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밤의 꿈 삼천포로 가는 저녁나절, 하늘이 낮게 내려와 있었다. 기나긴 가뭄 끝에 장마가 처음 시작되는 날 오후였다. 자연은 모든 준비를 다 갖추고 바야흐로 쏟아질 비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둠이 일찍 시작되었다. 부코비니안 오케스트라를 두 번째 만나는 저녁이다. 그 프롤로그는 마치 축복의.. 서늘한 숲/음악 이야기 2017.07.12
너 음악회 가봤니? 그 규모가 크든 작든 음악을 들으러 공연장으로 가는 길은 설레고 신난다. 막연히 귀로만 듣던 바이올린이나 첼로, 또 바순 오보에 플루트 등의 악기를 눈으로 보고, 그것에서 뿜어져 나오는 마력의 소리를 체험한다는 것. 눈부신 초록의 찻잎과 그것에서 풍기는 차향을 맡는 것에 비유할.. 서늘한 숲/음악 이야기 2017.06.17
하얀 목련이 진다 양희은은 젊었을 때 자신의 외모에 콤플렉스가 있었다. 요즘은 우선 외모가 가수 되기의 첫 번째 조건이다. 아주 잘못된 패러다임이다. 가수의 정체는 노래다. 양희은은 스스로 자신이 못생겼다고 넉살좋게 자인하곤 했다. 70년대의 여가수들 중에 빼어난 외모의 사람은 별로 없다, 정말 .. 서늘한 숲/음악 이야기 2017.04.05
여전히 요정 같은데 국민학교에 들어가서 처음으로 6·25 이야기를 들었다. 6월 24일 날이었다. 1950년에 북괴가 쳐들어와서 사람들이 피란도 가고 죽기도 하는 전쟁이 있었는데 내일이 그날이라고 선생님이 그랬다. 신기하긴 했지만 그리 실감은 나지 않았다. 우리에게 그 일은 아주 먼 옛날의 일이었다. H.O.T, .. 서늘한 숲/음악 이야기 2017.04.04
캘리포니아 호텔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시원한 바람에 머릿결 흩날리며 어둑한 사막 고속도로를 달린다. 이글스의 노래 <호텔 캘리포니아>의 가사는 이렇게 느와르적인 장면으로 시작한다. 기실 노랫말이 한편의 영화 같은 스토리라인이다. 캘리포니아 호텔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설명을 해주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미스터.. 서늘한 숲/음악 이야기 2017.03.27
긴 머리 소녀 젊어 한때 기타에 빠진 적이 있었다. 돈을 아껴 싸구려 기타를 샀을 때의 행복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딴따라가 되기 위한 애착은 물론 아니었다. 기타에 빠졌다고 자평은 하지만 보통 이상의 실력을 가질 만큼의 음악적인 소질도 없었고 노래도 그닥 뛰어나지 못했다. 소년적인 치기.. 서늘한 숲/음악 이야기 2017.03.21
4월과 5월 대통령 탄핵으로 대선이 앞당겨지면서 총선거, 지방선거와 함께 한국의 봄 4월과 5월은 이제 완벽한 선거의 계절이 되었다. 목련과 벚꽃, 장미들이 화려한 꽃의 계절과 정치. 조화롭지 않은 만남이지만 어쩔 수 없다. 그룹 4월과 5월의 노래 <화>의 제목의 비밀을 알았다. 4월과 5월의 .. 서늘한 숲/음악 이야기 2017.03.19
마리차 강변 진주 남강 세느강이 당신의 강이듯이 남강은 나의 것입니다. 어둠이 내리는 진주 남강의 저녁. 멀리 태양이 떨어지고 있는 지리산의 능선이 가슴을 울렁이게 한다. 사진으로 보는 유럽의 유명한 강, 또는 그 외의 유적지나 명승지는 얼마나 아름다운가. 여태껏 남강이 아름답다는 말은 한.. 서늘한 숲/음악 이야기 2017.03.16
피아솔라 그리고 탱고 영화 <라 밤바>에서 어린 리치 발렌스는 집 마당에 서서 하늘을 나는 비행기를 보면서 알 수 없는 포비아를 느끼곤 한다. 이는 비행기사고로 사망한 그의 전기를 그린 영화이기 때문에 사실이 확인되지 않은 영화적 암시 미장센이다. 탱고 거장 아스토르 피아솔라(Astor Pantaleon Piazzolla).. 서늘한 숲/음악 이야기 2017.03.15
망각나무의 노래 내 정원에 망각의 나무라 불리는 한 그루의 나무가 있어 지친 영혼들은 그곳을 찾아 위안을 얻곤 하지 어느 날 나는 너를 생각하지 않기 위해 그 나무에서 잠들었다 너무 곤히 잠들었지 잠에서 깨어나자 나는 또다시 너를 생각했다 잠들자마자 너를 잊어야 한다는 것을 내가 잊어 버렸기 .. 서늘한 숲/음악 이야기 2017.03.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