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2394

동백을 보러 갔지만 동백꽃은 보지 못했네

광양 옥룡사지에 동백숲이 있다고 그러면 당연 지금쯤 동백꽃이 덜퍽지게 피었을 게라고 거의 한나절을 걸려 당도했다. 과연 동백림은 거창한데 꽃은 없다. 안내판에 의하면 이곳 동백나무가 약 1만여 그루로 국내 최다라고 한다. 근데 꽃은 없다. 아직 덜 핀 것도 아니요, 이미 진 것도 아니다. 이곳 동백나무들은 화려하게 꽃을 피우는 나무가 아닌 것이다. 부산 동백섬도 나무는 빽빽하게 우거져도 화려항 꽃잔치는 없다. 나처럼 이름만 듣고 온 관광객들이 실망스러워하는 대화들을 나누며 아쉽게 떠나간다. 가물에 콩나듯 두어 송이씩 달린 동백꽃. 꽃이 구쁜 관광객들이 그나마 폰을 내밀어 찍는 포토존이다. 이날 이곳에서 가장 화려하게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건 입구의 이 여인이다. 헤일수 없이 수많은 밤을 ~~ 나도 적잖이 ..

도시투어 대전

도시투어 대전. 소제동골목, 벽화와 철도관사촌 기차역이 있는 곳은 대체로 레트로의 클래시컬 볼 것들이 많다. 오가던 사람들, 이별과 상봉이 있었으니 이야깃거리도 많았을 테고 이들을 다 감싸안은 마을은 문화와 경제의 중심지가 되기 마련이다. 대전역 옆댕이 중앙시장이 그 대표적인 장소다. 중앙시장은 대전의 상징이기도 하다. 말 그대로 없는 게 없다. 우리 어머니 표현대로 ‘처녀불알’까지 있다. 이번엔 들르지 않았지만 천원 짜리 국밥집도 있다. 철도관사촌은 현재 카페나 퓨전음식점이 영업을 하고 있다. 들어가 보진 않았지만 고풍스런 외관들이다. UFO를 닮은 목척교는 대전천의 명물이 되었다. 대전역에서 은행동 대흥동을 지나 옛 충남도청까지의 거리가 이번 나의 도시투어의 여정이고, 또 이곳만 둘러보아도 대전을 거..

우도 올레길

육지에서는 여러 날 참혹한 산불의 재앙이 이어지고 있는데 먼 나라인 듯 제주 섬은 고요하고 따스하게 봄이 한가득이다. 이처럼 고즈넉하고 따스하게 봄을 맞고 싶은데 우리의 봄은 왜 매양 이리도 아픈지. 당장 떠오르는 것만 해도 천안함 세월호 제주4‧3 5‧18 그리고 봄만 되면 연례행사처럼 일곤 하는 동해안 산불. 또하나, 윤석열 당선. 시일야방성대곡 암울한 봄이다. 섬은 내내 강풍이 몰아쳤다. 이놈의 바람 때문에 울진삼척의 참상이 극을 이루었다. 날은 완연한 봄이건만 강풍 때문에 추웠다. 봄이겠거니 하늘하늘한 옷차림으로 한껏 멋내고 건너온 아가씨들이 날씨 이변에 움츠러든 모습들이다. 우도. 제주 올레길 중 가장 걷기 좋고 풍광도 빼어난 코스인 것 같다. 유명한 서빈백사해변의 흰 모래도 아름답지만 섬 동쪽..

2월과 함께 겨울도 끝났다.

오랜만에 예술의전당에서의 클래식 감상. 코로나 이후로 공연 횟수도 줄었고 입장 관객수도 제한돼 왔다. 이번에는 작심하고 두 달 전에 일찌감치 예매를 했다. 자리도 아주 앞자리. 그간은 늘 뒷북을 쳐 그 많은 로얄석을 다 놓치고 뒤쪽이나 양 가장자리 쪽 자리만 겨우 앉았었다. 클래식 공연이야 음악을 들으면 됐지 앞자리면 어떻고 뒷자리면 어때? 하지만 음악을 들으려면 집에서 유튜브로 들으면 되지 뭐러 비싼 돈 내고 공연장엘 갑니까. 연주자들의 모션 하나나라를 현장에서 직접 보며 생생한 음질을 느낄 수 있다. 게다가 음악 외에도 관객들의 열기 또한 현장 아니면 느낄 수 없다. 지휘자의 퍼포먼서는 또 얼마나 멋진가. 하루 종일 하늘이 회색빛으로 낮게 내려앉았다. 더도 아니고 덜도 아닌 딱 2월의 날씨다. 관객제..

졸업

졸업식날 학교 앞에는 꽃과 졸업장통을 파는 사람들로 장사진이어서 그 풍경만으로도 분위기가 흥성했다. 더불어 교정에는 사진사들이 북적거렸고 좀 있는 집 애들은 부모가 직접 카메라를 들고 와 찍었다. 그야말로 격세지감이다. 미소만 짓게 만드는 오래전 풍물이 되었다. 졸업 풍경도 변했고, 코로나가 창궐한 지금은 그마저도 하지 않는다. 학부모 없이 약식으로 간단하게 하고는 졸업사진은 집에 와서 엄마가 스마트폰으로 찍는다. 참으로 불행한 세대다. 아이들도 그렇고 가장 안타까운 건 대학입학생이다. OT 도 하고 싶었고 MT도 가고 싶었고, 대학생이 되면 가장 빛나는 청춘시절을 보낼 거라 꿈꿨는데... 참으로 불행한 세대다. 졸업을 하고 나서 입때껏 한번도 모교를 가보지 않았다. 그 근처라도 가질 않았었다. 나이 들..

2월, 무주 금강변을 걷다

시간은, 강물처럼 흐르고 시간은, 손짓해 나를 부른다 우리 언제 다시 만나게 될지 누구도 알 수 없고 시간은 그저, 바다로 가는 강물처럼 속절없이 흐른다. - 알란 파슨스 프로젝트의 노래 노랫말 중에서 차를 타고 휙휙 지나다니며 보던 금강변. 이번에 그 유장한 물줄기를 바로 곁에서 느낄 수 있는 매력적인 여행이었다. 메마른 흙먼지 흩날리는 고적한 이런 계절엔 생명력 충만한 기운을 느끼러 강변으로 가자. 그곳 서덜에 가만히 앉아 있으면 강물과 세월이 더불어 유장하게 흐르는 삼라만상을 느낀다. 세상에 영원한 건 없어. 여울져 흐르는 물은 사실은 하루 종일 강안의 모든 것들과 만남과 동시에 이별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종국엔 증발하여 사라지겠지. 겨울도 아니고 봄도 아니고 애매한 계절이다. 마치 목적 없이 길..

협곡열차를 타고

기차는 교통수단의 하나지만 목적지 없이 그냥 기차여행 자체를 좋아합니다. 오래전부터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모스크바로 가는 시베리아횡단열차를 동경했습니다. 막연히 동경만 했지 막상 떠나는 걸 실행하지 못했습니다. 그랬더니 작금의 팬데믹은 이제 그 실행할 작심마저도 무질러 버렸습니다. 그래도 머지않아 동경이 현실 되는 날이 올 것을 희망합니다. V-Train을 타고 왔습니다. V는 협곡을 의미하며 우리말로 하면 ‘협곡열차’라고 할 수 있겠지요. 백두대간 첩첩산협을, 그야말로 V자 같은 협곡에 기찻길이 있어요. 예전에 영암선이었던 이 철도는 태백과 인근의 탄광에서 검은 진주를 실어내며 호황을 이룰 때 참 열심히도 달렸습니다. 석탄산업의 사양으로 이 노선은 슬그머니 사라지고 그 사이 한국의 철도 인프라도 KTX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