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숲/노래를찾아떠나는여행

처녀 뱃사공

설리숲 2014. 6. 10. 23:17

 

 '노래를 찾아 떠난다'는 테마여행을 하다 보면 한 가지 애매한 부분이 있다. 가령 정태춘의 <북한강에서>를 리포팅하려면 북한강의 어디를 여행해야 하나 하는 것이다. 뭐 가장 가기 쉬운 곳 아무 데나 가도 상관은 없다. 그게 그리 중요한 사항은 아닐진대 그래도 제법 신경이 쓰이는 것이다.

 

 

 

 <처녀 뱃사공>의 경우도 그렇다. 노랫말의 낙동강을 가긴 가는데 그 장강의 어디를 간단 말인가. 사람마다 연상되는 지역이 제가끔 있기 마련이라, 나는 막연히 안동이나 상주 또는 예천 등지를 그리고 있었다.

 잘 아는 지인에게 처녀 뱃사공의 낙동강이라 하면 어디가 떠오릅니까 심상하게 물었더니 역시 심상하게 답하기를 경상남도 함안에서는 해마다 처녀 뱃사공 가요제를 한다더라 아마 지역 프랜차이즈로 만들려고 하는 것 아닐까? 그런다.

 함안이라...... 내가 막연히 생각하고 있던 지역과는 이미지가 동떨어져서 의아하긴 했지만 너무도 쉽게 힌트를 얻은 셈이다.

 

 

 6.25동란이 휴전협정으로 정전되고도 여전히 돌아오지 않는 장병들이 부지기수였다. 어느 강의 나룻배 사공이었던 청년 하나도 군인을 갔다가 돌아오지 않았다. 오빠를 대신해 두 누이동생이 나룻배를 저으며 오매불망 오빠를 기다렸으나 끝내 돌아오지 않았다. 그는 전사했다.

 어느 대중음악가가 그 즈음 이 강가를 지나다가 처녀 뱃사공을 보았고 이 생경한 풍경과 함께 사연을 들었다. 그래서 탄생한 노래가 <처녀 뱃사공>이다.

 이 음악가는 작사가 윤부길이었고 사공의 사연을 가사로 써서 한복남에게 노래를 의뢰했다.

 어느 자료에는 구체적으로 실제 인물들의 이름도 기록되어 있는데, 군인 간 오라버니 박기중, 두 여동생은 박말순 박정순으로 되어 있다. 당시 언니는 스물 셋, 아우는 열여덟이라 한다.

 

 

 

 

 

 그래서 찾아간 곳이 함안 악양이다. 노래비가 세워진 곳은 함안천변 기슭이다. 당시 이곳 나루를 배로 건너다녔다고 한다. 지금은 배로 건널 만큼 수량이 많지 않고 더구나 큰 다리가 놓여 옛 나루의 흔적이 의미가 없어졌다.

 

 그런데 약간 석연하지 않은 것은, 거기는 낙동강이 아니다. 악양을 흐르는 강은 남강이고 거기서 남강을 따라 약 10km를 더 흘러 남지 부근에 이르러서 큰 강인 낙동강과 합류한다. 게다가 처녀들이 노를 젓던 물은 남강도 아니고 함안천이다. 저만치 가까이 남강이 보이긴 하지만 나루는 분명 함안천이다.

 추측하건대 노랫말을 지은 사람이 지도에 대한 개념이 희박해서 무심히 그곳이 낙동강의 어딘가로 알았을 것이다.

 

 

 

 

 옛날 어느 나루,

 사공이 아낙인지 처자인지 하여튼 여자 뱃사공이었다.

 그러니 사내놈들은 너나없이 짓궂게 굴어대고 갖은 희영수를 했을 게다. 

 어느 점잖은 선비 같은 사내가 역시 그 배를 타고 건너는데,

 강 중간쯤에 이르자 은근히 희롱 섞인 말을 건넸다.

 "여보 마누라!"

 사공은 당황했지만 그런 사내놈들을 부대낀 게 하루 이틀이 아니라 정색하고,

 "어찌 그런 해괴한 말씀을 하시나요?  점잖은 양반이..."

 "아 그렇지 않소. 내가 당신의 배에 올라타고 있으니 내 마누라지"

 

  물을 건너 배가 강기슭에 닿자 사내가 내렸다.

  "잘 가거라 이놈아."

 뱃사공이 사내에게 그렇게 인삿말을 건넸다.

 사내가 황당하여 멀뚱히 쳐다만 보고 있는데,

 "아 이놈아 니가 내 배에서 나왔으니 내 아들 아니냐. 아들한테 이놈 저놈 했기로서니 멀 그리 벌레 씹은 면상을 하고 섰느냐 냉큼 가던 길 가지 않고."

 

 

악양루

 

 

 

 

 어쨌건 내가 <처녀 뱃사공> 노래를 접할 때마다 떠올리던 안동이나 상주 어디메쯤의 도도한 물결과는 너무나도 차이가 있어 매우 섭섭한 느낌이 있다.

 지금은 인근 낚시꾼들이 두엇씩 줄을 드리고 있고 강언덕에는 붉은 양귀비를 사뭇 가꿔 놓아 주민들의 좋은 산책길로 조성했다. 노래비 하나만이 이곳이 옛 나루였다는 것을 전하고 있다.

 

 

 

 

 

악양루에서 본 남강

 

 

 이 노래는 원래 황정자가 불렀다. 국민학교 시절에 듀엣 금과은이 리바이벌해 크게 히트했다. 그때 어린 나이에도 이 노래 무척 좋아했었다. 그래서 오늘은 금과은의 노래로 포스팅한다. 노래 참 좋다.

 

                             윤부길 작사 한복남 작곡 금과은 노래 : 처녀 뱃사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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