 얼굴을 보기도 하는 여학생이었다. 아주 예뻤다. 그 당시에는 그랬다.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