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동부지역을 반으로 가르며 사려니숲에서부터 동쪽 해안까지 뻗은 1112번 도로. 비자림로다. 이름은 비자림로이지만 비자나무는 없다. 이 길을 따라 거뭇하게 숲을 이룬 건 삼나무다. 길의 끄트머리 쯤에 비자림이 있어 도로명을 그리 지었을 것이다. 이 삼나무길이 도보여행자들에게는 아주 근사한 트레킹 코스가 될 수 있는데 아쉽게도 그렇지 못하다. 왕복 2차선의 좁은 도로에 보행자가 걸을 수 있는 갓길이 없다. 섬 동편 성산과 우도로 가는 관광 요충로라서 관광객이 많은 주말엔 차량이 몰려 언감생심 걸을 엄두조차 못 낸다. 그나마 한적한 평일을 택해 그 풍경을 담았다. 여러 날을 찜통처럼 삶아대더니 하늘이 흐려졌다. 기상예보를 통해 비소식을 접한 터라 미리 우산을 챙겨 들고 온 터였다. 그리고 염천을 식히며..