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 전 가을 이맘때 영광 불갑사의 꽃무릇을 보았지요.
불타듯 빨간 촛불들을 난생 처음 대했습니다.
그 강렬한 충격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데.
올해는 고창 선운사를 갔습니다.
선운사의 꽃무릇이야 워낙 유명한 곳이니 두말할 필요 없으리라 짐작은 했었지만
실제로 본 그곳 꽃무릇은 참말 장관이었습니다.
국내 최대 규모라고 해요.
과연 불갑사의 꽃무릇을 본 눈에 선운사의 그것은
또한 뭐라 표현할 수 없어 후기를 쓰기가 난감합니다.
‘꼭 사람이 활활 불길 위를 걷는 것 같아’
지인에게 보낸 이 한 줄 문자가 내가 끄집어낼 수 있는 유일한 표현이었고
지금 보니 나름 적절하고 괜찮은 소감인 것 같습니다.
눈가는 대로 카메라 셔터를 눌러 여러 장 담아와
풀어 놓으니 만족할만하게 사진들이 잘 나왔습니다.
어쭙잖은 후기는 그만두고 그냥 사진만으로 그 감동을 오래도록 간직하려 합니다.
여름은 어찌 그리 빨리 가 버렸나.
선운사 뜨락엔 성큼 가을이 와 있어요.
여름을 제대로 즐기지도 못했는데.
아, 벌써.
사랑이 왜 이리 고된가요
이게 맞는가요 나만 이런가요
고운 얼굴 한 번 못 보고서
이리 보낼 수 없는데
사랑이 왜 이리 아픈가요
이게 맞는가요 나만 이런가요
하얀 손 한 번을 못 잡고서
이리 보낼 순 없는데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그 험한 길 위에 어찌하다 오르셨소
내가 가야만 했었던
그 험한 길 위에 그대가 왜 오르셨소
기다리던 봄이 오고 있는데
이리 나를 떠나오
긴긴 겨울이 모두 지났는데
왜 나를 떠나가오
안예은 : 상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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