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숲/음악 이야기

마리차 강변

설리숲 2017. 3. 16. 20:48

 


    진주 남강



 세느강이 당신의 강이듯이 남강은 나의 것입니다.

 

 어둠이 내리는 진주 남강의 저녁. 멀리 태양이 떨어지고 있는 지리산의 능선이 가슴을 울렁이게 한다.

사진으로 보는 유럽의 유명한 강, 또는 그 외의 유적지나 명승지는 얼마나 아름다운가. 여태껏 남강이 아름답다는 말은 한 번도 못 들어 봤다. 그러나 사진으로 보는 남강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유명 관광지의 실상이 다 이러하리라. 사진은 속일 수 없는 사실이면서도 진실이기만 하지는 않은 맹점이 있다. 나부터도 예쁘고 아름다운 풍경만 선택하지 주위의 쓰레기더미 같은 부정적인 것은 버리기 마련이다.

로렐라이 언덕을 다녀왔던 옛 친구는 실망이 이만저만 아니었다고 우리의 소양강이 훨씬 멋지다는 소회를 말하였다.

 아프리카 기아 어린이를 돕자는 캠페인 등에서 보는 아이 사진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지만 그 한 장의 사진을 만들기 위해 그 아이 모델이 겪은 고초는 엄청나다고 한다.

 

 해가 많이 길어졌다. 7시가 거의 다 돼야 땅거미가 진다.

 어둠 속으로 잠기는 남강을 바라보며 <마리차 강의 추억>을 흥얼거린다. 마리차는 불가리아의 강이다. 실비 바르탕(Sylvie Vartan)은 유명한 샹송 가수고, 평생 프랑스에서 살았지만 프랑스 사람이 아니다. 여덟 살 때 조국 불가리아가 소련에 의해 공산화가 되자 탄압을 피해 아버지를 따라 프랑스로 망명하였다. 우리 월남 실향민들이 돌아갈 수 없는 고향을 그리며 평생을 그리움으로 살고 있다. 고향에 대한 애착심은 인간 본연의 감정으로 동서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국에서 가수로 성공적인 삶을 살았지만 그녀의 가슴 안엔 망향의 애절함이 늘 자리하고 있었을 것이다.

 1990년 불가리아에 자유가 오고 실비 바르탕은 비로소 애타게 그리던 조국의 땅을 밟았다. 그리운 사람들 앞에서 <La Maritza>를 부를 때의 심정이 어땠을까는 불문가지다.

 

 

  세느강이 당신의 것이듯이

  마리차, 그것은 나의 강입니다.

  정말 아버지 밖에 없었습니다

  내 나이 막 열 살이었을 때

  내겐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

  그 흔한 인형 하나 없었고

  낮게 흥얼거리는 후렴 밖에는...

 

  지평선이 어두워졌을 때

  새들은 모두 떠나 버렸습니다

  희망의 길을 따라.

  그리고 우리도 그들을 따라갔습니다.

  파리로...

 

 

 

 

 

 

 

 

실비 바르탕 : La Maritz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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