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임자도 튤립을 보았나

설리숲 2022. 5. 3. 23:48

 

 

신안 임자도

 

그간은 배를 타고 건너다니다 작년 봄에 다리를 개통해서 무시로 넘나들 수 있게 됐다.

 

유명한 대광해변 튤립 정원.

코로나로 그간 축제는 중단되었지만 봄이면 어김없이 꽃은 피고.

 

네덜란드가 원산지라는 지극히 한국적이지 않은 낯선 식물.

이국적이어서 그만큼의 매력을 지닌 꽃.

 

축제는 안해도 정원은 개방해 원래는 5천원인 입장료를 3천원으로 인하했다.

내가 갔을 때는 거의 끝물이어서 입구에 ‘낙화했습니다’라는 플래카드가 붙어 있다.

그래도 아쉽지 않게 내 생애 가장 많은 꽃송이를 본 날이었다.

 

 

 

 

 

 

 

 

 

 

 

 

 

 

 

 

 

 

우리가 경탄해 마지않는 꽃이란 건 실은 식물의 성기다.

고상한 동물인 사람이 성기에 반하고 홀리는 천박함에 좀은 자존심 상하지만, 사람끼리도 이성에게 그렇게 끌리니 자연스러운 현상이기도 하다.

천박하다니 어불성설이다. 성스럽다는 고상한 말을 써야 사람의 격에 맞는다.

 

자세히 보지 않아도, 멀리서 바라보아도 꽃은

그저 아름답고 사랑스럽다.

 

 

 

튤립만큼 이렇게 다양한 색을 지닌 것이 또 있을까.

튤립 하나만으로도 총천연색의 정원이 된다.

 

당신은 모르는 것 같아
한송이 꽃 속에
사랑 가득한 세상이 있다는 걸.

 

윌마 고이크의 칸초네 노랫말.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는 나태주의 시와 상통한다.

 

 

 

 

 

은밀한 곳을 들여다보고픈 이것은 관음증?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카네이션동백이라 한다

 

 

 

어느 작은 나라에 예쁜 처녀가 살았대요.

이 아름다운 처녀를 연모해 이 나라의 왕자와, 백마를 탄 기사와, 돈 많은 부호의 아들이 들이댔습니다.

왕자는 크라운을, 기사는 번쩍거리는 칼을, 부호의 아들은 황금을 약속하고 처녀를 유혹했습니다.

 

이토록 훌륭한 세 남자들을 다 가지고 싶었던 처녀는 시름시름 고민하다가 그만 죽고 말았답니다.

이에 꽃의 여신 플로라는 왕관 같은 꽃과 칼 같은 잎, 그리고 황금빛 뿌리를 가진 튤립으로 탄생시켜 그녀의 넋을 위로했답니다.

 

 

믿거나 말거나

어차피 설화나 전설은 사람이 제 구미대로 조작하여 만들어 낸 유치한 허구니까.

그렇지만 죽어서도 한몸에 세 남자를 모두 소유한 그 처녀는 행복하여라!

아무튼 외모는 예쁘고 볼 일이다.

 

 

 

 

 

 

 

 

 

그리고 대광 해변.

바캉스철이 아니지만 관광객이 갑작스레 몰려드는 튤립의 계절이다.

튤립 화분 뒤 아득한 바다로 봄이 지고 있었다.

 

 

 

 

 

 

 

 

 

         윌마 고이크 : In Un Fi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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