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기는 수많은 종류가 있다. 이웃의 부모들은 대개 아이에게 피아노를 가르친다. 물론 그 아이들이 자라면서 다 음악가가 되는 건 아니지만 설사 전문 연주자가 된다면 가장 밥벌이가 어려운 게 피아노다.
오케스트라나 관현악단에는 피아노가 없다. 아주 규모가 작은 악단이라도 기본적으로 바이올린 주자는 10명이 넘는다. 가장 선호도가 높은 듯한 피아노는 없다. 다들 기피하는 콘트라베이스 혹은 더블베이스도 두세 명은 있는데 말이다.
최고 경지에 이르는 특급 연주자가 되지 않으면 피아노로 생업을 삼기가 어렵다. 학원이나 레슨으로도 돈은 벌지만 연주자로서는 아니니까.
오케스트라에 피아노가 없는 이유는 근대 악단이 생성되고도 한참 후에 피아노가 나왔기 때문이라는 추정도 있고 좀더 그럴듯한 추정은 피아노는 음의 지속성이 없기 때문에 다른 악기들과 어울리지 못한다는 것이다. 기타도 없는 것으로 보아 제법 타당성이 있어 보인다.
그래서 고전 작곡가들은 그들의 곡에 아예 피아노를 편성하지 않았다. 그러니 후세의 오케스트라에는 피아노가 필요 없었을 테고.
피아노는 독주나 실내악, 또는 소나타에 목을 맬 수밖에 없었다. 이런 피아노를 동정해서인지 몰라도 작곡가들은 협주곡이라는 장르를 만들어 냈다. 악단과 조화를 이루지 못한 피아노의 약점을 역이용해 그 특성을 돋보이게 만든 것이다.
가장 독보적인 ‘피아노 협주곡’은 저 유명한 차이코프스키의 협주곡일 것이다. 웅장하면서도 감미로운, 정말 대단한 곡이다. 차이코프스키의 위대함을 본다.
그리그의 협주곡은 아주 독특하다. 보통 오케스트라가 잔잔하게 분위기를 돋우며 잔잔하게 연주해 나가면 적절한 때에 피아노가 들어와 연주를 시작하는데 그리그의 협주곡은 지휘자의 손이 허공을 가르면서 기다릴 수 없다는 듯 바로 피아노가 저돌적으로 내달린다. 마치 그동안 인정을 받지 못한 분노를 표출하는 것 같다.
그리그 피아노 협주곡 A단조 1악장 Op.16
광화문 앞 광장에 왜 피아노를 갖다 놓았는지는 모르나 지나가던 아가씨 하나가 앉아 뭔가를 연주하는데 야외라 잘 들리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