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숲/노래를찾아떠나는여행

광화문 연가

설리숲 2014. 4. 15. 01:11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 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 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 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터에 몰 고인 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

 

 

 

 어느 해 연분이었는지.

 분분 낙화와 함께 봄이 기울어져가는 즈음에,

 라디오에서 이형기의 시 <낙화>가 성우의 낭독과 함께 그 배경음악으로 <광화문 연가>가 흘러나올 때 이유 없는 슬픔이 솟아 나와 목울대를 적신 적이 있었다. 아마 하롱하롱 날리는 앵두꽃잎 때문이었을 게다. 그때 처음으로 낙엽의 가을보다 꽃잎 지는 봄날이 처참하게 슬프다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그후 이영훈이 세상을 떠났을 때 인간사의 허무함을 절감하며 또한번 눈시울을 적시었었다.

 

 노랫말처럼 소담스레 눈 덮인 정동길과 언덕 밑 교회당을 보고 싶었는데 폭설이 아닌 한 도시의 눈은 너무 빨리 녹고 만다.

 시간과 더불어 사람들은 오늘도 부지런히 오가며 삶을 산다. 무교동 골목을 추억하며 회상에 빠지듯 먼 후일에 이곳을 추억하는 사람들은 또 그들대로 그리움과 회한의 젖어 이곳을 생각할 것이다.

 정동길은 푸른 여름날에 가도 상념은 늘 조락의 늦가을이다. 아니 꽃잎 흩날리는 늦봄이다.

 

 시 <낙화>를 못 견디어 하는 여자 친구가 하나 있다. 이런 봄이면, 이런 봄밤이면, 지금쯤 그는 가슴 저 밑바닥의 슬픔을 퍼 올리고 있을지 모른다.

 

 

 

 

 

 

 

 

 

 

 

 

 

 

 

 

 

 

 

                이영훈 작사 작곡 이문세 노래 : 광화문 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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