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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천포 아가씨

이틀간 비가 많이 내린다는 예보. 봄도 거의 막바지다. 다원에 있어 봐야 할 일도 없고 진종일 잠에 빠져 있거나 술 좋아하는 여자들 등살에 불콰하게 취해 있거나 할 것이다. 잔뜩 흐려 검은 구름이 무겁게 잠긴 진양호를 한 바퀴 둘러보고 사천읍을 지날 때쯤 예보대로 비가 쏟아진다. 삼천포는 비가 와야 제격이다. 일종의 선입감이다. 그 옛날 은방울자매가 부른 노래의 가사가 비 내리는 삼천포로 시작한다. 대중가요의 위대함은 그것으로 인해 어떤 특정한 장소가 널리 알려지는 것이다. 잘 나가다가 삼천포로 빠진다는 속설이 있듯 삼천포는 특별히 가 볼 일이 없는 지방이었다. 부산 마산 등 경상도에서 전라도로 왕래하거나 같은 경상도 지방을 가면 갔지 생뚱맞게 바닷가에 되똑 나앉은 삼천포를 갈 일은 없는 것이다. 삼천포..

전주 자만벽화골목

보통의 관광객들은 한옥마을만 돌아보고 지척인 이 벽화마을은 잘 모른다. 오목대에서 육교를 건너면 바로 만나는 강파른 산록에 형성된 마을이다. 으례 그렇듯이 이 달동네에도 골목을 벽화로 치장했다. 이곳만의 독특한 분위기의 벽화인데 좀 현란하여, 부정적인 말로는 귀살스럽다고 할 수도 있고 더 심하게는 귀신더버기라고 할 사람도 있을 듯하다. 날이 궂거나 어스름이 내릴 때, 혹은 어두운 밤에는 지나가기에 좀 무서울 것도 같다. 그런만큼 빛나는 낮에는 화려한 색채가 아름답다. 길버트 오설리반 : Alone Again

대구 이월드 벚꽃이 절정

다시 벚꽃의 계절. 이번엔 대구를 갔습니다. 이제 전국 어디나 벚꽃 명소 아닌 데가 없으니, 집에서 가까운 청풍호수도 화려한 벚꽃의 으뜸을 자랑하고 괴산 읍내에도 조촐하지만 벚나무 가로수가 있어 그 정취가 그만이지만. 사람 심리가 그래도 집에서 어느 정도는 멀리 가야 여행이라는 기분을 느끼니 올 벚꽃은 유명한 대구의 E월드에서 맞습니다. 워낙 짧은 개화기간이라 한 주 전엔 덜 피었고 담 주엔 다 져 버릴 것이기에 아주 제때 잘 찾아간 것 같습니다. ‘E월드벚꽃’이라 하지만 E월드는 놀이공원입니다. 아이들에게는 '월드'지만 어른들에겐 그닥 재미는 없습니다. 그래도 한번쯤은 여유롭게 산책하며 둘러볼 만한 공원이기도 합니다. (이랜드의 계열사라 공연히 걸쩍지근한 기분이 들고) 벚꽃을 목적으로 간다면 이월드에 ..

공곶이 노란꽃 수선화

참 멀기도 한 거제도, 그러고도 그 끝. 해남에 땅끝이 있어 뭍의 최남단이라 하지만 거제도 공곶이로 가기가 훨씬 시간이 걸린다. 꼭 목적지가 아닌, 가는 노정이 더 행복한 여행길인 것이다. . 봄 가득한 들판 저쪽에서 불어오는 훈풍을 맞으며 달리는 기분이 그렇다. 샛노란 수선화가 있는 풍경. 유명세는 있지만 그 명성만 듣고 허위허위 들르면 약간은 실망할 수도 있다. 규모가 큰 것도 아니고 아기자기 예쁘게 꾸민 정원도 아니다. 노부부가 오래전부터 취미로 가꾼 수선화를 혼자 보기 아까워 대중에게 개방했다 한다. 그간은 알려지지 않은 은둔의 숲이었다가 2005년 상영 영화 의 촬영지로 알려져 관광객들이 찾아들기 시작했다. 새초롬한 수선화가 있는 풍경. 유명세는 있지만 그 명성만 듣고 허위허위 들르면 약간은 실..

블로그와 이별합니다

이 블로그의 테마는 음악동영상입니다. 특히 클래식음악을 주로 다루려 했습니다. 애초에는 네이버 블로그를 선택하려 했습니다. 네이버는 그러나 당시 동영상 길이가 10분까지만 허용되었습니다. (지금은 아니지만) 클래식 음악은 보통 10분이 넘어갑니다. 다음 블로그는 동영상 길이가 제한이 없었기에 다음이 내 놀이터가 되었습니다. 클래식을 비롯해 국내가요 외국가요 영화음악 국악 등, 누구에게 보여준다기보다는 내가 듣고 싶을 때 찾아서 듣기 위한 블로그였습니다. 그간 여러 번의 개편과 또 글쓰기 에디터의 변환이 이어지고 업로드한 동영상의 음원과 영상 소스도 사라지면서 수많은 동영상이 소멸돼 오고 있었습니다. 다음의 몰상식한 행태에 분노만 했을 뿐 6천여 건이 넘는 방대한 자료를 일일이 복구시킬 수는 없었습니다. ..

고양이에 관한 일기 한 페이지

어느 날부턴지 노란 얼룩고양이가 한 마리 보였다. 잠깐 보인 게 아니고 그날부터 내내 회사에서 살고 있는 중이다. 전에도 사내에서 거주하던 고양이 하나가 새끼까지 낳고 가솔하여 살다가 관심 없는 중에 어디로 갔는지 없더니 이 놈이 새로 들어와 터전을 잡았다. 어린 고양이었다. 전의 그 새끼 중의 한 놈인지 다른 생 나그네인지 모르나 번죽 좋게 현관 앞 교단에 제 영역을 마련했다. 나는 개나 고양이 등 가축이건 애완동물이든 싫어한다. 짐승들은 그 낌새에 민감하다고 한다. 그래서인가. 시골길이나 여행길에서도 개들이 유난히 극성스럽게 나를 더 짖는 것 같다. 기분 탓이겠지. 나 아닌 다른 사람들은 대개 개와 고양이에게 호의적인 편이니 회사직원들이 오가며 예쁘다고 만지는 등 애정표현을 해 주거나 더 적극적인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