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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의 이팝나무.... 5월, 꽃잎

망월동 5·18 묘역으로 가는 민주로에는 이팝나무 흰 꽃잎이 절정이었습니다. 묘역을 성역화하면서 임들의 넋을 추모하는 취지로 5월에 꽃이 피는 이팝나무를 가로수로 심었습니다. 이만큼 세월이 흘러 무심한 이들에겐 그저 예쁜 꽃구경의 즐거움일 테지만 그날을 겪고 생생하게 기억하는 사람들에겐 가슴을 찢는 처절한 아픔의 꽃잎기도 합니다. 올해 광주민주화운동 41주년입니다. 처음으로 망월동을 찾았습니다. 그간 해마다 임들을 추모해 왔으면서 어찌 이곳을 찾을 생각은 한번도 안 했는지 모릅니다. 묘역은 우선 정갈하니 기분이 좋았습니다. 그날의 역사만 잠시 기억에서 지운다면 반나절 놀다 가기 좋은 시민공원입니다. 입구까지 줄지어 선 이팝나무는 이 여행의 주 테마이구요. 추모탑 앞에서 제법 긴 묵념을 하고 묘비들을 둘러..

전주 팔복동철길 이팝나무

5월의 첫날이었습니다. 아주 추운 아침입니다. 설악산 오대산에 폭설이 내렸습니다. 이 푸른 5월에. 이곳은 간간이 는개비가 흩뿌렸습니다. 을씨년스런 하루였어요. 지난 11월의 첫날도 비와 함께 시작되더니 이 5월의 첫날도 비가 내렸습니다. 비가 아니라 이곳의 나무들도 눈을 맞은 듯 저리 하얗습니다. 전주 팔복동 옛 기찻길이예요. 유명해서 이맘때 사람들이 많이 몰려오지만, 특별히 가꾸거나 꾸미지 않은, 있는 그대로의 소박한 매력이 있습니다. 폐철로와 이팝나무 하얀 꽃. 얼핏 어울리는 조합은 아닌 듯한데 직접 풍광을 대하니 제법 그림이 됩니다. 가난했던 옛 사람들이 이름만이라도 배불러지라고 이팝나무라 했다고 합니다. 꽃말은 영원한 사랑이라는데 어째 그럴싸하진 않은 것 같습니다. 이 팔복동 이팝나무 철길은 그..

서울숲 튤립

이제껏 살면서 튤립을 수없이 보아 왔지만, 다 사진이나 영상 등이였지 실사물을 본건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숲. 사람이 엄청나게 많다. 인파에 떠밀려 저절로 흐르는 것 같다. 여러번 갔었지만 이렇게 사람이 많은 건 처음이다. 거리두기 방역지침이 무색하다. 지금 코로나 시국 맞어? 오늘 무슨 행사 있나. 했더니 온통 튤립이다. 아 튤립! 튤립은 색도 아주 여러 가지다. 난생 처음 보는 튤립, 원없이 눈요기 하다. 사람들이 그래서 많은 거였군. 사람 구경도 원없이 하다. 그냥 눈에만 담을 생각이었는데 동행인이 사진을 찍으라고 자꾸만 종용한다. 잔소리(?)에 굴복하여 카메라를 꺼내 시늉으로 대충 몇 장 찍는다. 나중에 보니 그래도 제법 잘 나왔다. 윌마 고이크 : In Un Fiore

우와, 호랑지빠귀다!

올해는 모든 봄꽃들이 일찍 피었다가 일찍 졌다. 진달래 보러 창원 천주산에 갔다가 때를 놓쳐 흐드러진 꽃은 못보고 새 한 마리를 보았다. 점점무늬의 호랑지빠귀다. 강원도 시골에서는 귀신새라 하며 5월부터 밤에 귀신소리를 낸다. 사진으로만 봐 왔던 호랑지빠귀를 난생 처음 보다. 아마 처음이자 마지막일 것도 같다. 행여 인기척에 달아날까 나무 뒤에 숨어 찍느라 잘 담아내지 못했다. 아무튼 진달래는 아쉬운 대신 저 귀한 새를 보게 된 건 행운이다. 정말 봄이누나.

진해 여좌천 벚꽃길

내년 봄엔 여길 꼭 가야지. 여러 해 집심하여 별렀었죠. 재작년에 드디어 난생 처음 스케줄을 잡아 설레고 있었는데 그만 병원에 입원해 수술을 받느라 기회를 놓치고는, 작년엔 코로나로 또 못 갔습니다. 그리고 올해 역시 군항제는 취소가 됐지만 작년처럼 완전봉쇄는 없어서 자유로이 벚나무 그늘을 걸을 수 있다는 정보를 들었습니다. 그래서 필생의 소원인 진해의 유명한 벚꽃을 보고 왔습니다, 실컷. 아, 생은 소소한 소망 한 가지씩 이루는 재미로 점철되는 것임을! 웬만하면 3월에 개화하지 않는데 올해는 벚꽃 개화가 아주 빠릅니다. 보통 남쪽에서 화신을 접하고 자랑삼아 벚꽃 통신을 보내면 북쪽 사람들이 부러워하며 놀러가곤 하는데 올해는 거의 동시다발로 전국이 피어나니 자랑할 만한 간격도 없이 어느새 서울쪽에도 벚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