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되고 헛되도다.
불가뿐 아니라 기독성서 전도서에도 자주 나오는 말이다.
인생사고(人生四苦) 태어남 자체가 괴로움이라는, 나이가 들면서 절실하게 이해되는 부분이다.
소설을 생각하면서 이 인생의 덧없음에 대해 쓰고 싶었다. 조선시대의 기생들을 통한 부운(浮雲) 춘몽(春夢) 화무십일홍 같은 인생을 그리고 싶었다.
소설을 접은 지금도 가슴 한 쪽에선 늘 그 이야기에 대한 그리움이 스멀거리곤 한다.
가끔 노량진 강변에 나가 앉아 휘휘 늘어진 버들가지를 보며 상념에 젖기도 했다.
수양버들이 어디 노량진에만 있을까만 민요 <노들강변>에서 인생의 허무를 가장 진하게 느낀다. 짧은 봄날의 서러움을 인생에 비유한 노랫말이 옛 기생들의 삶을 떠올리게 한다.
이 노래 <노들강변>도 기생출신의 여인이 불렀다.
신민요다. 전래민요와 달리 신민요는 작곡된 민요다.
노들은 지금의 노량진이다.
또다시 봄이다. 서설이 날리고 있었다. 그 옛날 무시로 배가 드나들고 정인을 그리워하던 어느 여인네들이 채질하는 버들가지를 바라보면 하염없이 눈물지었을 그 나루터는 흔적도 없고 철각과 고층 건물들이 들어서 있다. 그래도 봄만 되면 수양버들 가지 끝에는 파랗게 물이 오르고 바람 따라 하늘거리기는 여전하다. 그리고 날리는 하얀 서설 입자들.
오늘의 노들은 시민들의 나들이 휴식처로 변모하였다.
제행무상 인생도 무상이다.
노들강변 봄버들 휘늘어진 가지에다가
무정세월 한 허리를 칭칭 동여 매어나 볼까
에헤요 봄버들도 못 믿을 이로다
푸르른 저기 저 물만 흘러 흘러서 가노라
노들강변 백사장 모래마다 밟은 자죽
만고풍상 비바람에 몇 번이나 지워 갔나
에헤요 백사장도 못 믿을 이로다
푸르른 저기 저 물만 흘러 흘러서 가노라
노들강변 푸른 물 네가 무슨 망령으로
재자가인 아까운 몸 몇몇이나 데려갔나
에헤요 네가 진정 마음을 돌려서
이 세상 쌓인 한이나 두둥 싣고서 가거라
신불출 작사 문호월 작곡 박부용 노래 : 노들강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