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포로 가는 저녁나절, 하늘이 낮게 내려와 있었다. 기나긴 가뭄 끝에 장마가 처음 시작되는 날 오후였다. 자연은 모든 준비를 다 갖추고 바야흐로 쏟아질 비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둠이 일찍 시작되었다.
부코비니안 오케스트라를 두 번째 만나는 저녁이다.
그 프롤로그는 마치 축복의 비가 내릴 걸 알고 있었다는 듯 멘델스존의 음악으로 여름밤의 축제를 시작했다. <한여름 밤의 꿈>이다.
지방 소도시의 문화적인 인프라가 취약하다는 걸 늘 체감하고 있다. 굵직한 공연들이야 언제나 대공연 위주로 이루어지지 지방 시민들은 그림의 떡이다. 우선 지자체들이 관리하고 있는 공연장부터가 격차가 있다. 기껏해야 객석 500여 석도 안 되는 데가 부지기수니 인지도 높은 공연을 유치할 수가 없다. 문화적으로 소외되다 보니 시민들의 저변도 넓지 못하다. 더 안타까운 건 공연을 기획하고 주체하는 사람들도 확고한 지식이 부족해 보인다.
이번 부코비니안 오케스트라 공연 포스터에도 몇 가지 오류가 있었다. 심지어는 맞춤법이 틀린 부분도 있었다. 이건 한심한 일이다.
음악회가 진행되는 동안 김영근 지휘자가 곡마다 해설을 했다. 반은 엉터리였다. 오펜바흐를 독일 작곡가로 소개한다든지 그의 첼로곡 <재클린의 눈물>을 생전에 재클린이 즐겨 연주하던 곡이라 하는 대목은 그 절정이었다. 안내포스터의 오류가 어느 한 사람의 착오였을 거라 생각했더니 그게 아니었던 것이다.
문화에서 동떨어지고 소외된 지방 시민들의 서글픔을 새삼 느끼던 밤이었다.
어쨌거나 연주는 훌륭했고 특히 바리톤 정승화의 노래는 최고였다. 객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의 음악적인 품격도 고상했다. 공연장 밖에는 메마른 대지를 적시는 첫 비가 쏟아지고 있었고 안에서는 아름다운 멜로디가 가득했다.
‘한여름 밤의 꿈’이 아닌, 승화된 축제의 밤은 깊어 가고 계절은 본격적인 여름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보이지 않아도 삼천포 바다 위에는 보석같은 비가 쏟아지고 있을 거였다.
멘델스존 <한여름 밤의 꿈>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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