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KGC인삼공사와 페퍼저축은행 경기 보러 대전 충무체육관.
예매한 자리를 찾으니 내 양옆에 관객이 앉아 있고 나는 그 사이에 앉게 돼 있다. 이런 코로나시국에 거리를 띄우고 자리를 배치하는 게 상식인데 이 사람들 미친 거 아냐? 다닥다닥 붙어 앉은 광경을 보니 몹시 께름칙하다. 둘러보니 텅텅 빈자리가 많은데 왜 매표를 이렇게 했는지 황당하다. 1세트가 끝나고 휑뎅그레 빈자리로 옮겨 앉았다. 표가 많이 팔리지 않은 경기라 빈자리가 많아 다행이었다.
누구나의 예상대로 인삼공사의 3대0 일방적인 완승이었다.
경기는 1시간 18분만에 끝났다. 가깝지 않은 거리를 부러 왔는데 너무 순식간에 끝나 버려 허탈하고 좀은 입장료가 아깝다.
하긴 예상 못한 건 아니다. 신생팀 페퍼의 전력이 너무 약한지라 이번 시즌에 거의 모든 경기가 3대0 셧아웃이다. 오늘은 그중에서도 가장 빨리 끝났다.
알면서도 예매를 한 건 선택의 여지가 없기 때문이었다. 배구는 매일 한 경기만 열린다. 토요일인 오늘은 페퍼저축은행과 인삼공사다. 다른 경기가 있었다면 다른 선택을 했을 것. 하긴 다른 경기였다면 표가 매진되기 쉬우니 내 차지까지 올 수도 없었을 것이다.
페퍼저축은행을 비하하려는 건 아니다.
신생팀은 전력이 약한 건 상식이다. 스타급 선수가 있는 것도 아니고 다른 기존 팀들의 보호선수명단에서 제외된 선수들을 수급해서 조직한 팀이니 선수 개개인의 커리어는 조금은 모자란다. 충분히 이해한다. 승률이 떨어지는 것도 이해한다.
그러나 개개인의 실력은 그렇다 쳐도 팀의 조직력 같은 게 전혀 없어 보인다. 상대 팀이 잘해서 점수를 주고 경기를 지는 건 얼마든지 이해하지만 내 보기엔 팀의 내부 문제가 더 부각된다. 수없이 저지르는 범실들. 어설픈 수비 포메이션. 하고자 하는 의욕상실. 하긴 여러 경기를 지다 보면 패배의식이 생길 수밖에 없긴 하다.
그런데 돈을 내고 들어온 관중들이 이런 박진감 없는 경기를 봐야 한다면 나처럼 돈 아깝다는 생각 들지 않을까.
올해보다는 내년이, 내년보다는 후년엔 더 나아지겠지만 지더라도 관중들에게 더 많은 박수를 받는 경기를 보여 줬으면 한다.
월등한 승률로 1위를 달리고 있는 현대건설의 경기를 보면 왜 이 팀이 강한지 대번에 느낀다. 눈빛에 의욕이 충만하다. 볼 하나하나 허투루 안 넘기고 반드시 잡아내겠다는 절박한 의지로 몸을 던진다. 1위인데도말이다. 관객은 그런 경기와 그런 선수를 좋아한다.
그래도 외인인 엘리자벳 선수의 능력은 월등해 보인다.
그녀의 점프하는 모습은 정말 아름답고 멋있다. 실력은 차치하고 점프 모습은 아마 현재 리그에서 가장 예술적일 것이다.
정호영과 이선우 선수의 대활약이었다. 그간 백업으로 뛰던 두 선수의 주전으로의 도약이 가까워졌음을 보여주는 활약이었다.
팀내 주전뿐이 아니라 일찌감치 차세대 국가대표로 유망한,
두 선수의 업그레이드를 응원한다
이선우
노란
박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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