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으로 쓴 <아빠, 간섭하지 마세요>는 마돈나의 노래 <Papa, Don't Preach>에서 따왔다
지금은 좀 무색하긴 하지만 어느 한때, 정확하게는 1980년대 중반에 강력한 라이벌 가수가 있었다. 마돈나(Madonna)와 신디 로퍼(Cyndi Lauper)가 그들이었다. 또한 마이클 잭슨과 프린스, 라이오넬 리치, 조지 마이클 등 대형 스타들이 또다른 라이벌을 형성하면서 팝계의 중심으로 들어오던 화려한 시기였다.
혜성처럼 나타난 두 여가수의 위력은 대단했다. 기존의 틀과 개념을 과감하게 벗고 자유분방한 마인드로 새로운 팬덤을 형성했다.
신디 로퍼의 노래 Girls Just Want To Have Fun은 구닥다리 어른들의 품에서 뛰쳐나와 즐겁고 유쾌하게 살고 싶다는 욕망을 직설적으로 노래했다. 신디 로퍼는 장난기 가득한 노래창법처럼 사생활 역시 자유롭고 꾸밈이 없었다.
마돈나는 절제 속에서 자유를 동경했는데 신디와는 성향이 사뭇 달랐다. 마돈나는 성적인 컨셉트를 설정하여 철저하게 연출된 스타일로 탄탄한 경쟁력을 구축했다. Like A Virgin이라는 파격적인 제목의 노래로 대중에게 자신을 각인시키는데 성공하고는 거침없이 정상으로 날아올랐다. 여전히 그녀는 대중의 관심 안에 있는 수퍼스타다.
그들의 라이벌 구도는 오래가지 않았다. 신디 로퍼는 몇 장의 앨범을 히트시키고 최정상을 누렸지만 90년대 들어서는 그 명성을 더 이상 잇지 못했다. 너무 솔직하고 오픈된 탓이 아니었는지 나는 나름대로 추측을 해 보는데 그것 때문은 아닌 것 같다.
굳이 비교하자면 음악성으로 표현되는 노래실력은 신디 로퍼가 낫다. 그녀는 노래 외적인 부분에서는 큰 관심을 끌지 못했다.
반면 마돈나는 가수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완벽한 엔터테이너다. 노래보다 사생활의 일거수일투족이 큰 이슈가 된다. 끊임없이 화젯거리를 만들고 논란도 만들고 늘 대중의 관심을 끌고자 했다. 유명인들과의 결혼과 이혼, 또는 염문설도 다 철저하게 계산된 행보로 볼 수 있다.
신디 로퍼
어쨌든 마돈나는 이후로도 자신만의 고유 색깔을 입고 오래도록 팝계의 여왕으로 군림한다. 그것은 현재도 진행 중이다. 그녀의 테마는 ‘성적인 자유’다. 마릴린 먼로를 능가하길 꿈꾸었으며 과연 그 능력을 보여 주었다.
신디 로퍼의 전성기는 상대적으로 짧았다. 그러나 그녀가 남긴 강렬한 팩트는 오랜 세월이 지나도록 스러지지 않아서 여전히 대중들의 곁에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여느 가수들에게 흔한 ‘잊힘’이 아니다. “우리 여자아이들은 즐겁게 놀고 싶다”고 어른들에게 대들던 당찬 소녀의 포스가 오랜 세월이 지난 후에도 살아있는 것이다.
내년 초에 내한공연을 한다고 하는데 글쎄다. 늙은 할망구(?)의 공연을 보고 싶어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쓸데없는 트레바리를 놓아 본다. 난 아직도 젊은 시절 무대에서 뛰어다니며 소녀처럼 소리 지르던 모습이 가장 아름다웠던 것 같다.
Cyndi Lauper : Girls Just Want To Have F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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