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숲/음악 이야기

여전히 요정 같은데

설리숲 2017. 4. 4. 19:01

 국민학교에 들어가서 처음으로 6·25 이야기를 들었다. 624일 날이었다. 1950년에 북괴가 쳐들어와서 사람들이 피란도 가고 죽기도 하는 전쟁이 있었는데 내일이 그날이라고 선생님이 그랬다. 신기하긴 했지만 그리 실감은 나지 않았다. 우리에게 그 일은 아주 먼 옛날의 일이었다.

 

 H.O.T, 잭스키스 핑클 베이비복스 god S.E.S 등의 아이돌이 데뷔하고 전성을 구가하던 시절이 20여 년 전이다. 바로 엊그제 같다. 그 아이들의 노래는 흘러간 노래처럼 여겨지지 않고 신세대들의 노래 같다. 국민학교 1학년이었을 때 6·2520년이었다. 그때는 먼 남의 나라 이야기 같은 20년이었는데.

 

 그때 <노란 샤쓰의 사나이>라든가 <황혼의 부르스> 등의 노래들은 구닥다리 같아서 싫어했었지만 실은 나온 지 몇 년 되지 않은 노래들이었다. <캔디><야야야> 등은 20년이 지났으니 2000년대에 태어난 사람들은 참말 먼 옛적의 오래된 구전가요 쯤으로 인식할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인식하는 <사의 찬미><눈물 젖은 두만강>처럼.

 

 아직도 핑클이나 베이비복스는 요정 같은 이미지가 지속되고 있다. 서태지는 그보다도 훨씬 앞선 세대이지만 흘러간 가수라는 인식은 전혀 들지 않는다. 그러나 요즘 아이들의 눈으로 잠깐 돌아보면 20년이나 흘러간 옛 원로가수처럼 보일 것이다. 우리가 현인이나 남인수를 그렇게 생각했듯이.

 

 세월이라는 것의 묘한 정체를 생각해보는 중이다.

지금 새삼 생각해 보니 그때 6·25를 이야기해 주셨던 20대 앳된 여선생님은 전쟁을 겪은 사람이다. 우리 지금의 요정들보다도 훨씬 어린 그 사람이.

 


 8살짜리 아이들에겐 <가거라 삼팔선> 같이 아주 머나먼 역사 속의 노래로 치부될지 모르는 요정들의 노래를 들어본다. 난 아직도 신세대 노래인 것처럼 여겨지는데.

 

 

 

핑클 : Waiting For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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